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 응급상황 처하면 ‘당황’ 말고 신속한 ‘대처능력’ 발휘
손자·손녀 응급상황 처하면 ‘당황’ 말고 신속한 ‘대처능력’ 발휘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9.02 13:57
  • 호수 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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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시 옷 입힌 채 찬물로 식혀야… 설사 후 탈수 증상확인 충분한 수분 공급
최근 맞벌이 자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손자·손녀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부모들이 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손자·손녀지만 온종일 육아에 전념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갑작스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땐 당황하기 마련이다. 초보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육아 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사항 대처법을 숙지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제작한 조부모를 위한 육아정보 가이드를 바탕으로 응급상황에 대비한 대처방법을 소개한다.
도움말=삼성창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경래 과장, 강원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자경 전문의, 관동의대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손문 교수, 가톨릭대학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준 전문의

 

▲ 최근 손자·손녀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부모들이 늘면서 각 지자체 등에서도 육아 중 응급상황 시 처지 방법 등 다양한 내용의 육아교육을 실시,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백세시대 DB
▲3개월 이전 아기 열나면 즉시 병원

체온이 38도 이상을 지속하면 열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열이 나는 것 자체가 아기에게 해롭거나 위험한 일은 아니다. 열을 떨어뜨리려고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열이 나면 아기가 보채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 옷을 벗겨 주고,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 열이 내리는 것을 도와야 한다. 그래도 열이 많이 나서 아기가 보채면 해열제를 주도록 한다.

가정에서 열을 낮추기 위해 가장 흔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충분한 수분 공급과 물마사지다. 물마시지는 미지근한 물로 30분 정도로 하되 해열제를 복용한 후 시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특히 겨드랑이와 몸통, 머리를 집중적으로 마사지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에 따라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3개월 이전의 아기가 열이 날 때나 △6개월 이전의 아기 체온이 38.1도 이상일 때 △6개월 이후 아기의 체온이 39.7도 이상일 때 △열이 나면서 심하게 처지거나 보챌 때 △의식이 없거나 몽롱할 때 △머리를 심하게 아파하거나 목이 뻣뻣할 때 △기침을 하면서 숨쉬기 힘들어 할 때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못할 때 △피부에 반점이 생기거나 숨쉬기 힘들 때 등이다.

▲구토 심하면 수액치료 받아야

아기의 구토 원인은 여러 가지다. 흔히 위장염이나 전신감염, 과식, 심한 기침과 약물 복용 시 나타나며 드물게는 뇌막염, 간염 등이 원인이 된다. 구토가 심해 먹을 것을 전혀 먹지 못하고 소변양도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면 구토가 없어질 때까지 수액치료를 받는다.

또 아기가 자꾸 토할 때는 가능한 옆으로 눕히고, 탈수가 있는지 살핀다. 아기가 토하기 시작한 지 하루 동안은 고형식은 주지 말고 물이나 연한 설탕물, 전해질(페디라, 엘레드롭)을 공급해 준다. 심각한 질병으로 인한 구토가 아닌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상태가 좋아진다.

하지만 담즙 또는 피를 토하거나 심한 복통, 배가 부풀고, 탈수, 하루가 넘도록 계속 구토를 할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설사 후 굶기면 안돼… 수분·전해질 공급

설사는 바이러스성 장염이나 세균성 장염, 감기, 부적절한 이유식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이럴 때는 굶기지 말고 계속해 경구 수액제 등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한다.

설사가 발생했을 때 탈수 증상을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탈수 증상은 소변 양과 활동 양으로 판단할 수 있다. 평소 기저귀 가는 횟수가 절반 이상 감소하고, 보채거나 누워 있으려고만 할 때 탈수를 의심할 수 있다.

설사로 인해 손상된 장이 흡수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영양식을 계속 공급한다. 모유는 적은 양을 자주 먹이고, 설사가 지속되면 유당을 제거한 특수 분유를 먹인다. 기름기가 많거나 차고 단 음식은 피한다.

하지만 설사가 심하거나 대변에 코 같은 액체나 피가 섞여 나고, 자장면 같은 색깔의 설사를 하거나 복통과 열이 심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경기 증상 15분 이상 지속되면 병원 찾아야

경기의 증상은 여러 가지다. 아기가 의식이 없거나 △몸의 일부가 이상하게 움직이고 △눈이 한쪽으로 고정되거나 △입술이 파랗고 거품을 문다면 경기를 의심해야 한다.

