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지도자 상
어른과 지도자 상
  • 관리자
  • 승인 2006.11.24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시장의 어떤 새우젓 할머니는 장학금을 수억원씩 기부하는 대단한 부자다. 그런데도 수더분한 옷차림에 땟국 흐르는 앞치마 겸 전대를 두르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새우젓을 판다. 1000원 어치를 사거나 3000원 어치를 사거나 손님을 반긴다.


같은 맥락에서 돈 많고 학식 넘치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서민아파트단지의 수퍼마켓 사장, 달동네의 개척교회 목사, 동네 어귀의 내과의원….

 

이들이 만일 서비스 정신과 사회적인 책무의식을 잊어버리고 심심풀이로 소일거리 삼아 사업을 영위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들먹거리며 손님이 오건 가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코 묻은 돈을 든 어린아이가 얼마나 불편하며, 고뿔 든 동네 노인환자가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공무원, 일반 조직단체의 대표자에게는 보다 더 엄격한 봉사정신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사회와 조직 그리고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가졌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분이 높든 낮든 한 사람 한 표 티끌모아 태산을 만드는 심정으로 지지를 호소했지 않았는가 이 말이다.

 

대표자나 무슨무슨 회장한테는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투표권이 없다. 그러니 누더기를 입은 회원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라도 얕보거나 나태해져서는 안된다.


사실 통·반장이나 경로당의 노인회장만 돼도 한다하는 사람들이 앞에 나선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출직 공직에 나간 사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저런 사회단체를 맡아 이끌어 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당선되는 순간부터 권력자요, 어른이 되어 버린다. 머슴처럼 봉사하겠다던 초심을 잊고 오다가다 들르는 보통 사람들을 코흘리개 대하듯이 귀찮게 여기고 거들먹거리며 불친절하기 쉽다.


노인회는 특히 그런 위험이 많다. 어른들 모임의 지·분회 장이나 책임자급이 되었으니 어른도 상 어른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 노년세대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권고한다.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지위에 오르고, 혜택 받은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활동과 고생도 감수해야 한다.


사회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노년세대, 특히 노인회도 생각을 적극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빈한하고 배운 것 없는 서민이라도 고객이 되면 왕처럼 대접받는 사회가 되게 하고, 많이 배우고 가진 것 많은 사람이 먼저 봉사하고 고생하는 사회가 되도록 앞장서야 한다.

 

땅 부자인 우동집 사장이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는 가난한 어머니와 배고픈 아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지켜보는 사회가 되게 하는 데 노인들도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