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텍의 순기능 & 역기능
콜라텍의 순기능 & 역기능
  • 관리자
  • 승인 2006.11.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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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교춤… 빗나간 이성교제로 ‘망신’

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낙원동 모 상가에 있는 A콜라텍, 멋지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와 짙게 화장한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실내에는 이미 300여명이 화려한 조명 아래서 지르박 곡에 맞춰 신바람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이다.


장·노년층의 놀이 문화공간이 턱 없이 부족함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무도장(콜라텍)이 이렇듯 성업을 이루고 있으나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많아 이용자의 주의가 요망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파악한 서울 소재 콜라텍 업소만 해도 무려 82개(2005년 기준)인 것을 감안 할 때 전국적으로는 수천 곳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소들은 야간에만 영업할 수 있는 카바레의 틈새를 이용, 주로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나 특정 업소는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기도 한다.


콜라텍은 야간시간대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간에 이용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입장료 1000~2000원)으로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낮에 여가 시간이 많은 40~6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주부나 노인들도 상당수가 이곳을 출입하고 있다.


유명 콜라텍은 수백평 규모에 전속 악단까지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업소들은 바로 옆에 음식점을 별도의 명의로 개설해 음식과 주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콜라텍에 대해 장·노년층이 여가를 즐길 곳이 별로 없는 현 상황을 고려 할 때 취미도 즐기고 운동도 되며, 사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옹호론과 퇴폐를 조장하고 대형사고의 개연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백중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옹호론자의 주장이 건전을 전제로 한 이상형을 고찰 한 것이라면 비판론자의 주장은 그 뒷면에 숨어있는 현실과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순수한 사교춤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춤 자체가 지니고 있는 예술성을 자신이 구현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많은 움직임에 따른 운동효과, 또 예절을 중시하는 춤 문화로 인한 인격 수양,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접촉할 수 있는 폭넓은 사교의 기회 부여 등이 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 못지않게 잘못된 이성교제로 가정이 파탄 나고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등 역기능도 간과 할 수 없을 것이다.


무도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콜라텍은 태생부터가 무도를 위한 전문시설이라는 데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명칭처럼 장내에서는 주류나 음식물은 판매 할 수 없고 음료수만 판매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옆에 붙어 있는 음식점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이용객 중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다가 휴식시간을 이용해 술을 마시게 되고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콜라텍에는 이성과 함께 춤도 추어주고 술도 마셔주는 일명 ‘전문가(꽃뱀·제비)’들이 상당수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전문가들은 업소 측에서 보면 손님을 끌어 주고 음식 매상도 올려주는 고마운 존재고, 손님(특히 노인)들에게는 같이 놀아주는 이성 파트너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춤판이라는 특별한 장소와 분위기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보니 전문가의 조그만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진전되면 골치 아픈 일이 많이 발생한다. 콜라텍을 자주 이용했다는 김모(67·고양시 일산구 일산동)씨는 “무도장에서 사귄 여성과 관계를 갖고 협박에 못 이겨 수천만원의 돈을 빼앗기고 그것이 집에서 들통 나 가족들과 한동안 별거까지 했다”고 피해를 털어 놓았다.


난잡한 성 접촉으로 인한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정 의원이 최근 건평원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법정전염병 3군에 해당하는 성병으로 인해 진료 받은 65세 이상 노인은 7만3431명에 달했고 매년 1000명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런 수치는 모두 콜라텍으로 인해 감염 되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콜라텍을 드나드는 고객 가운데 상당수의 노인들이 성병으로 인해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콜라텍은 대형사고 예방과 실내공기 정화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업소에는 200~5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춤을 즐기고 있으나, 화재 등 재난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비상통로나 소화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또 탁해진 공기를 배출, 정화시켜주는 시설도 미비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8월 27일 서울 영등포 한 콜라텍에서 손님 500여명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잘못 알고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60대 여성 1명이 발길에 깔려 숨졌으며, 이모(72) 할머니 등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정부 관련부처에서는 장·노년층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그리 많지 않고 춤 문화도 점차 개방돼 가는 점을 고려해 콜라텍도 신종 업종의 하나임을 인정하는 한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퇴폐행위의 폐해와 방지책을 홍보하고, 대형사고 예방 등을 위한 법 제정 및 불법 단속을 강화해 올바른 춤 문화가 정착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두성 기자 ds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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