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로 변신한 ‘대박’ 발명가, 손병학(71) 어르신
마술사로 변신한 ‘대박’ 발명가, 손병학(71) 어르신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2.10 12:43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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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어르신들께 즐거움 드리는 것이 사명”

2월 11일 경북 경산시 용선면 육동교회 노인대학. 70여명의 어르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인다. 모두의 시선이 작은 신문지 하나에 쏠린다. 가늘게 찢어진 신문지 조각을 손에 든 마술사가 “얍” 기합을 넣자 찢어졌던 신문지가 멀쩡하게 펼쳐진다. 순간 ‘우와’하는 함성이 터지며 어르신들의 힘찬 박수가 쏟아진다.

무대 위에서 어르신들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은 마술사는 손병학(71) 어르신이다. 그는 요양원이나 복지관, 노인대학, 경로당, 보육원, 군부대 등을 찾아가 무료로 마술공연을 펼치는 마술 자원봉사자다. 3년 동안 청송, 안동 등 대구, 경북지역을 누비며 100차례 이상 공연을 펼쳤다. 경북 일원에서는 ‘발명가 마술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는 “공연을 보고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관객을 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자꾸 웃다보니 날이 갈수록 더 젊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웃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마술을 통해 웃음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이것만큼 보람있는 일이 어딨겠냐”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사실 손병학 어르신은 발명특허를 가진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1989년 타이어 펑크를 방지하는 액체를 개발해 발명특허를 얻었다. 사업실패 후 개발한 ‘펑크방지액’은 그의 오기와 끈기가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5년여 동안 수 만 번의 실패를 극복하고 완성된 인생역전작인 셈이다. 그의 개발품은 1989년 11월 열린 전국 우수 발명품 전시회에서 400여개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특허청장상’을 수상했다. 이후 발명품이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면서 문의가 쇄도, 연매출 2억원의 히트상품이 됐다.

하지만 그는 “발명특허를 가진 성공한 사업가는 손병학의 수많은 과거 중 하나일 뿐”이라며“화려한 과거보다 마술사로 그려가고 있는 지금이 내 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어 “노후는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도전하고 실천하며 스스로 채워가는 것이다. 은퇴 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마술”이라고 덧붙였다.

손 어르신이 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참 단순하다. 어릴 적 서커스에서 봤던 마술공연을 외로운 노인들에게 선보여 웃음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그가 펼치는 마술은 도전과 실패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인생 작품이다. 학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독학과 연습으로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마술 도구를 구입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고, 홀로 책을 보면서 익혔다. 마술도구가 닳아서 고장이 날 때까지 연습을 반복한 결과, 2년 만에 100여 가지의 마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다. 젊은 사람들도 5~6년이 걸리는 일을 정년을 넘긴 70대 노인이 이룬 것이다. 이는 보통 인내심으로는 이룰 수 없다.

마술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손 어르신은 마술을 ‘웃음과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표현한다. 그는 “마술은 국적을 초월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준다. 한 순간에 수천명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놀라운 문화예술이다. 특히 마술은 눈을 속이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과학의 결정체다. 그 매력에 빠지면 밤새는 줄 모르고 마술을 연습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독학으로 연마했지만 그의 실력은 마술연맹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다. 지난 2010년 ‘마술사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주 활동무대인 노인대학을 넘어 해외에도 진출했다.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도와 베트남에 찾아가 교회 선교활동을 도운 것. 벌써 10여 차례나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친 셈이다. 뒤늦게 알고 보니 베트남 오지에 그의 이름으로 지어진 3개의 교회가 있었다. 국위선양에 앞장서는 ‘국가대표’ 마술사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다.

손병학 어르신의 마술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술 대중화’를 꿈꾸며 전국 노인대학을 찾아다니겠다는 각오다. 이미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마술사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9월까지 봉사 일정이 잡혔다. 하지만 그는 더 먼 곳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제자를 양성해 함께 활동할 계획이다.

웃음을 잃은 대한민국 노인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전하는 ‘마술전도사’ 손병학 어르신. 마술처럼 끝없이 샘솟는 그의 열정이 앞으로의 도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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