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노년기 가족의 새로운 의미
[금요칼럼] 노년기 가족의 새로운 의미
  • 관리자
  • 승인 2011.07.29 11:27
  • 호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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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부산건강가정지원센터장

 최근 선진국 여성노인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접하고 사실 많이 놀랐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면서, 또한 부모-자녀관계라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가족의 결속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노년기의 삶에 어느 것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한 가족.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는 분명 새로운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대처 방안이라 여겨진다. 길어진 노년기에 가족과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 및 손자손녀와의 관계 역시 노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가족의 의미가 급속히 변화되는 현대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가족 본래의 순기능을 실천할 수 있고, 가족관계가 회복되는 것은 노년기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인은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계층이기 때문에 ‘누가 노인을 부양해야 할 것인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고령사회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역시 그 대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4인 가구에서 2인 가구로 가족원 수가 줄고 있다. 가족의 유대도 표면적으로는 효를 강조하지만 가족 속의 노인의 위치와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사회는 이제 노년기 가족 유대관계를 효율적으로 이뤄 낼 수 있는 역량을 노인과 가족 모두에게 훈련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시설확충도 큰 과제이지만 수발을 담당해야 하는 가족의 역량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노인뿐만 아니라 노년을 살아가는 건강한 노인들에게도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 그리고 손자손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과 관계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한다.

평소 가족관계가 소통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노인을 모시려고 하겠는가? 치매증상이나 와상상태를 보이는 노부모라면 여지없이 시설을 찾게 될 것이다. 또 해결되지 못한 가족스트레스는 결국 노인을 학대하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부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설을 활용하거나 가족이 부양의 책임을 맡아도 가족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가족을 위한 전문적 심리 지원과 노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 및 기술을 가족들을 위해 교육해야 한다. 부양하는 가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공동 대처할 수 있는 지역사회 자원이 해당 가족을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근 노인부양에 있어 가족의 수발을 다시금 조명하는 연구보고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노인이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노년을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노인이 가족과의 유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전달받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상적이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가족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보호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국제사회는 가족을 노인수발의 중요한 자원으로 다시금 인식하고 있다. 시설이 부족해 노인의 수발을 어쩔 수없이 가족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수발의 다양한 형태로 가족자원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이 의미는 가족에게 수발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중심으로 노인부양서비스를 전달하고, 다양한 방문서비스를 통해 가족이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서비스를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노부모에 대한 부양책임을 사회보다 가정에서 먼저 해결하려는 의지가 큰 사회다.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만 갖춰진다면 지금과 같이 노인부양 부담으로 가정이 와해되고 가족 간 불화가 발생되며 급기야 우리사회의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악순환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하려는 단계다. 230개 시군구 중 초고령 사회는 82개(35.7%), 고령사회는 34개(14.7%), 고령화 사회는 102개(44.3%)다.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은 이제 우리 사회에 구체적인 예로 나타나고 있다. 너무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노인인구에 대해 변화되지 않은 시각으로 접근하거나 문제 해결의 구체적 방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고령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노인을 누가 부양해야 하는가? 길어진 노년기를 살아가는 노인을 어떤 방식으로 돌봐야 하는가는 여전히 중요한 관심을 요구하는 과제다. 가족이 또 하나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소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한국적 노인케어 모델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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