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올바른 선택인가
[쉽게 읽는 이슈이슈]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올바른 선택인가
  • 관리자
  • 승인 2011.09.09 16:18
  • 호수 2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이 쫓겨났다. 8월 22일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역 역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 강제퇴거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서울역은 현재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역사 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노숙 행위를 전면 통제하고 있다. 출입문이 개방돼도 노숙인들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이용객의 편의와 시민 안전, 서울역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반복지적·반인권적 차별’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철거,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일부 사회단체 “반복지적·반인권적 차별”
지역복지운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서울역의 노숙인 철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까지 구성하고 나섰다. 8월 31일에는 코레일의 노숙금지 조치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노숙인과 시민을 구분해 대립을 조장하는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공대위 측은 ‘사회적 배제’ 정책에 기초한 코레일의 노숙인 퇴거조치를 반복지적이고 반인권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노숙인의 증가와 방치는 주거복지를 포함한 복지제도의 취약성과 그로인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문제”라며 “대책 없이 강제 퇴거 조치를 내린 것은 노숙인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쫓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퇴거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연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월 1일부터는 대전 철도공사 정문과 서울역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코레일 “승객 편의·안전 위해 불가피”

코레일은 여론의 일방적 뭇매에 억울하다는 태도다. 하루 30만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심한 후 내린 결정이며, 지난 7월 퇴거 조치를 발표한 이후 혹서기를 피해 8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 결국 코레일은 서울시에 후속 조치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임시주거지 100호, 응급구호방 50인 입소분, 일자리 200개 증편 등의 대책을 긴급히 내놨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서울역 내 노숙인에 대한 승객의 민원이 급증했다”며 “서울역을 이용하는 1일 평균 30만명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 서울역은 외부 전문 컨설팅업체인 ‘비즈커뮤니케이션’에 의뢰, 서울역에서 노숙인이 야간에 잠자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에 대해 서울역 이용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5.2%가 찬성(‘매우 동의한다’ 30.4%, ‘동의한다’ 44.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조사응답자의 69.0%가 노숙인들로 인해 ‘역이용에 불편·불안을 느꼈다’(27.5%), ‘서울역의 이미지를 저해한다고 느꼈다’(41.5%)고 답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 측은 서울시의 조처가 동절기 대책에 이미 포함된 것이라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히려 코레일의 조치에 더해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원 20곳의 노숙인들을 단속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취약계층 보호’ ‘노숙인 자활의지’ 모두 중요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주택 거주민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노숙인 수는 450~500명. 응급쉼터 이용자가 150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300여명이 서울 역사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쪽방이나 여인숙, PC방 거주자는 제외돼 있다. 이러한 ‘비주택 거주민’ 1500명까지 합산하면 서울역에는 2000여명의 노숙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위는 이들을 ‘주거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노숙인’을 부랑인, 쉼터 이용 노숙인 등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국제 기준과 거리가 멀다.

유엔은 노숙인을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으나 유엔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서울역에 사는 2000여명은 주거빈곤층이 아니라 적절한 보호와 위생적 환경,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 등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 보는 것이 옳다.

제도적으로 노숙 자체가 처벌되거나 금지돼야 할 대상은 분명히 아니다. 사회 극빈의 현장으로 내몰려 추위와 비바람을 피하며 노숙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자활을 돕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쏟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와 코레일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힘을 이용해 갈 곳 없는 이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숙인들이 자활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와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적절한 주거와 일자리, 의료서비스를 비롯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노숙인들의 자포자기를 비난하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음을 바꿔 조금만 노력하면 일상생활과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데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규제와 통제에서 자유로운 노숙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철거가 국내 노숙인 보호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