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활력소 필요하다면 당장 자원봉사에 도전하세요”
“삶의 활력소 필요하다면 당장 자원봉사에 도전하세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1.11 18:08
  • 호수 2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참여노인이 말하는 노인자원봉사
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다. 은퇴 후 맞는 노년기는 더 이상 ‘쉬는 시간’이 아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은퇴 후 적어도 20~30년의 여생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3의 인생’으로 표현되는 노년기가 인생의 황금기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가 10월 2일 제15회 노인의 날을 기념해 올해를 ‘노인자원봉사원년’의 해로 선포한 것도 노인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자원봉사가 국가적 과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세시대은 노년층이 보다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3회에 걸쳐 ‘노인자원봉사’에 대해 기획 연재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싣는 순서

①노인자원봉사, 어디서 할 수 있나
②나에게 맞는 자원봉사 활동은
③전문가·참여노인이 말하는 노인자원봉사


전문가 3인의 조언

“‘소그룹 활동’은 자아실현 지지체계”
김의욱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본부장

김의욱 본부장은 노인자원봉사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그룹’ 활동을 강조했다.

그는 “노년층이 자원봉사를 통해 얻는 최고의 성취는 자아실현으로, 이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공동체에 소속되며 애정의 관계가 유지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그룹 활동은 자아실현에 의미 있는 지지체계가 된다”고 말했다.

김의욱 본부장에 따르면 실제로 소그룹의 자원봉사 클럽활동은 봉사자에게 다양한 성과를 냈다. 새로운 소속감 부여는 물론 사회적인 역할 부여, 지역사회에 공적인 역할개발, 자율적인 기획의 경험, 갈등과 새로운 의사소통의 체험 등은 봉사자에게 역동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

또 소속단체 중심의 활동에서 지역중심으로 활동방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의욱 본부장은 “각종 단체와 기관·기업·사회복지관·회원조직 등 각각의 활동들이 배타적인 울타리 높이기로 간다면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공동체적 관계는 편협한 그들만의 집단주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중심의 활동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활동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의 운영원리에 맞게 조직 간의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열린 지역활동으로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인자원봉사자의 관점에서 자원봉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봉사활동으로 청춘 되찾는 어르신 많아”
안영철 전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사무국장

최근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노후를 보내고 싶은가’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 1위가 근로활동으로 나타났고, 이어 여가 및 취미, 종교활동, 자아개발, 자원봉사 순으로 나타났다. 또 ‘자원봉사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체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 못한다’ ‘늙었다고 아무도 안 시켜준다’ ‘이제 와서 봉사해봐야 소용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노년층 대부분이 자신은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원봉사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청춘을 되찾았다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안영철 사무국장은 “노년기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어르신 가운데 상당수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것은 물론 건강도 얻고, 청춘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 어르신들은 자원봉사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며, 삶의 활력소가 되고 청춘을 되돌릴 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의 자원봉사는 은퇴 후 평생을 쌓아온 재능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노인문제 해결은 물론 수혜자의 입장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자라는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우리사회에 노인 자원봉사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자원봉사 자신있는 분야 선택해야”
우영화‘볼런티어21’교육국장

“본인에게 맞는 자원봉사 활동이 무엇인지 몰라 망설여진다면 봉사기관을 방문하기 전 자신이 희망하는 대상자나 유형, 기간 등을 고려해 잘 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원봉사단체인 ‘볼런티어21’의 우영화 교육국장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할 때 미리 자신에게 적합한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즉, 봉사자 대상자를 노인·청소년·유아로 나눈다면 누가 대상인지, 일주일에 몇 번을 참여할 것인지, 육체적인 소모가 많은 일을 원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노년층의 경우 ‘나이가 많다’ 또는 ‘체력이 약하다’ 등의 이유로 자원봉사활동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영화 국장은 “어르신들은 사회적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 많다”며 “마음만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면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무를 완수할 것도 강조했다.

우 국장은 “자원봉사는 무보수로 이뤄지지만 비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성실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며 “만약 몸이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때는 사전에 조율하거나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의 지속성과 흥미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개인활동보다 단체활동을 권했다.

 

참여노인 3인의 조언

“컴퓨터 강의로 자원봉사 펼쳐”
시니어 IT봉사대 김선희(73) 어르신

“저한테 컴퓨터를 배운 뒤 실력이 쑥쑥 향상되거나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보람과 행복이 샘솟습니다.”

