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주비빔밥의 참맛은 손맛·장맛에 있다
[기고] 전주비빔밥의 참맛은 손맛·장맛에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1.09.23 15:41
  • 호수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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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전북 전주

비빔밥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어디서나 즐겨먹는 음식이다. 다양한 지역 토속재료를 사용해 지역마다 특색 있게 발전한 우리나라 대표음식이기도 하다. 특히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통영비빔밥이 유명한데, 전주비빔밥의 경우 동서양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으뜸 요리로 손꼽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는 비빔밥의 고향으로 불리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전주하면 비빔밥, 비빔밥하면 전주를 떠올리는 게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전주비빔밥은 1800년 말엽, ‘부빔밥’ 또는 ‘골등반’이라 불리며 서민적인 음식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여기서 ‘골등반’이란 지어놓은 밥에 여러 가지 반찬을 섞어서 비빈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전주비빔밥을 3대 으뜸 요리로 대접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도 오르고, 특히 종친이 입궐하면 점심때 가벼운 식사로 즐겨먹었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임금이 거동이나 몽진(蒙塵)할 때 간편한 영양식으로 올렸다고도 한다.

전주비빔밥의 맛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전주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맵고 짠 것을 좋아하는 성품에 입맛이 몹시 까다로운 고장이다. 이 때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더 좋은 맛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었다.
다음은 좋은 물을 꼽을 수 있다. 전주비빔밥을 얘기할 때 흔히 콩나물국과 물김치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수질이 좋은 남천(전주천)과 서천(삼천천)의 물맛이 어우러져 빚어진 작품이다. 전주의 콩나물은 오래 삶아도 질감이 좋은 특징을 갖고 있다.

더불어 좋은 재료를 재배할 수 있는 기름진 옥토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물이 좋은 토양을 만들고, 그 곳에서 자란 농작물들이 조화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이다. 전주비빔밥의 재료는 30여가지나 된다.

주재료는 밥, 콩나물, 황토 묵, 쇠고기 등이다. 여기에 곁들이는 부재료는 깨소금, 마늘, 후추, 무생채, 애호박볶음, 오이채, 참기름, 잣, 김, 고추장, 계란, 새우젓, 상추, 시금치, 고사리 등이 있다. 비빔밥은 토속 재료들의 종합선물세트인 만큼 그 재료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전주비빔밥의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육회다. 문헌에 따르면 전주에서는 흉년으로 식량사정이 어려울 때도 매일 육회용으로 소 한 마리를 도살했을 정도라고 한다.

전주비빔밥 맛의 핵심은 고추장맛에 있다. 전주 고추장은 엿기름을 삭혀서 찹쌀가루와 고춧가루를 혼합해 숙성시켜 만든다. 전주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장을 3년 동안 숙성시킨다. 여기에 소고기 마른가루를 넣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을 내는데 이것이 전주비빔밥을 천하일품으로 만든 비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주비빔밥의 또 다른 특징은 독특한 밥 짓는 방법에 있다. 쇠고기 머리살을 끓인 육수로 밥을 짓는데, 이렇게 밥을 지으면 밥알이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물과 밥을 섞어 비빌 때 골고루 잘 비벼지고 밥에서 윤기가 나게 된다. 또, 뜸들일 때 콩나물을 넣어 구수한 밥맛을 더욱 완성시킨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전주 어머니들의 솜씨’가 전주비빔밥이라는 세계 명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주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빔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매해 비빔밥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전주비빔밥 축제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열린다. 맛의 고장 전주에서 열리는 흥겨운 축제가 다가올수록 기대와 설렘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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