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 ‘떡’ 그 속에 숨은 의미는…
전통음식 ‘떡’ 그 속에 숨은 의미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9.09 16:07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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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떡, 양잠 성공 기원·수수팥단자, 악귀 쫓는 떡
개떡은 본래 ‘겨떡’ 곡식껍질서 나온 겨로 만들어

▲ 떡은 우리 삶과 함께해온 한국 고유 전통음식이자 대표 국민간식 거리다. 지난달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쫀득쫀득 우리 떡 만들기’에 참가한 가족들이 송편을 만들고 있다.
떡은 우리의 삶과 함께해온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떡은 농경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될 만큼 오래된 간식 중 하나다.

떡은 계절의 변화와 절기마다 다양하며, 그 의미도 각양각색. 떡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에는 ‘웰빙’과 ‘전통’을 곁들인 다양한 종류의 떡들이 등장하면서 대표 국민간식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추수의 계절을 맞아 우리나라 대표 전통음식인 ‘떡’의 종류와 유래를 담은 ‘우리 떡 이야기’를 발간했다. 떡 속에 담긴 의미만 잘 알아둬도 손자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꺼리가 풍성하다.

떡은 곡식가루를 찌거나 삶고, 지져서 익힌 음식이다. 통과의례나 명절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고유음식이다. 떡의 어원은 ‘찌다’가 명사화 돼 ‘떼기’에서 ‘떠기’로 불린 뒤 ‘떡’으로 정착됐다. 떡의 기원은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동기 유적지에서 떡을 만들었던 도구들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쌀의 생산량이 적어 조나 수수, 콩, 보리 같은 잡곡류의 가루를 시루에 찐 떡을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떡은 명칭이나 지역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만드는 방법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찌는 떡, 치는 떡, 지지는 떡, 삶는 떡으로 나뉠 수 있다.

△찌는 떡, 증병(甑餠)

떡가루에 콩이나 팥 따위를 섞어 시루에 켜를 안치고 찐 떡을 말한다. 낙랑유적에서 동 시루와 흙 시루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보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떡 종류로 추정된다. 찌는 떡에는 설기떡, 두텁떡, 증편, 편 등이 있다. 덩어리로 안쳐 만들기 때문에 멥쌀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두텁떡은 임금 탄신일에 반드시 만들던 떡으로 쌀가루를 간장으로 간을 한 궁중의 대표적인 떡이며, 본래 이름은 ‘봉우리떡’이다.

△치는 떡, 도병(搗餠)

치는 떡은 시루에 찐 떡을 다시 절구에 치기 때문에 탄력과 쫄깃함이 살아 있다. 찹쌀이 주재료인 찹쌀도병의 대표적인 떡이 바로 인절미인데 고물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멥쌀로 만든 떡으로는 절편, 골무떡, 개피떡, 고치떡, 개떡, 꼬장떡 등을 꼽을 수 있다.

치는 떡은 크기와 만드는 방법, 목적에 따라 지역마다 다르다. 절편은 흰떡을 다시 굵게 비벼 끊어 떡살에 찍은 것을 말하며, 둥글거나 네모지거나 제사에 쓰도록 길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골무떡은 작은 절편으로 크기가 골무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고치떡은 전남의 향토음식으로 양잠의 좋은 성과를 기원하는 떡이다. 개떡은 보릿가루를 반죽해 찐 떡으로 경기지방 향토음식이며, 꼬장떡은 조로 만들어 가랑잎에 싸서 쪄내는 함경도 향토음식이다.

△지지는 떡, 유전병(油煎餠)

찹쌀가루나 밀가루 등을 반죽해 기름에 지진 떡을 일컫는다. 중국 전한시대부터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조선 후기 농촌경제 정책서인 ‘임원경제지’에는 찹쌀가루와 꽃을 섞어 지진 것을 화전(花煎), 밀가루를 둥글게 지진 것을 전병이라고 기록됐다.

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떡으로 계절에 따라 진달래꽃, 장미꽃, 배꽃, 국화꽃 등을 붙여 만든 화사한 것이 특징이다. 주악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소를 넣고 송편처럼 만들어 기름에 지진 떡으로 ‘임원경제지’에 손님대접과 제사음식의 으뜸이라고 기록돼 있다.

△삶는 떡, 경단(瓊團)·단자(團子)

삶은 떡은 경단류나 단자류, 새알심 등으로 나뉜다. 고물의 종류와 색깔이 매우 다양해 가장 아름다운 떡으로 불린다.

이 떡은 익반죽으로 모양을 빚은 후 끓는 물에 익혀 만들어진다. 오미자 떡수단, 조랭이 떡국, 팥죽 등에 들어가는 새알심이 대표적이다. 경단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밤톨만큼 둥글게 빚어 끊는 물에 삶아 여러 가지 고물을 묻혀 만든 떡이다.

단자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하거나 찐 후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고물을 묻힌 떡으로, 고물에 따라 쑥구리단자, 석이단자, 대추단자, 유자단자, 복숭아단자 등 다양하다.

특히 붉은 팥고물을 묻힌 수수팥단자는 붉은 색이 악귀를 쫒는다고 해서 아기의 백일이나 돌에 이웃과 나눠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떡 이름
막걸리의 단짝인 빈대떡의 명칭에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우선 빈자(貧者)떡 설이다. 제사를 지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기 위의 받침으로 쓰던 빈대떡을 나눠 줬다고 해서 유래했다는 것. 또 다른 설은 빙져떡이다. 중국의 ‘빙져’라는 음식이 빈대떡과 비슷하게 생겨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빈대떡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원래의 명칭과 달리 모양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떡도 있다.
개피떡은 떡 반죽에 앙금을 넣고 반죽을 접을 때 내부에 공기가 들어가서 바람떡, 공갈떡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피는 ‘가비’라는 우리말로 껍질을 뜻한다. 즉 ‘가비떡’에서 ‘가피떡’으로 불린 뒤 ‘개피떡’으로 정착됐다.
개떡은 ‘겨떡’에서 왔다. 과거 어렵던 시절 곡식껍질에서 나오는 겨를 아껴 떡으로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한다.

 

떡전거리의 유래
조선시대 다양한 떡이 상업적으로 제조되고 판매되면서 떡전거리가 탄생됐다.
서울 아현동 고개인 애오개는 ‘떡으로 아이를 달래어 머무르게 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또 떡전고개, 병시현(餠市峴)이라고도 불린다.
경기도 병점은 충청, 경상, 전라의 삼남(三南)과 통하는 길목으로, 떡장수들이 많아 조선시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춘향전의 이몽룡이 이 떡전거리에서 떡을 사먹고 장원급제 했다는 설이 존재한다.
서울 종로 낙원동 떡 골목은 경술국치 이후 나인들이 궁 가까운 곳에 터를 잡고 궁중에서 배운 기술로 떡집을 차린 것에서 유래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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