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다이아몬드’ 홍콩… 현지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하다
‘아시아의 다이아몬드’ 홍콩… 현지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하다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9.09 16:11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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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취업지원본부(본부장 강희성)가 주관한 우수 취업지원센터장 해외연수가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중국 심천, 마카오, 홍콩을 경유하는 일정으로 무사히 막을 내렸다. 취업지원본부 4명을 포함 모두 44명의 취업지원센터장이 참가한 이번 해외연수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신화의 단면을 엿보고, 아시아의 미항(美港)으로만 알려진 홍콩의 노인복지현장을 방문하는 등 값진 성과를 거뒀다. 특히, 홍콩에서는 구룡반도 북서쪽에 자리한 ‘선수이부구(深水埗區)’에 자리한 ‘명애노인복지센터’를 방문, 현지 노인들의 생활상과 노인복지제도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이번 해외연수 프로그램 가운데 참석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명애노인복지센터’를 동행 취재했다.
▲ 한 홍콩 노인이 노인복지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 ‘명애노인복지센터' 전경.
▲ 여성노인들이 구슬을 꿰어 지갑을 만드는 모습.

 

취업지원센터장들로 꾸려진 한국방문단은 8월 31일 오전 10시 구룡반도 북서쪽에 자리한 ‘선수이부구’(深水埗區)에 자리한 ‘명애(明愛)노인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우리나라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의 건물 1층에 자리한 명애노인복지센터 현관 앞에는 이 복지센터의 ‘종금영’(鍾錦英) 주관(主管·사진)이 벌써 나와 한국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관’은 시설장(長) 바로 아래 직급으로, 복지센터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는 우리나라 사무처장 또는 사무국장 정도의 직책이다.

외지인이라면 명애노인복지센터를 좀처럼 찾기 어려울 듯했다. 가로 1m, 세로 약 50cm의 작은 간판만 덩그렇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경로당+복지관 융합한 시설규모

센터 안에는 열대여섯 명의 현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는가 하면, 신문을 펼쳐들고 있었다. 약 132㎡ (마흔 평) 안팎의 센터 안에는 상근직원 25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강의실과 주방, 화장실, 공동작업실,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규모만 본다면 우리나라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중간쯤으로, 최근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1곳씩 마련하고 있는 소규모노인복지센터를 연상케 했다.

명애노인복지센터는 ‘카리타스’(Caritas)라는 가톨릭 재단이 1953년 7월 설립한 복지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학순 주교가 초대 총재를 역임한 ‘인성회’(仁成會)를 모체로 지난해 12월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설립돼 국내의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을 비롯해 해외원조, 대북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카리타스는 우리나라와 홍콩을 비롯해 전 세계 160여개 나라에 275개의 복지시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카리타스에는 53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만여명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콩 카리타스는 1953년 설립됐지만 당시 문화혁명기를 맞은 중국 본토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196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활동기반을 마련하면서 의료, 복지 등의 분야에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게 됐다.

홍콩 카리타스의 노인복지센터는 고령자와 보호자들의 요구에 따라 매년 1만5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방문을 통한 말동무 서비스를 비롯해 연간 38만명의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 매년 4000여명의 노인들에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500여명에게는 수중 치료요법도 서비스하고 있다. 이밖에 매년 4800여회의 레크리에이션 자원봉사와 6만여회의 개인 자원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종금영 주관은 “홍콩에만 명애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모두 140개의 카리타스 재단 복지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15억 홍콩달러(약 200억원)가 지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억 홍콩달러의 지원금 가운데 60%는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기부금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풍부한 노후자금… 은퇴 후엔 ‘일’ 아닌 ‘사회활동’

‘인성으로, 사랑으로, 평화적으로 보살핀다’는 재단설립 목표를 갖고 있는 홍콩 카리타스는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장애우, 결손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두루 지원하고 있다.

방문단이 견학한 명애노인복지센터는 홍콩 카리타스에 의해 1979년 설립돼 노인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종금영 주관의 설명이다.

