[금요칼럼] 한국의 사회복지정책, 어디로 가십니까
[금요칼럼] 한국의 사회복지정책, 어디로 가십니까
  • 관리자
  • 승인 2011.07.15 15:03
  • 호수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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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교수

2011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지 논쟁이 뜨겁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야당의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정책을 여당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복지혜택 확산정책’으로 전 국민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눈으로는 국민의 여론을 살피고, 한눈으로는 국가의 재정을 걱정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복지논쟁에서 야당은 4대강 예산이나 국방비 절감으로 무상복지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한나라당이 수세(守勢)에 몰렸다.

사회복지를 무상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의 재정을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 없고, 세수(稅收)도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부담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우선 표만 얻고 보자’ ‘정권교체를 하고 보자’는 심리가 밑에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공당(公黨)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이다. 왔다 갔다 횡설수설한다.

민주당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왼쪽으로 가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오른쪽 깜빡이를 켠 채 좌회전을 하고 있다. 또 야당의 ‘복지폭탄’에 대한 적절한 대응 논리개발을 못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열매만 따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달콤한 꿀이나 설탕만 국민에게 준다? 그것이 타성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러다가 혹시 아르헨티나, 그리스 같은 국가재정 위기 사태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열매를 따먹으면서 한편으로 나무를 심는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회 민주주의는 경제 불황을 가져왔고, 신자유주의는 빈부격차를 불러왔다. 우리는 균형적 사회복지정책으로 가야한다(정경배, 균형적 복지경제, 2011).

한국의 사회복지의 문제는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가 아니다. 복지대상자를 누구로 정할 것인가(할당영역), 복지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급여), 복지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재정), 복지행정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전달체계)로 나눌 수 있다.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평가를 내버려둔 채 복지예산만 늘리고 보자는 것은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우리는 86조의 복지예산을 쓰고 있으나 아직도 복지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소외계층이 많다.

모름지기 국가의 미래를 투시하면서 일부 국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밀고 나가는 결단력 있는 정치인, 그것이 21세기에 알맞은 한국형 지도자상이다. 이런 때에 우리는 영국의 대처수상 같은 지도자가 그리워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국민의 정치수준과 정치인의 정치 수준은 항상 일치한다. 조금 천박한 표현을 한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우리의 비극이 있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회복지 정책의 흐름은 ‘내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늘’만 잘 살면 끝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전쟁을 겪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려온 오늘날 노인세대들은 사실상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 논쟁의 결말은 우리들의 자녀세대가 짊어질 무게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나는 스승 예수를 향해 제자들이 울부짖는다. ‘쿠오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쿠오바디스 도미네’, 한국의 사회복지정책이여 우리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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