대한노인회 장안구지회 시니어 IT봉사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희(73) 어르신은 지역 노인들에게 컴퓨터 강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김 어르신이 자원봉사를 시작한 때는 6년 전. 교직에서 퇴직 후 정보화시대에 뒤떨어지기 싫어 뒤늦게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 어르신은 “컴퓨터 배우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정보가 많아 흥미를 갖게 됐다. 이 좋은 혜택을 나 혼자 누릴 수만은 없어 다른 노인들에게도 컴퓨터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곧바로 장안구지회가 실시하는 컴퓨터 강사양성과정을 등록, 수료했다. 이후 2006년 5월부터 2010년 5월까지 4년 동안 인근 아파트 노인회관과 마장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사활동을 시작했다. 컴퓨터를 배운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최근까지 2년 가까이 대한노인회 장안구지회에서 ‘파워포인트’ 사용법을 교육했다. 자기소개서나 회사소개, 사업계획서, 제안서 등의 작성요령이었다. 또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시험공부도 아울러 지도했다. 무엇보다 보람이 클 때는 어르신들이 실력이 향상될 때다.

김 어르신은 “6년 동안 꾸준히 어르신들에게 컴퓨터를 지도하면서 실력이 향상될 때 가장 뿌듯하다”며 “얼마 전에는 어르신 가운데 한 분이 파워포인트 국가공인 자격증과 정보검색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배운 중국어로 봉사 실천”
중국어 통역봉사 임영희(63)씨

독학으로 터득한 중국어로 2002년 월드컵 통역봉사를 시작으로 지역 관광도우미를 비롯해 생활형편이 어려운 맞벌이 가정 어린이들에게 중국어 교육 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가 있다. 전북 임실에 거주하는 임영희(63)씨다.

10여년 전 한자가 좋아 시작한 중국어 공부가 본격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전북지역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중국어 통역 봉사를 나서게 됐다. 선천적인 척추장애로 한 시간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할 만큼 체력적으로 고된 시간이었지만 임씨에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됐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임씨의 중국어 봉사는 계속됐다. 4년 전에는 중국어 능력시험인 ‘중국한어수평고시’(HSK) 자격증도 취득했고, 형편이 어려운 맞벌이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또 전북지역 관광도우미로 활동하며 민간홍보도 맡고 있다. 임씨는 자신이 6년 간 병수발을 했던 어머니가 지난해 작고한 뒤 적십자를 통해 노인·장애시설, 정신병원 등에서 세탁, 목욕, 반찬 만들기 등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임씨는 “내년이 ‘전북관광의 해’인데,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전북을 알리는 민간 홍보도우미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비록 나이는 일흔을 바라보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다”말했다.

임씨는 이 같은 내용을 수필로 써서 10월 31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회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사진·UCC·수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취미·여가활동을 봉사로 승화”
공연 봉사자 이행자(69)씨

전직 교사 출신인 이행자(69)씨는 요즘 자원봉사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이씨는 현재 지역 복지관에서 라인댄스와 오카리나 연주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며 매달 2차례씩 요양원, 노숙인 쉼터 등에서 예술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씨가 봉사를 시작한 때는 4년 전. 교직생활 40년을 마무리하고 퇴직한 후 여가를 즐기고 싶어 집 앞에 있는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평소 춤과 악기 연주를 좋아해 라인댄스와 오카리나를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공연을 통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예술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남편과 사별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슬픔에 잠겨 있던 이씨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오카리나였다.

이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까하고 오카리나를 불었다”며 “신기하게도 오카리나가 징검다리가 돼 세상에 없는 남편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열심히 불면서 슬픔을 달랬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연 봉사활동을 하면서 건강도 되찾았다. 평소 소화불량과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이씨는 반짝이는 옷과 모자로 멋지게 차려입고 열정적으로 라인댄스에 몰입할 때만큼은 몸이 아픈 줄 모른다.

이행자씨는 “좋아하는 취미·여가활동도 즐기고, 배운 재능을 남에게 베푸니 1석2조”라며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건강을 찾을 수 있어 나날이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그동안 펼친 공연 자원봉사 활약상을 수필로 적어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회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사진·UCC·수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