명애노인복지센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르신들의 공동작업장이었다. 이곳에서는 13명의 여성노인들이 마주앉아 실에 구슬을 꿰어 지갑을 비롯해 핸드폰 장식품, 인형 등을 만들고 있었다. 현관을 통해 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어르신들의 ‘작품’을 진열한 장식장이 놓여 있다.

작품의 완성도, 미적수준, 실용성 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눈에 띄는 솜씨는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손재주만큼은 한국 어르신들이 세계 최고가 아닐까. 이 어르신들이 만든 ‘작품’들은 시중에 판매되기도 하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라도 전액 시설에 기부한다고 한다.
한국 방문단 일원들은 국내에서 노인일자리 알선업무에 종사하는 만큼 홍콩 노인의 취업 또는 일자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하지만 종금영 주관은 맥 빠지는 답변을 했다.

“홍콩 정부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일하는 것을 그다지 달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홍콩은 은퇴하기 전까지 ‘경직금’이라고 해서 임금의 5%를 적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돈을 은퇴 후에 노후생활비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경직금을 마련하지 못한 노인은 정부가 매달 약 2500홍콩달러(약 34만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인들도 퇴직한 후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원봉사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지요.”

홍콩을 아시아 변방의 작은 관광도시쯤으로 착각한 경솔함이 일순간 깨지고 말았다. 세계은행 자료를 살펴보자.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9890달러다. 홍콩은 3만2900달러에 달한다. 1인당 국민소득만 따진다면 홍콩이 우리나라보다 1.65배나 더 잘사는 나라다. 게다가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니 북유럽 복지체계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홍콩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빈곤율이 가장 높고, 홍콩 노인인구의 32.1%가 빈곤층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5%를 웃돌고 있으니, 홍콩 노인들은 형편이 훨씬 나은 편이다. 이들 빈곤층 노인들에게 홍콩 정부가 월 34만원씩 생활자금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달랐다.

▲다양한 클럽 주축, 왕성한 사회참여

종금영 주관의 설명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명애노인복지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을 듯하다. 즉, 홍콩의 노인복지센터는 해당지역 어르신들이 사랑방 또는 쉼터와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경로당처럼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규모 복지센터 또는 복지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융합한 개념이었다.

종금영 주관은 “지역 노인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센터를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며 “식사는 제공하지 않더라도 3년 전부터 일주일 내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든 센터를 방문하면 에어컨과 내부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애노인복지센터를 찾는 노인회원이 2054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클럽 별로 활동을 하는데, 모두 43개의 클럽이 조직돼 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은 회원수가 1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바로 그 클럽이 영어와 일어, 만다린 등을 배우는 ‘학습반’인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을 하기도 한다. 학습반에 이어 여행반도 인기 상한가를 누리는 클럽이다. 각 클럽 회장들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회의를 하면서 정보를 교류한다고 한다.

종금영 주관은 “명애노인복지센터는 단순한 쉼터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자원봉사자를 포함한 160여명의 등록보호자들이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본다”며 “특히, 1년 이상 활동한 25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1317명의 등록 독거노인을 보살피며, 필요한 경우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연계해 어르신들의 편안한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홍콩은 홍콩섬(香港島), 란타우(Lantau) 섬, 구룡반도(九龍半島), 신계(新界) 등 크게 네 개의 지역으로 구분되며, 그밖에 260여개의 외곽 섬으로 이뤄져 있다. 면적은 서울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1100㎢이며, 이 가운데 4분의 1도 안 되는 지역만 개발됐을 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다.
홍콩은 1984년 중국과 영국의 연합성명에 따라 1997년 7월 1일 주권을 회복하고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지정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1국2체제를 유지하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2009년 기준 전체 700만명의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은 약 13%를 차지해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9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8%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0세 이상을 기준하면, 2008년 전체 인구 690만명 중 187만명(16.9%)이 노인인구였고, 홍콩 국민의 평균연령은 41세 였다.
홍콩 국민의 90%에 달하는 600만명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600여개의 사찰에 불상과 도교신을 모시고 있다.
글·사진=장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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