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예비노년층, 시니어 문화를 바꾸고 있다 ② 여성편
50~60대 예비노년층, 시니어 문화를 바꾸고 있다 ② 여성편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3.09 14:27
  • 호수 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장년여성, 패션·미용업계 타깃… ‘마음만 청춘’ 아닌 ‘외모도 청춘’
최근 50~60대 예비노년층은 매우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향유하면서 자전거, 등산 등의 레저 스포츠를 적극 즐기며 건강을 지키고, 다양한 취미생활도 누린다. 외모에도 관심이 많다. 옷과 문화생활은 백화점에서 외모는 미용전문점에서 가꾸며, 각종 전자기기 사용에도 익숙하다. 이들은 경제력 여부를 떠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백세시대은 시니어 계층에 편입돼 있는 이들 예비노년층의 면모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 호에는 ‘루비족’이라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는 중년여성들을 분석했다. 여성 시니어들이 주도하는 사회변화와 이들의 특징에 대해 살펴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박청심(58·주부)씨는 50대 후반의 나이인데도 40대 못잖은 동안(童顔) 외모를 뽐낸다. 뽀글뽀글한 파마 대신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딸이 즐겨 입는 수입 캐주얼 의류와 운동화도 함께 신는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세 번씩 요가와 수영을 배우며 건강과 몸매관리에도 열심이다.

박씨처럼 젊은이 못잖은 젊고 세련된 감각을 추구하는 40~50대 여성을 ‘루비(ruby)족’이라 부른다.

루비족은 상쾌함(Refresh), 특별함(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을 뜻하는 영어 첫 글자를 합성한 단어로, 30대의 멋과 패션, 젊음을 추구하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들과 함께 건강과 외모관리에 적극적인 ‘5060 뉴시니어족’이 급증하고 있다.

패션·뷰티 업계에서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를 즐기며, ‘보톡스’ ‘리프팅’ 등 전문 피부과 시술에도 적극적이다. ‘흘러간 구세대’나 ‘한물간 노땅’으로 치부되는 것을 거부하며 ‘마음만 청춘’이 아니라, ‘외모도 청춘’이고 싶은 당당한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

▲젊음의 영역, 중년여성까지 확대
중년여성의 소비력은 브라운관에서 우선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젊은 스타들에게만 집중됐던 시청자들의 관심이 중년 배우들에게 옮겨가는 것.

최근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황신혜(49), 김희애(45), 심혜진(45), 채시라(44), 김남주(41), 고현정(41), 오연수(41) 등은 연기는 물론, 나이를 잊은 듯한 얼굴과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많은 주부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들이 방송에서 착용한 옷과 가방, 액세서리는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며 동일 브랜드의 매출로 이어질 정도다.

예전에는 건넌방에서 애를 보거나 주인공에게 주책을 부리는 이모, 억척스런 아줌마 역할에 머물렀던 40대 여배우들이 드라마를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젊은 배우에 뒤지지 않는 빼어난 외모로 제2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공연 무대에서도 중년 여배우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 ‘메노포즈’ ‘캣츠’를 비롯해 연극 ‘걸걸걸’ ‘신의 아그네스’ 등 중년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 즐비하다. 윤석화(56), 전수경(46), 최정원(43) 등의 배우들은 깊이 있는 연기와 대중인지도, 작품 속의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처럼 중년 여성들이 브라운관과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뽀글 머리’와 ‘몸빼 바지’가 중년 여성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면, 최근엔 돋보이는 헤어스타일과 감각적인 패션으로 세련되고 당당한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고 있다.

