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잡아야 성공한다”… 시니어 마케팅 ‘5원칙’
“시니어를 잡아야 성공한다”… 시니어 마케팅 ‘5원칙’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7.29 11:44
  • 호수 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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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중시하고 활동적이며 경제력을 가진 예비노년층을 일컫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또는 ‘베이비 붐 세대’ ‘뉴 시니어’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50~64세에 해당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2년 뒤인 2014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평균 구매액에서 50~60대는 20~30대(평균 62만원)보다 66% 더 많은 103만원에 이른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뉴 시니어들이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소비성향은?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분석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뉴 시니어 세대의 공략을 위한 5가지 마케팅 원칙을 알아본다.

 

▲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뉴 시니어들이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사진=연합

 

[전략1] 시니어 고객은 나이 들지 않는다.

시니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우 간단한 원칙 하나만 기억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시니어들은 노인 취급을 받는 것과 ‘고령층’이라는 하나의 격리된 집단(ghetto) 안에 몰아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녀 응답자 750명 중 71.2%가 자신을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고 있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실제 나이와 자신이 인지하는 나이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80세가 넘어도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늙었다’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 상품, 또는 해당 상품에 대한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고,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성공 포인트다.

현대카드는 전화 버튼 조작이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고객들을 위한 전문상담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객이 현대카드 고객상담센터에 전화하면, 자동응답(ARS) 대신 전문 상담원과의 통화를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40여명의 상담원들은 말하는 속도와 발음의 정확도, 적절한 어휘 선택 등을 중심으로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는다.

신한은행도 어르신 및 저시력 고객을 위해 눈이 편한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M 화면의 글자 크기를 크게 확대해서 잘 보이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금융권은 수익률만 추구하는 ‘불나방’ 같은 젊은 고객보다는 돈을 불리기보다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고 일단 거래를 트면 주거래 은행을 바꾸지 않는 시니어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략2] 편의성에 ‘안전 욕구’ (Emergency needs)를 추가하라.

미래 시니어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산업 분야는 무엇일까?

건강, 안정, 사회적 관계, 재미있는 여가에 대한 욕구는 기본이다. 인터넷이나 각종 정보에 대한 낮은 적응력을 보완할 수 있는 IT분야에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시니어 세대는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과 보수적이고 전통 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한편으로는, 이들 연령대에서 지난 몇 년간 인터넷 쇼핑과 뱅킹, 블로그 사용빈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보화라는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유럽과 일본시장을 관측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오스트리아 ‘엠포리아 모바일 폰’ (Emporia mobile phone)은 숫자 버튼의 크기를 가로×세로 각 1cm로 노인이 사용하기에 편하도록 설계했다.

또, 뒷면에는 SOS 버튼이 있어 응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사전에 설정된 전화로 연결되는 기능도 추가했다.

영국의 ‘매직태그’(Medic TAG)는 집주인의 위급 상황에 대응, 집 열쇠에 의료 기록을 모두 저장하도록 했다. 응급실 의사가 환자의 병력과 비상 연락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일상에서 금지해야 할 음식에 대한 경고도 포함돼 있어 불의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전략3] 시니어 대상 광고를 강화하라.

인터넷, IPTV, 모바일 등의 등장으로 새로운 디지털 매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광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TV나 신문의 주도권이 젊은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간 시청률 1위를 고수하는 드라마가 일일 드라마나 가족 드라마라는 점은 주요 시청자가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층이란 사실을 반증한다.

LG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는 광고가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하는 ‘긍정률’이 76.8%로, 신뢰도가 매우 높고 마음에 드는 광고를 보고 구매 동기를 가장 높게 나타낸다.

[전략4] 시니어의 생활양식·사고방식 이행이 선행돼야

시니어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시니어들은 일반 소비자들에 비해 충동구매 욕구가 낮다. 이러한 특징은 고령일수록, 남성일수록, 비취업 노인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또 시니어 소비자는 일반 소비자에 비해 상표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여유로운 시간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니어 소비자의 특징이다. 노인들은 일반 소비자에 비해 단독으로 쇼핑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동반 쇼핑일 경우 일반 소비자는 주로 친구와 쇼핑하지만 노인들은 친구 대신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니어 소비자는 일반 성인에 비해 구매 장소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오랫동안 이용해 친분이 있는 집 근처 상점이나 도매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상대적으로 백화점이나 전문점은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반 구매자는 품질을 고려하는 반면 시니어 소비자는 상점 이용의 편리성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경향은 고령일수록, 여성일수록, 비취업 노인일수록 두드러진다. 신용카드를 적극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시니어에 알맞은 마케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테면, 독일에서는 시니어 세대와 가족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퍼마켓 체인이 인기가 높다. 시니어를 위한 슈퍼마켓, ‘에데카 50플러스’ 매장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은퇴자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되고 있다. 시니어 고객이 자신의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꾸민 밝고 넓은 매장을 비롯해 최대 높이 1.6m에 불과한 진열대 선반, 미끄럼 방지제를 사용한 바닥, 큰 가격표 부착 등 매장 인테리어에서 시니어를 배려했다.

판매제품도 신선 식품과 지역 상품에 주력하고, 독립해서 사는 노년층을 위해 소형 포장 상품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다른 수퍼마켓에 비해 통조림과 조제 식품 종류가 특히 많다. 당뇨나 환자용 제품, 유기농 식품, 다이어트 식품과 애완동물 관련 코너는 매장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또 50세 이상의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주변 은퇴자 아파트와 보호시설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택시 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종업원들에게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응급 처치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시니어 고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퍼마켓 체인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전략5] 젊은 감각 디자인하라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제품의 대부분이 사용 편의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가격이 높거나 디자인이 노후된 것이 많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오히려 젊은층에 비해 심미적 취향을 갖고 있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 전문가들은 “단순하고, 이용하기 쉬우면서, 고급스럽고 젊은 감각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유럽의 히트 상품을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 단순한 기능, 품격에 맞는 디자인, 가격보다 내구성 높은 고품질 등이 그것이다.

유럽에서의 시니어 타깃용 히트상품으로 ‘고어텍스’의 ‘듀바리’ 신발(통기성이 우수하고 가벼우며, 뛰어난 방수기능을 지닌 세련된 디자인)이나 ‘리모아살사’의 시니어 전용 여행용 가방은 모두 제품의 기능성, 실용성, 세련된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제품이다.

미용티슈 브랜드 ‘크리넥스’는 시니어 세대를 아우르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박스 디자인을 대폭 수정해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꽃 모양은 줄이고 현대적인 느낌의 디자인과 사진 등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최신 유행 스타일의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층 시니어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실용성 이외에도 감성적인 부분을 강화한 디자인 등으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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