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위해 보급된 ‘안심폰’, 사용자 배려 안돼 ‘무용지물’
홀몸노인 위해 보급된 ‘안심폰’, 사용자 배려 안돼 ‘무용지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2.24 14:46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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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의 안전과 생활지원을 위해 보급된 ‘안심폰’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안심폰’은 명함 남짓한 크기의 단말기로, 홀몸 어르신의 거주지 실내에 달아 독거노인돌보미의 휴대전화와 영상 및 음성통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는 장치다. 돌보미가 전화를 걸어 어르신들의 모습을 직접 보며 안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어르신들도 돌보미도 사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특히, 홀몸 어르신이 안심폰의 단축 버튼만 누르면 담당 돌보미에게 연락돼 위급 상황시 요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안심폰,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 취재했다.

 

▲ ▲서울 용산구의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15년 동안 살아오신 이말순 어르신이 3년째 사용 중인 안심폰 단말기 모습(원 안). 비좁은 공간에는 안심폰을 설치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어르신은 TV 옆 서랍장에 부착된 단말기가 거치적 거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항상 충전기를 꼽아 놓아야 해 전기료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히 컸다.
▲ ▶돌보미가 영상통화로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휴대폰 영상을 통해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통화음이 너무 작아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말순(83·가명) 어르신은 방에 설치된 ‘안심폰’에서 ‘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잔뜩 긴장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응답하지 않으면 딸자식보다 자신을 더 잘 챙겨주는 돌보미가 사고가 난 줄 알고 괜한 헛걸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여러 가지로 안심폰이 불편하다. 통화 내용이 울리거나 지연돼 전달되는 등 사용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말순 어르신은 전화통화를 하면 될 것을 왜 이런 거추장스런 기계를 달아주는지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말순 어르신을 돌보는 도우미도 불편함을 호소한다.

▲돌보미-홀몸노인 직접 연결 ‘기대’
홀몸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보살핀다는 독거노인 종합지원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 읍면자치센터 등과 함께 안심폰 보급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가 2008년 12월 시범사업 이후 2009년부터 민관협력사업으로 본격 개시한 ‘사랑의 안심폰’은 서울시내 홀몸 어르신 약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이후 매년 500명씩 늘어 지난해까지 모두 5500명의 홀몸노인이 안심폰을 설치했다.

인천시도 2011년부터 ‘안심폰’을 보급하고 있다. 독거노인돌보미가 ‘노인돌봄서비스’ 사업의 일환으로 주1회 직접 방문하고 2회에 걸쳐 전화로 홀몸 어르신들의 안전확인과 더불어 추가로 안심폰을 지급했다. 안심폰 보급 초기에는 ‘노인돌봄서비스’ 사업과 더불어 보다 적극적으로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기대와 관심이 컸다.

인천 연수구의 경우 자치구내 한 동에 대체로 400명 안팎의 홀몸노인이 거주한다. 그 가운데 25명 내외 어르신들이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이며, 이들 중 약 6명 가량이 ‘안심폰’을 사용 중이다.

안심폰 보급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어르신들이 설치 대상자로 선정돼도 극구 꺼린다는 점이다. 독거노인돌보미들에 따르면 어르신 10명 가운데 8명은 설치를 원치 않아 기능과 취지를 알리며 설득하는데 진땀을 흘려야 한다.

▲사용 불편, 애물단지 ‘전락’
어르신들이 안심폰을 꺼리는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홀몸 어르신들의 형편상 단말기를 견고하게 부착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단말기에 연결된 선들도 생활하다보면 거치적거릴 뿐이란 불평이 대부분이었다. 또, 충전기를 항상 꽂아 놓는 것도 전기요금 걱정에 불만이다. 몇 차례 이용하다 방 한구석에 방치하거나 아예 버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서울지역 관련 센터의 한 독거노인돌보미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걸면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대부분 생활형편이 어려워) 전기요금이 몇 백원 밖에 안 된다고 알아듣게 설명해도 충전기를 빼놓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또, 단말기를 견고하게 고정하는 장치가 없어 대부분 양면테이프 등을 이용, 영상통화가 가능한 눈높이에 임시방편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단말기가 분실 또는 파손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돌보미는 “안심폰을 달아드린 후 며칠이 지나 어르신 댁에 갔더니 단말기가 보이지 않아 여쭸더니 ‘자꾸 떨어지고 쓸 데도 없고 귀찮아 버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의 형편상 공간이 비좁아 단말기 설치가 마땅찮은 경우도 많다.

