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청소년 직업·진로지도, 중·고령자에 맡기자
[금요칼럼]청소년 직업·진로지도, 중·고령자에 맡기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1.14 11:02
  • 호수 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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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자기 적성에 맞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자기 적성에 맞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교육과 사회교육의 목표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수준은 제2차 대전 이후 60년의 세계 역사에서 가난과 전쟁의 폐허 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을 이뤄내고 세계 10위권의 수출 대국을 이뤄낸 유일한 국가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높은 교육열과 교육수준의 이면에는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온통 대학 입시에 치중해 다양한 직업에 대한 이해와 안내에 등한히 한 나머지 고등학교 졸업 후 올바른 진로 선택이나 대학의 전공 선택으로 이끌지 못한 점은 결국 많은 청년들에게 실업의 좌절을 안겨주고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진로 지도를 하더라도 담당 교사가 다양한 직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런 직업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올바른 진로지도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실에서 가장 효과적인 진로지도 방법의 하나는 다양한 직업의 은퇴자들을 강사로 초청해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해 설명하고 진로지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은퇴자들에게는 자신의 직업과 직업 경험을 소개하고 계속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은퇴자의 보람과 자존심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또, 학교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학생들에게 소개해 직업의 이해를 높이고 계속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진로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업에서 고졸 사원을 상당한 정도 모집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중·고등학교에서 진로선택과 직업선택을 분명히 해 보다 준비되고 동기가 부여된 졸업생을 배출하고 모집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람은 일생 동안 계속 발달하게 되는데 그 발달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생의 각 단계마다 중요한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인생의 발달과정을 연구한 한자들의 주장이다.

작고한 유명한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과 현재 하버드 대학 정신의학자 ‘베일런트’(Vailant)는 중년기 이후 인생의 중요한 발달과업의 하나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보살피는 멘토(mentor) 역할을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즉, 중년기와 노년기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후배나 청소년들에게 정신적인 조언자와 스승이 되고 이웃과 가족과 사회를 돌보고 나아가서는 인류사회까지도 돌보는 역할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현실에도 맞고 은퇴자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인생의 발달과업을 수행해 보람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고등학생을 위한 직업 멘토 프로그램을 시작한 단체가 있다.

고령사회비전연합회라는 단체에서는 올해 6월부터 다양한 직업의 은퇴자들에게 청소년심리학, 상담론, 멘토론, 교수방법, 자원봉사론 등에 대한 교육을 2개월간 실시해 직업 멘토의 기본자격을 부여한 후 중·고등학교 진로 지도 교육 강사, 직업 진로 상담 및 직업현장 방문 체험 강사로 활동하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32개 직종(교수, 교사, 군 장교, 조종사, 부사관, 공무원, 건축가, 사회복지사, 문학가, 경찰, 금융, 간호사, 영양사, 조리사, 사업가 등)에 83명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 활동에 대한 소개 슬라이드와 동영상을 만들어 직업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상담도 해주면서 학생이 원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직업에 대한 지도와 진로지도를 해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 멘토 역할은 중·장년층 또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들의 가장 바람직한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필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들 직업 멘토를 초청해 진로지도를 한 학교에서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 또 진로지도 강의와 지도를 받은 학생들도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직업 활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진로와 직업 선택에 큰 용기를 얻고 새로운 선택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많은 은퇴자들이 국가 장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진로선택과 직업선택을 잘 지도할 있도록 정부가 직업 멘토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지원해 주고, 교육 받은 직업 멘토를 중·고등학교에서 잘 활용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중·고령자를 위한 바람직한 활동이 될 것이고, 청소년층과 중·고령층 세대를 통합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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