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소득에 따라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각
노후준비, 소득에 따라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각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2.01.16 16:41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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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빈곤층 보험료 지원·고령 근로 장려 등…소득보장제도 마련 시급

국민·퇴직·개인연금 등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선진화된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후준비 또한 소득에 따라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근로빈곤층에 보험료를 지원하고,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노후소득보장이 필요한 경우 근로를 장려하는 한편, 공적연금 연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공적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한 취약계층의 노인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고소득 노인 집단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 등이 저술한 ‘노후준비 실태를 반영한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방안’ 보고서에서 논의됐다.

▲“노후준비, 소득에 따라 차이 극명”
노후준비는 소득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불평등이 노후에 그대로 연결되거나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노후에도 그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위소득 20%에 속하는 1분위의 경우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는 33.1%에 불과했다. 반면 상위소득 20%에 속하는 5분위는 94.9%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개인연금 가입 비중도 저소득 가구인 1·2분위는 25% 미만인 반면 고소득 가구인 5분위는 56.5%로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노후준비가 미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의 경우 73.6%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었고, 40대는 66.0%, 50대는 73.9%였다. 반면 60세는 19.4%에 불과했다.

연령별 국민연금 가입률에서도 30~50대의 경우 국민연금 납부자의 비중이 모두 5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60대는 국민연금 적용제외자의 비중이 83.9%로 가장 높았다. 개인연금 가입률도 30대가 35.0%로 가장 많았고, 60대의 가입률은 9.7%로 나타났다. 30대를 제외하고 노후준비는 전적으로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소득계층별 노후준비에 있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불평등이 노후에도 그대로 연결되거나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노후에도 그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수단 마련을 통한 조속한 시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사는 윤석명 연구위원 등이 2011년 조사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국민연금 등의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를 바탕으로 전국 3027가구의 연령별·소득계층별 노후준비 실태를 파악한 결과다.

▲“노후준비 실태 반영한 소득보장 마련돼야”
소득 양극화 현상이 노후까지 지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후준비 실태를 충분히 반영한 소득보장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근로 빈곤층 보험료 지원 △베이비붐 세대 노후소득보장 △공적연금 연계 활성화 △고령 근로 장려 활성화 △생애주기 관점에서 맞춤형 노후설계서비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근로기간의 빈곤이 노후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장가입자로 편입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근로자나 저소득 순수 자영업자 등이 지역 가입자로 분류돼 있어 이들에 대한 보험료 지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의 50%를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100%를 가입자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가입자, 특히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조금 웃도는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과중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위한 노후소득보장 지원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다”며 “이들은 기존 부모세대 및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지면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향후 노인빈곤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노후소득보장 방안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대부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제도 완화 △특별 신용거래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 대부는 자신의 국민연금 납부보험료를 담보로 보험료를 대출받아 납부하는 방식이다. 특별 신용거래 도입방안은 베이비붐 세대에 한해 실제 연금수급에 필요한 최소 가입기간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명목상 가입기간을 충족한 것으로 상정한 뒤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에 대해서만 국민연금을 지급하자는 방안이다.

고령자들의 근로 장려도 중요하다. 정년 이후에는 비정규직(파트타임)으로 전환해 젊은층과의 직무분담을 통한 부분근로와 부분연금제도가 공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도입이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100세 시대를 맞아 기존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인생설계도 강조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선정기준 변경해야”
노년층의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 재정립도 시급하다. 특히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선정기준 변경 등 관련법 개정이 전제조건으로 손꼽힌다.

기초노령연금은 연금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지난 2007년 도입돼 2008년부터 시행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수급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소득(A값)의 5%를 기초노령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연금사각지대에 놓인 현 노년층의 노후소득 확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출발부터 제도의 성격이 명확치 않아 혼란이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소정의 연금을 지급한다는 측면에서는 일종의 무기여 복지연금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의 저연금 수급자에게도 자산조사를 통해 같은 급여를 중복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최저보장제의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없이 도입된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이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윤 연구위원은 “기초노령연금제도 도입의 주된 목적이 현 고령층의 노후빈곤 완화에 있었다”며 “이를 감안해 당분간은 기초노령연금 수급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을 최저생계비의 일정비율에 연동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인 A값 대신 최저생계비의 일정비율(140~150% 정도)로 기초노령연금 선정기준을 확정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선정 기준을 변화시킬 경우 장기적으로 지급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의 55% 선으로 떨어지는 대신 지급액은 늘어난다.

윤 연구위원은 “수급률을 떨어뜨리는 대신 절감된 예산을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초노령연금 급여를 인상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다가올 저출산·고령사회에서의 정치적·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적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한 취약계층 노인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고소득 노인 집단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득인정액에 근거해 연금급여를 차별화하는 규정을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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