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아파트 경비, 월 300시간 격무에 녹초”
“고령의 아파트 경비, 월 300시간 격무에 녹초”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2.01.06 15:40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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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63곳 168명 조사… 일반노동자 2배

대부분 고령자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한 달 근무시간이 노동자 월평균 근무시간인 160시간의 2배에 가까운 300여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비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근무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을 비롯해 나경채 관악구 의원실, 노무법인 기린, 노동과 삶 등은 최근 관악구 63개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168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평균 연령은 약 65세로 나타났으며, 65세 이상~70세 미만이 42.2%(71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세 이상~65세 미만(26.1%), 70세 이상(18.4%), 60세 미만(10.1%) 순이었다.

경비노동자의 근무형태는 24시간 맞교대가 91.6%(154명)로 절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이 경우 노동자 평균 근무시간인 한 달 160시간의 두 배가 넘는 약 300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다수의 경비노동자의 휴가 기간은 1일 또는 2일로 응답했다. 아예 명시적으로 휴가가 없다거나 정해진 휴가 기간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경비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은 평균 5.17시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48%가 휴게시간에도 업무 부담을 갖고 있고, 62%는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없거나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몇몇 곳은 휴게 시간이 법적으로 임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휴게 시간을 편법적으로 늘려 임금 부담을 줄이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대다수의 경비노동자들이 감시나 관리 등 주업무인 경비업무 이외에도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눈 치우기나 주차관리, 분리수거 등은 그 성격이 감시 및 관리 기능과는 거리가 먼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점이다.

조사 결과, 경비노동자 대다수가 100만~12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경비노동자를 고용한 아파트 단지의 80%가 용역업체를 통해 위탁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직영·자치관리는 20%에 불과했다.

또 조사대상 노동자 전체가 임금이나 근무조건 향상을 위해 가입된 단체가 없다고 밝혀 권익과 관련한 정책 결정과정에서 당사자 목소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지적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경비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임을 감안할 때 평균 300시간은 지나치게 많은 노동시간”이라며 “장기적으로 3인 3교대의 도입을 통해 경비노동자들의 지나친 노동 시간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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