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업지원센터, 날개를 달다
[기고] 취업지원센터, 날개를 달다
  • 관리자
  • 승인 2011.11.11 17:45
  • 호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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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태 대한노인회 예천군 취업지원센터장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 특색과 특산품을 살린 각종 축제행사가 넘쳐난다. 이로 인해 축제 예산은 매해 크게 늘고 있지만 대한노인회 전국 취업지원센터의 예산은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홍보를 하려고 해도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센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북 예천군지회 취업지원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인일자리 홍보부스를 만들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겠다고 매년 마음은 먹지만 예산 및 지원확보, 인건비 등의 현실적인 벽 앞에 부딪히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래서 올해에는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취업지원센터 알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3일간 펼쳐진 농산물 축제에서 노인일자리 홍보 부스를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부스를 배정받는 일부터 예산지원까지 순탄한 일이 없었다. 여의치 않으면 지역기업과 단체의 협조를 받아내겠다는 각오로 지역 군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맨 먼저 군 축제 위원장을 만나 노인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홍보 부스를 요청했다. 하지만 벌써 신청이 마감돼 유감이라는 말뿐이었다.

시작부터 일이 풀리지 않자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부스 배정에 목표를 두고 지역 군수,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군의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전화하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담당자로부터 부스를 배정해 줄 테니 사무실로 방문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뛸 뜻이 기뻐 바로 달려갔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부탁하기 시작했다. “노인회 날 기념식 및 건강축제를 겸한 축제장 홍보 행사인 만큼 좀 더 눈에 띄는 자리로 배치해 달라”며 협박성 말투의 사정을 늘어놓았다. 기존 배정 단체에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 연락을 받기로 하고 그 날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후 마침내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양해를 받아 좋은 위치에 부스배정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이었다. 기쁘고 흥분된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이제 장소가 잡혔으니 홍보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사용계획서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수막, 커피 및 식음료 등 소요경비만도 60만원이 넘게 필요했다.

결국 다음 단계는 경비 지원받기였다. 우선 군 주민생활지원과장을 찾아가 경비지원을 협의했다. 그 곳에서도 자체 예산이 없으면 군 예산 지원도 불가능하다며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고령화정책을 늘어놓아도 노인일자리를 지원할 금액이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얼마간이라도 민간단체에 협찬을 요청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부족한 금액은 자체예산을 세워 충당한다는 생각이었다.

노인회와 지역 농협 조합에서 소정의 찬조금을 지원받아 최소한의 자체 경비를 충당한 후, 그 내역을 가지고 다시 군 주민과장을 찾아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자체 경비를 만들었으니 나머지 경비 지원을 부탁한다며 재요청했다.

이튿날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원을 해주겠으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소식이었다. 너무도 힘든 과정이었던 만큼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더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에 일자리 참여노인 5명과 센터장, 전담 관리사 7명이 한마음이 돼 몇날 며칠을 홍보계획 수립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행사날이 다가왔다. 홍보 첫날 비가 많이 내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인근지역 센터장들도 홍보지원차 방문해 힘을 보탰다. 구인, 구직을 희망하는 업체와 노인들도 상당수 찾아왔다. 무엇보다 농수산물 축제를 방문한 지역민들에게 노인일자리의 당위성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어렵게 추진한 행사인 만큼 모든 홍보사업이 끝난 후 느낀 긍지와 자부심은 남달랐다. 대한노인회 취업센터가 노인들의 건강과 보람된 노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취업지원센터가 더욱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필요한 날개를 달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노인일자리는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사회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건강한 노인들이 적당한 일을 하면서 빈곤도 해소하고 상실감에서 벗어나 보람찬 노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센터장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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