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100세 시대, 산업·경제의 핵심은 ‘고령인력 활용’
역동적 100세 시대, 산업·경제의 핵심은 ‘고령인력 활용’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2.30 14:20
  • 호수 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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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헬스케어·은퇴 인력 재고용·학자금 펀드 지원정책 마련해야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았다. ‘80세 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회체계를 ‘100세 시대’에 맞게 새로이 구축해야 할 때다. 정부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12월 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11개 부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주축으로 ‘역동적인 100세 사회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범정부 차원의 ‘100세 시대 종합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날 컨퍼런스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던 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자리로,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부 분야별 정책방향 및 과제, 대응방안 등을 모색했다. 컨퍼런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역 및 여가·문화 △가족 및 건강 △산업 및 경제 △고용 및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백세시대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지역 및 여가·문화(제299호) △가족 및 건강(제300호)에 이어 이번 호에는 △산업 및 경제 분야에 대해 정리한다.


▲U-헬스케어 상용화…예방·맞춤형 의료서비스 확대

인생 100세 시대에는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의료서비스인 ‘U-헬스케어’(health care)산업이 부각될 전망이다. 의사와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의료서비스가 IT기술과 융합된 수요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은 “현대인의 병이라 불리는 당뇨, 성인병과 같은 생활습관병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실시간 진단 결과가 IT기술을 통해 진료시스템과 연결되는 U-헬스케어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0세 시대에 진입하면 고령층의 복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공적부조와 ‘자기 부담 원칙’에 입각한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산업이 지금까지 질병을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100세 시대에는 예방과 맞춤형 건강관리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 소장은 “U-헬스케어가 상용화되면 수요자들이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인생 100세 시대에는 치료의 목적보다는 건강 예방 기능이 강화돼 고령층뿐만 아니라 청장년층까지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U-헬스케어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시범단계에 머물러있지만 건강관리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 중요해짐에 따라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이면 전 국민의 20% 이상인 1000만명 정도가 U-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시장규모가 최소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U-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기술을 개발해도 제도 미비·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용화하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004년 세계 최초로 ‘당뇨폰’을 개발했으나 의료법에 막혀 원격진료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장 소장은 “의료비 중 생활습관병의 비율이 32.4%를 차지하고, 사망원인 중에서도 61.1%에 달한다”며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연간 1조4600억원의 순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발표자들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U-헬스케어의 경우 의사와 IT 기술간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인력 융합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아직 의료사고가 나도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혁기 지식경제부 바이오헬스과 과장은 “정부가 국민들이 보편적인 가치로 무병장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전체 활용기술 등 바이오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며 “U-헬스케어산업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FTA와 관련한 인증규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표준화 인증체계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석인 소장은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 융·복합 분야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융·복합 적합형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관련법규 재·개정 등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벤처기업, 은퇴 전문인력 재고용 지원책 ‘시급’

고령자들의 안정된 노후설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터로 ‘중소·벤처기업’을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는 “경력을 활용한 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은퇴 전문인력 재고용을 독려하자”고 제안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력의 고령화 추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300인 이상 500인 내외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약 15.6%가 정년에 근접한 중·고령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홍 교수는 “3D업종을 기피하는 젊은 인력의 수급문제와 늘어가는 고령인력 관리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전통산업 부문이 구조조정 압력을 받기 전에 중·고령인력 고용 확대 방안과 재고용을 장려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특화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명수 박사는 인력수급에 대해 “경제활동인구가 2022년 정점을 찍고 줄어들 전망이다. 2018년부터는 노동력 증가율이 1% 이하로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되며,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노동력 또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경제성장률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여성과 청년에 대한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55세 이상 고령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나 업계의 대응은 초기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력 활용 지원정책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다. 주로 선진국의 노동·복지차원의 지원정책을 도입해 △고령자고용 신규촉진 장려금 △고령자다수 고용촉진 장려금 △전직지원 장려금 △정년연장 장려금 △임금피크제 보정수당 지급 △고령자고용안정 프로그램 컨설팅비용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의 한 당사자인 중소·벤처기업의 대응능력을 키우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기업현장의 고령화에 대한 인식 수준도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0일부터 11월 10일까지 250개 기업(중소기업 152개, 벤처기업 60개, 중견기업 38개)에 대한 ‘고령화 영향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5점 척도기준으로 1.56~2.18점을 나타내며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고령화 영향 중 ‘생산 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한 부분만 2.18점을 기록해 그나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장기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현재 경영상의 어려움이 고령인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홍길표 교수는 “‘경력활용형 창업’ ‘전문 기술인력 재고용지원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추진되는 고령친화산업 육성 방향에는 중소·벤처기업에 직접적인 지원과 사업화가 가능한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금 펀드·연금 소득공제 한도 확대해야

출산율 제고와 노후생활 기반 마련을 위한 학자금펀드 세제혜택 도입과 연금 세제혜택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교육비 지출 비중이 높고 교육비 부담이 큰 특성상 기혼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녀의 대학교 학자금 용도로 제한된 펀드에 대해 연간 최대 36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학자금 펀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홍 연구위원은 “국세청 대학학자금 소득공제 한도인 연간 900만원, 총액 3600만원 기준으로 설계해 연간 소득공제 한도 360만원을 적용하고 10년 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연구위원은 학자금 마련 저축·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도 100세 시대를 맞는 해법의 하나로 제시했다. 학자금 마련 세제혜택 저축 투자 상품을 도입해 장기 저축 및 투자를 유도하는 대신 인출 및 사용처를 제한해 장기적으로 자산이 축적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 그는 “자녀가 10년 뒤에 대학에 입학할 예정인 가계에는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에 미리 소득공제를 제공, 장기적으로 고령층의 자산이 축적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홍 연구위원은 퇴직자산 축적을 위한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연구위원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추가납입 및 연금 형태의 자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이 발생할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종합적 세제혜택을 주는 종합계좌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계좌의 경우, 가입자가 50세 이전이면 연 600만원, 50세 이후면 8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줘야 한다”며 “특히 퇴직에 가까운 연령층이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에는 소득공제를 더 확대해 추가적인 납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출산율 제고와 노후생활 기반 마련을 위해 세제혜택 도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차원의 협조와 조속한 실행이 요구 된다”고 지적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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