▲패션업계, 중년여성 브랜드 잇따라 출시
패션시장에서도 중장년 여성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다. 국내 대표 패션기업인 제일모직과 LG패션이 연이어 중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고, 백화점과 홈쇼핑에서도 스타일리스트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여성 시니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 중장년층의 여성복 시장은 경제력과 패션 감각을 갖춘 고객들이 넘치는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가을 1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시니어 브랜드 ‘데레쿠니’를 선보였다. 2년 전 출시한 시니어 브랜드 ‘르베이지’를 통해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홍보담당자는 “새 브랜드 론칭 이후 점포당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데레쿠니’는 액세서리 비중 및 유통망을 확대하고, 성장 중인 ‘르베이지’는 상품 이미지를 보다 젊게 가져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류수입 사업을 지속해 온 LG패션은 원단부터 차별화 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성인용 캐주얼 브랜드 ‘레이’는 고가의 이태리 직수입 원단만을 사용한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막스마라’의 독점 수입권을 확보해 명품 시니어 의류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뒤늦게 중년 여성복 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신원’은 지난해 신규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를 론칭, 2개월 만에 억대 매장(반포점)을 탄생시켰다. 현재 70개까지 매장을 늘렸고, 올해 말까지 80개 매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올 매출 600억원을 목표로 중국 시장 진출과 온라인 판매까지 유통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숙녀정장의 터줏대감 ‘마담포라’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2010년 론칭한 ‘엠포라’의 본격 영업 확대에 나선다.

또한 40~50대 여성 소비층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도 자체적으로 본점, 목동점, 대구점 등에 스페인 디자이너 브랜드 ‘아돌포도밍게즈’를 선보이며 중년시니어들의 ‘여심’(女心)잡기에 여념이 없다.

▲중장년 겨냥한 한방화장품·성형 ‘인기’
시장 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른 화장품업계는 중장년층을 ‘다크호스’로 보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한방 화장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점유율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엘지(LG)생활건강’은 올해 초 한방 화장품의 성분과 용기 디자인 등을 한층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장년층 인구가 더욱 두터워지면서 시니어 전용 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 성장은 6% 아래에 머물고 있는 반면, 한방 화장품 매출은 10~20%대의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명품화장품 업계도 경기불황 속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름개선, 기미·검버섯 개선 등 ‘안티에이징’ 기능성 화장품 중심의 해외 명품화장품들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5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을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피부과 시술도 크게 늘고 있다. 모발이식처럼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한 시술은 물론 자신감을 갖기 위한 미용성형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인수 빈센트 성형외과·피부과 원장은 “요즘 성형외과 업계에서는 고객의 30%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며 “보톡스와 필러 주사는 기본이고, 주름의 정도에 따라 레이저를 선별해 맞춤 관리하는 ‘리프팅’ 시술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고액의 피부과 시술을 받는 데도 주저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중장년여성, 온라인 미용시장 ‘큰손’
중장년층 여성의 소비자 파워는 온라인 매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40~50대 중년 여성이 온라인쇼핑몰 미용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년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은 물론 다이어트 식품, 손톱미용, 기능성 보정의류 등 다양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40~50대 여성회원의 화장품 구매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33% 늘었다. 사이트 내 화장품 구매율이 19% 증가한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화장품 구매자 중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35%를 넘어섰다.

40대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미용 제품은 단연 노화방지나 보습 등의 효능이 뛰어난 기능성 화장품이다. 옥션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40대 여성 중 30%가 기능성 화장품을 쇼핑했다. 미용 용품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져 손톱미용과 머리카락 보호용품 외에도 기능성 속옷, 부분 가발에 대한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가 주 고객이었던 손톱미용 제품군에서는 올해 40대 여성들의 구매 비중이 1년 새 66%나 늘었다. 또한 40~50대 여성이 마사지나 스파 등의 이용권을 구매하는 비율도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실제 기능성 속옷을 찾는 40대 여성 고객은 1년 새 27%나 늘었으며, 다이어트 제품도 증가폭이 25%에 달했다.

김용규 옥션 뷰티팀 팀장은 “중년 여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에 온라인 쇼핑몰들도 경쟁적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패션·의류 기획전을 열고 있다”며 “20~30대에 집중됐던 뷰티 마케팅이 경제력 있는 중년 여성들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끝>
글=안종호 기자 / 사진=백세시대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