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세대통합
[금요칼럼] 세대통합
  • 관리자
  • 승인 2011.12.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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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야권이 통합정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젊은층인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투표율이 가장 낮은 층에 속했지만 최근 실시된 재보선에서 이들의 투표가 당락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치적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러 방안 중 35세 이하 청년층에게 비례대표 의원직을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성정치권이 청년층의 어려움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직접 정치 일선에 뛰어들어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비례대표 선발은 당에서 꾸린 소수의 공천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형태를 벗어나 ‘슈퍼스타K’ 방식으로 청년 출마자들을 추려낸 뒤 청년 당원이나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런 신문기사를 접하고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야권만이 아니라 여권도 무슨 소통위원회를 강화한다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청년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층의 비례대표 의원을 고려한다면 노인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년층의 비례대표 의원도 고려해야 할 텐데 노년층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견 제시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층에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고 노년층에게는 그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인가? 그러니까 청년 표는 비싸고 노인 표는 싸다는 얘기인가? 청년의 투표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노인의 경우는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굳이 노인 표는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가.

2030, 2040, 7080…. 무슨 암호 같기도 한 이러한 숫자가 지금 우리 사회를 은연 중 갈라놓으며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은이는 높은 등록금 때문에 대학 졸업하기도 어렵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모든 업적과 가치관을 부정하고 뭔가 새롭게 바꾸는 것만이 능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노인은 평생 자식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가난과 질병의 불안뿐이라고 불평한다.

이기주의에 빠진 젊은이들이 철없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고 걱정을 한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서로를 문제시하며 심리적으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만약 여기에 20~30년 후로 예상되는 노령연금 고갈이라는 문제가 가세한다면 그 갈등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양자 간에 현실적인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즉, 연금갹출금을 적게 내려는 젊은이와 그 해의 갹출금으로 노후생활을 지탱해야 하는 노인 사이에 소리 없는 전쟁을 하게 될 것이고, 조정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져 국가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갈등이란 전통적 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사회적으로 청년세대와 노년세대 간에 제한된 자원과 역할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갈등을 빚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양세대 모두에게 불행이라는 생각에서 세대통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노인을 존경하고, 노인은 청년을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이 계승되고 세대통합이 이뤄졌었다.

어느 연령층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었다. 세대통합이라는 것이 문제된 것은 20세기 후반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해주고 병약한 노인을 누가 부양하느냐 하는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물리적 정서적 그리고 정치경제적으로 거리감을 갖고 있는 양세대가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면서 유대관계를 강화해 세대통합을 이룰 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노인 입장에서 볼 때 세대통합은 개인적으로는 가족 내에서 자녀 및 손자손녀와의 원만한 관계를 통해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아동 청소년 및 장년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그들을 위해 삶의 지혜를 전수하거나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노인의 세대통합적인 사고방식은 젊은이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들을 격려하고 우리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면서 더욱 활기차게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긍정적인 노인 이미지는 노인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결국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복지를 향상시킨다.

따라서 교육·사회·종교단체 및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세대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노인들이 과거에나 통용됐던 권위의식을 버리고 현대의 인간관계에 적합한 대화법을 새로이 배운다든지, 아동과 청소년 교육현장의 다양한 영역에 보조교사로 활동한다든지, 혹은 청년 및 장년층과 더불어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일들이다.

노인들끼리 무엇을 한다는 것은 노인에게는 심리적으로 편안하겠지만, 언제나 노인들끼리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일반 사람은 노인들만 모이는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노인들만 다니는 경로식당이나 경로대학, 노인들만 사는 노인아파트나 양로시설 등을 별로 친근감 있게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연령폐쇄적인 시설이나 프로그램보다는 여러 연령이 같이 참여하고 관계하는 연령통합적인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 노인들만 모여 있는 그곳에서 바로 노인에 대한 편견이 시작된다.

이제 노인들은 마음을 열어 젊은 세대를 받아들이자. 그들의 고민과 희망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자. 가치관이 다르고 행동양식이 다르다고 꾸짖지 말고, 그 세대가 꿈꾸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이해심을 발휘하자.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로 내려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해 보자. 노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하나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새로운 기운으로 정진하는 데 노인들이 기여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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