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책임지는 노인상 확립 위한 3가지 요건
사회 책임지는 노인상 확립 위한 3가지 요건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8.22 17:04
  • 호수 2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옥근 함경남도 중앙도민회 부회장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문예부흥을 이끈 주역은 현재의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서구의 신식문화와 전통을 잘 조합하고 융합해 오늘의 문화유산을 이룰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문화 ‘소외자’가 아니라 문화 ‘생산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다가오면 사회공여를 위해서도 노인들의 다양한 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2010년 어르신 문화예술 교육심포지엄 당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이 했던 말이다. 이처럼 노인이 당당한 주체로서 사회 전반을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말이 최근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이 강했다. ‘인생 100세 시대’를 전망하며 고령화를 국가적 재앙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단순 부양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입장도 존재했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국내 최대 법정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장으로 선출된 이 심 회장이 부임과 동시에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부터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비롯해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수재민 돕기 성금모금, 독도 성명서 발표 등 국가의 중대사에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에 대한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노인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노인회가 지난 40년 동안 경로당을 중심으로 전국 노인 조직을 탄탄히 구축했다면, 제2도약기에는 540만 노인들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한 발판을 다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우리 노인들도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30년에는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노인들에게도 더욱 적극적인 변화의 자세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 전환을 노인 스스로 이끌어야 한다. 이에 필자는 노인들이 사회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투표 참여를 통한 사회참여 활동의 주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선거에서 노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노년세대는 젊은세대보다 투표 참여율도 높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전국의 6만여 경로당 노인들은 토표라는 민주사회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함으로써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주체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연륜과 노하우를 살려 제대로 된 일꾼을 선출하는 일이야 말로 사회의 어른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할 책무라 생각한다.

둘째, 구매와 여가문화의 주체다. 모 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6월 50~60대 평균 구매액이 사상 최초로 20~30대를 앞질렀다. 또한 금융투자 시장에서도 60대 이상 시니어 투자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시가 총액의 33.7%를 차지하는 95조원 가량을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 이는 한국 증시가 출범한 이후 중심투자 계층인 40~50대를 제친 최초의 사례로 손꼽힌다.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세대가 한국경제의 큰 손으로 올라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경제력은 관광산업을 비롯해 의류, 쇼핑 등 여가문화로도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50~64세에 해당되는 ‘액티브 시니어’가 2014년엔 65세 이상 전체 노인인구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셋째, 전문지식, 경험활용과 평생교육의 주체다. 경로당뿐만 아니라 고아원, 학교, 노인대학 등 다양한 시설에서 한자, 예절, 충효 교육을 실시하는 사례가 크고 늘고 있다. 경륜을 가진 노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경험을 활용하거나 2~3세대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학교지킴이, 문화제보호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노인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