아기가 경기가 났다고 당황하면 안 된다. 우선 아기가 경기를 하면 의식이 없는 동안 이차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이차적으로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옮겨 눕히고 돌본다. 이때 아기의 옷을 벗기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입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음식물이 옆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다. 경련이 있을 때는 숟가락이나 손등을 입에 넣지 않는다. 잘못하면 아기가 다치거나 엄마의 손이 심하게 상처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을 따는 행위도 금물이다. 작은 자극으로 경기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는 일반적으로 15분 이내에 저절로 멈추지만 그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휘발유·세정제 먹었다면 우유 먹이고 구토 유발

아기가 이물질을 삼켰을 때 무조건 토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응급실을 가는 게 최선이다. 이때 삼킨 물질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응급실로 갈 때는 왼쪽으로 눕혀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휘발유나 화장실 세정제 등을 대량 섭취했을 때는 우유를 먹인 후 병원으로 데려간다. 화장품이나 향수, 방향제, 매니큐어, 주방세재 등도 우유를 먹이고 토하게 한 후 병원으로 데려간다. 주의할 점은 무리하게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물질을 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잘 먹는 것으로는 땅콩이나 단추, 종이, 반지, 돌, 어른들의 약, 담배꽁초, 비타민제, 화장품, 방부제나 건조제 등이다. 아이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도록 해야 한다.

소아 중독사고시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로 전화하면 24시간 의사와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안내한다.

▲화상 시 옷 입힌 채 찬물로 식혀야

아기가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는 옷을 입힌 채 차가운 물로 충분히 식혀 화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물이 묻은 옷을 벗기려고 하는데 오히려 화상이 깊어질 수 있다.

이때는 옷을 입힌 채 옷 속에 샤워기를 넣고 찬 물을 부어 뜨거운 물이 닿는 시간을 될 수 있는 한 짧게 해 주는 것이 화상을 덜하게 하는 방법이다. 충분히 몸을 식힌 후 옷을 벗기고 몸을 다시 깨끗이 씻은 후 화상 입은 부위를 깨끗한 수건이나 시트로 감싼 채 병원에 가서 마무리 치료를 받으면 된다.

또 화상부위에 생긴 물집은 터트려서는 안 된다. 민간요법으로 된장을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금물.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낙상 시 놀랐다고 청심환 먹이면 안돼

아기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경기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계속 보채거나 코나 귀에서 물이 흐를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 아기가 놀랐을까봐 청심환 등의 약은 절대 먹이지 말아야 한다.

머리를 부딪쳤을 때는 의식이 명료한지 상태를 살펴야 한다. 심하게 울고 나서 차츰 안정을 찾는지 확인하고, 보채고 우는 양상이 평상시와 좀 다른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고 발생 48시간 내에 구토와 경련 여부가 있는지도 살핀다. 두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거나 코피가 난다면 병원을 찾되 되도록 소아 신경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방문한다.

또 칼에 베였을 때는 상처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고, 깨끗한 거즈로 5분 정도 누른다. 이후 소독약이나 연고를 바른다. 자상이 난 경우 병원을 찾는다. 만약 애완동물에게 물렸다면 상처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소독약을 바른다. 안전한 동물인지 확인하고, 응급실로 가서 진료를 받는다.

▲안전은 예방이 상책… 위험요소 제거해야

아기가 있는 방에는 위험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할 무렵부터는 침대나 소파 위에 눕혀 두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아기가 크면서 움직이는 범위가 커질수록 미리 다칠 것이 없는 지 확인해야 한다. 책상 모서리는 다치지 않도록 감싸주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콘센트는 막아두도록 한다.

문틈에 손이 끼일 수 있기 때문에 문틀에 천이나 종이를 덧붙여 틈이 있도록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기가 욕실이나 화장실에는 혼자 있지 않도록 주의하고, 보행기는 넘어질 위험이 많아 주의해서 태운다. 유모차를 태우고 나들이를 가는 경우에는 손잡이에 가방을 걸지 않도록 한다.

또 아이를 잠시라도 혼자 두면 안 된다. 식탁보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고, 찬장 진열장은 열리지 않도록 조치한다. 2층 이상에는 발판이 될 수 있는 낮은 서랍장을 둬서는 안 된다. 끊이는 음식은 손이 닿지 않는 안쪽에 놓고 조리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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