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서 경로당이 갖는 의미
고령사회에서 경로당이 갖는 의미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7.20 10:01
  • 호수 2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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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훈 제주시 중앙경로당 회장

2030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최근 많은 언론이 고령화를 국가적 재앙이나 사회문제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바른 생각이 아니다. 고령화는 시대적 흐름이며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공통과제다.

노인들은 무조건적인 복지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건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해마다 젊은 노년세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게 돼 있다. 이들을 수용하고 활용할 사회적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전국적으로 6만 여개가 분포돼 있는 경로당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로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노인 문화복지 공간이다. 경로당은 지역 노인들의 쉼터가 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끼리 대화의 장, 여가를 즐기는 여흥의 장, 취미를 신장 시킬 수 있는 수련의 장, 배고픔을 달래주는 간식의 장이 되기도 한다.

노인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할 일을 잃게 되면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질환을 앓기 쉽다. 그러나 경로당에 나가면 친구도 사귀고 대화도 하고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복지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산촌의 경우 경로당은 유일한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된다. 아직도 경로당에 오시기를 주저하는 지역의 어르신들께서는 부디 나오셔서 같이 의논하고 웃고 즐기시면서 건강도 유지하고 봉사의 기쁨도 맛보길 바란다.

과거 경로당이라면 할일 없이 술 마시고 화투나 치던 노인들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로당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노래와 율동, 건전한 배움과 즐거움이 있으며, 봉사활동의 기쁨이 있다. ‘고스톱’이나 치며 소일하는 공간쯤으로 여기는 선입견과 세대의식을 노인 스스로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또, 내 마을 주변 청소와 자연보호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 지킴이와 성범죄 추방, 그리고 산불예방 감시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다. 요즘 같은 방학시즌에는 경로당에서 충효교실을 열어 1·3세대가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80대 이상 고령의 노인들이 경로당을 주로 찾는 만큼 더 연로한 노인들을 위해 신입 노인들이 봉사활동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 끼니를 걱정하며 아등바등 살아왔던 과거에 비해 요즘엔 노인들을 위해 복지정책도 다양해졌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제도화했고, 지자체는 경로당 신개축과 지속적인 점검 보수, 운영비와 난방비 지원 등 노인들을 위한 정책에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시대를 준비하는 전진 기지로 경로당을 활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노인복지 프로그램 대부분이 복지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로당 설치기준 강화, 건강증진 프로그램 마련 등 정책적 지원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경로당이 그저 시간이나 보내고, 함께 모여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쉼터 역할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르신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대응이 절실하다. 노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철에만 노인복지를 논해서는 안 된다.

경로당은 언제 어느 때 어디서라도 노인들을 위해 개방된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 노인들이 앞장서 새로운 노인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노인들이 바라는 경로당의 모습은 노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부양받는 노인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전국의 경로당에서 많이 배출되고 양산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지금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경제대국으로 일군 주역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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