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통해 나눔과 기부 실천하는 경로당 만들고 싶다”
“봉사 통해 나눔과 기부 실천하는 경로당 만들고 싶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8.04 09:24
  • 호수 28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노인회 자원봉사 코치 최영규(74) 어르신

“‘무재칠시’(無財七施)란 말이 있다. 사람에겐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것이 7가지는 있다는 뜻이다.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노인들을 봤을 때, 몇 번이고 되뇌이던 말이다. 오랜 경륜을 가진 노인들이 뜻을 모아 뭉치기만 하면 사회와 국가를 위해 가치있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말이기도 하다.”

‘무채칠시’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실버봉사단을 구성, 7년 동안 다양한 사회참여 및 기부, 봉사활동을 펼쳐 온 이가 있다. 대한노인회 대구 남구지회 대명9동 경로당 총무이자 자원봉사 코치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영규(74) 어르신이 그 주인공.

최 어르신은 지역주민들에게 ‘실버봉사 나눔이’로 통한다. 학교폭력·성폭력 예방을 위한 순찰 및 캠페인을 비롯해 교통안전 지킴이, 공원 및 길거리 환경개선 사업 등 지역사회를 위해 어르신봉사대가 가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폐지와 공병을 팔아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용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사업도 함께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 선도사업과 사회공헌 활동의 공을 인정받아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같은 해 대구광역시 모범 경로당 평가대회에서는 4000여개 경로당 중 당당히 3위에 입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 어르신은 “봉사는 남을 위한 것 같지만 참여자가 얻는 게 더욱 크다”며 “특히 실버봉사단 활동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노인들의 소외감과 외로움은 덜어주고 성취감과 보람은 높여주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봉사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주역으로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제안 등을 내놓고 있다”고 귀뜸했다.

여든을 넘긴 노인들의 참여를 이끄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령의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봉사의 필요성과 효과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10명 남짓한 인원이 모여 ‘뉴실버 봉사단’을 결성했다. 현재 20여명의 어르신들이 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균연령은 80세이며, 최고령자는 89세에 이른다.

봉사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정적인 경로당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었다. ‘바둑·장기’ ‘고스톱’으로 대변되는 경로당 문화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노인들이 잘할 수 있는 한문교육과 아이들 돌봄 사업을 경로당에서 실시했다. 현재 전국 주민센터가 실시하고 있는 한자교실과 방과 후 교실을 이미 최 어르신의 아이디어로 2005년부터 실시했던 것.

“뉴실버라는 이름은 은발의 노인들이 후반기 인생을 사회에 기여하며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무조건적인 대접을 요구하는 노인이 아니라 존경받는 노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활동하고,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젊은 세대들에게 존경받을 수 없다.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바라기 전에 스스로 무엇을 할 것 인가 고민하는 노인상을 정립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뉴실버봉사단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최 어르신이 대한노인회가 실시하는 자원봉사 지도자(코치) 교육을 받고, 보다 조직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 것. 의사소통·갈등관리 등의 상담조정 기술을 비롯해 자체 발굴·기획한 과제를 노인회의 지원을 받아 활발히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방학 시즌을 맞아 낙동강 승전 기념관에서 반공교육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 안전지킴이 활동, 휴가철 행락질서 캠페인 등도 실시하고 있다.

최영규 어르신의 머릿속에는 온통 ‘봉사’와 ‘나눔’이란 단어가 꽉 찬 듯 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그가 아니다. 그는 ‘청소년이 나라의 보배’라는 신념 아래 불량청소년 훈육프로그램 개설을 목표로 상담사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또한 1·3세대가 함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고적지 탐방 시티투어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시와 협상 중에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생생한 역사이야기를 어린 아이들이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는 생각에 잠도 못 이룰 정도다.

‘봉사는 활동이 아니라 실천이며 생활’이라고 말하는 최영규 어르신. 봉사를 통해 존경받는 노인상을 세우겠다는 그의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