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문화는 광명사회로 가는 지름길
[기고] 기부문화는 광명사회로 가는 지름길
  • 관리자
  • 승인 2012.01.20 14:11
  • 호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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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범철 대한노인회 군포시 지회장

어느 나라든 선진화된 사회는 기부문화가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민 스스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나’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국가미래발전은 공동체의 공동번영이 좌우하는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기부와 나눔이라는 것이 당장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을지라도 이것이 훗날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 보편화 돼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인 기부금과 회사 기부금의 비중이 8대2 정도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개인의 기부가 월등히 높다.

선진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에 있다. 1999년에 8500억원이었던 개인기부 총액이 2008년에는 5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금 중 80%는 종교적 헌금이다. 영국 13%, 미국 30%와 비교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국민 1인당 1년 기부 평균액은 19만9000원 정도다. 이는 미국의 7분의1, 영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설문조사결과 기부방법과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들이 매긴 국가별 기부문화 점수에서 우리나라는 46점, 낙제점을 받았다.

기부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어렵고 힘든 일상생활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는 기부의 실천, 그런 문화의 확산이야말로 계층 간의 격차를 없애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굳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이웃을 돌볼 줄 아는 사회,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선진화된 사회이자 진정한 복지국가의 튼튼한 초석이 된다고 확신한다.

기부를 실천하며 따뜻한 사회,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돈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 사랑을 나눈 기부 천사들을 통해 마음 푸근한 연초가 되길 기대한다.

우선, 67억 전 재산을 기부한 문숙 할머니. 20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아들의 이름을 따 ‘명훈장학회’를 설립, 농장운영 수익금으로 33년 동안 8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재산 67억원 전액을 장학회에 내놓았다.

철가방 기부천사도 있다. 중국집 배달원 김우수(54세)씨는 7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매월 5~10만원씩을 기부했다. 그의 기부금은 어린이재단을 통해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해졌다. 그는 일곱 살 때 고아원에 버려졌다. 고아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더욱 감동적인 사실은 만약을 대비해 어린이재단 앞으로 종신보험을 가입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값진 사랑을 전했다는 것이다.

얼굴 없는 기부 천사들도 있다. 지난해 12월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1억1000만원 수표와 자필로 적힌 편지가 발견 돼 감동을 선사한 적이 있다. 뒤이어 90대 노부부가 각각 1억원 수표 두 장을 익명으로 기부하며 성함과 거주지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 부부는 2009년 12월에도 1억원을 기부했던 경험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평생 어부로 살면서 생활비를 아껴 기부한 경우도 있다. 제주에서 30년째 어업을 하는 김희강(30)씨는 최근 7000만원을 제주시청에 기부했다. 평상시 마을 경로당 홀몸어르신들을 돌봐오던 그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생활비까지 아껴가며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도 지역 어르신들을 섬기고, 후원활동까지 참여하는 그의 삶은 진정한 기부의 표본이다.

이처럼 타인을 위해 나누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나만 알고 주위를 돌볼 줄 모르면 스스로뿐만 아니라 모두의 공존을 위협하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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