현재 서울의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15년째 생활하는 이모(83) 어르신의 경우 서랍장에 부착해 놨다.

‘노인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 어르신도 3년째 안심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안심폰 단말기를 적절히 사용하는 편이라지만 단축 버튼을 눌러 담당 돌보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말기 제작상의 결함도 지적된다. 인천지역 노인복지기관의 한 돌보미는 “버튼 크기가 너무 작아 어르신들이 단축 버튼을 눌렀는지 즉각 확인이 어렵다”며 “비교적 안심폰을 잘 사용하는 어르신들도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하는 등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일반전화에 밀려 퇴출 ‘위기’
서울 한 독거노인돌보미가 담당 어르신께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옆에서 지켜봐도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알 수 있었다.

돌보미가 안심폰으로 연락했을 경우 어르신이 단말기 앞에 와 받아야 한다. 어르신들이 안심폰을 받지 않는 경우 일반 전화로 전화를 걸어 “안심폰 받으시라”고 일러준 뒤 안심폰을 재차 걸어 영상통화를 하는 ‘해프닝’도 많다. 안심폰은 사용요금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해프닝이 아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청력이 떨어져 안심폰의 벨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반 전화로 통화하는 편이 어르신이나 도우미 모두에게 익숙하고 편하다.

또, 안심폰은 통화가 연결돼도 통화음이 너무 작고 전달속도가 느린데다 소리가 울려 명확히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어르신 대부분이 안심폰을 외면한 채 일반 전화를 사용해 도우미에게 연락하고 있다.

독거노인돌보미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전화기 액정화면의 영상을 통해 어르신의 얼굴을 확인하며 통화해야 한다. 하지만 수화기 음성이 들리지 않아 단말기를 귀와 눈으로 번갈아 옮기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이 돌보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 인천지역의 한 돌보미는 “보살피는 입장에서는 영상으로 어르신 모습을 확인하니 답답하지 않고 반갑다”며 “돌보미들을 보고 반가워 해야 할 어르신들은 정작 화면을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심폰을 사용 중인 한 어르신은 “단말기 크기가 지금보다 컸으면 좋겠다”며 “화면도 보고 대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개선점 산적… 확대시행 ‘글쎄’
독거노인돌보미들 사이에서 ‘안심폰 무용지물론’은 당연한 듯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심폰이 집안 한 곳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응답이 없을 경우 사고인지, 외출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반 전화로 통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노인돌봄서비스 체계에서도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게끔 돼 있어 안심폰으로 인한 ‘득’이 없다는 것.

한 돌보미는 “돌보미의 휴대전화 단말기에 어르신의 외출 여부를 알리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심폰만으로는 안부확인에 한계가 있어 일반 전화를 걸어야 하고, 그마저 안되면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안심폰을 사용 중인 한 어르신은 “실외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다 미끄러져 넘어져 무릎을 다쳐 거동할 수 없었고, 안심폰도 실내에 있어 도우미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심폰은 돌보미가 영상통화를 시도하는 경우 어르신 댁의 단말기가 자동으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의 한 센터 관계자는 “전화를 걸면 ‘띵동’ 소리와 함께 영상이 전달되는데 어르신들이 신호음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돌보미의 성별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등의 상황에서는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지역의 한 돌보미는 “안심폰 도입으로 기존 ‘노인돌봄서비스’보다 나아진 점은 돌보미의 휴대전화 요금으로 충당했던 5만원 가량의 비용이 별도로 지원되는 점”이라며 “향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안심폰이 운영된다면 재정 낭비라고 판단, 확대 시행에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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