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성관계 원한다면 남녀 인식차부터 깨달아야”
“행복한 이성관계 원한다면 남녀 인식차부터 깨달아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3.30 16:11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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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직접적 성관계가 삶의 만족도 좌우
여성-손잡고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
노인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영화‘죽어도 좋다’와‘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노인의 성을 현실적이고 애틋하게 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들에게 성은 부끄럽고 민망해서 감추고 싶은 욕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성과 사랑 문제는 무엇일까. 노인전문상담기관인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가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접수된 성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이성교제 희망’ ‘성관계의 어려움’ ‘성충동 및 억제’ 등이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혔다. 이 중 50여개의 상담 중 대표 사례 3가지를 바탕으로 주요 상담내용을 요약하고, 전문 상담가들이 제시한 답변을 정리했다. ■도움말=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02-723-9988)

 

▲ 노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성교제에 대한 어르신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러브샷’ 행사에 참석한 노년의 부부들이 와인을 마시며 가벼운 스킨십으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사례1] 이성교제 희망

Q :“외로습니다. 이젠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A :
홀몸노인인 경우 애인을 만들고 싶지만 가족의 눈치와 사회적 인식 때문에 갈등하는 경우다. 상담자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내 비친다. 부끄러운 마음을 들킨 것처럼 민망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성을 만나 사랑하고 싶은 욕구는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복권에 해당한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는 지극히 당연한 인간 본연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담가들은 자신의 이성교제 욕구를 감추지 말고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이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심정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인들의 성과 사랑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노인뿐 아니라 자녀들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성교제를 희망하는 홀몸노인이라면 사회활동을 통한 대인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 경로당, 복지관을 비롯해 동호회 등 가까운 곳에서 동년배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Q :“이성친구를 만나면 사별한 배우자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요.”
A :
사별한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이성교제를 꺼리거나 고민하는 사례다. 이들은 대부분 배우자와 사별한 뒤 우울증을 겪는다. 이로 인해 경로당이나 친구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결국 사별한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이성교제는 물론 성적인 접촉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 경우 심층상담을 진행하면, 이성은 배우자로 만족해야 한다는 유교적 관념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최근의 사회문화는 노년의 이성교제에 대해 관대하다. 도덕적 가치관이 성적 욕망이나 이성관계를 지나치게 통제하면 심리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노년기의 사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를 숨기거나 지나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상담 받은 남성노인의 대부분은 여성노인에 대해 자신을 수발하거나 가사를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은 생각이다. 왜냐면, 여성노인이 재혼이나 이성교제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성노인을 수발하는 일과 재차 사별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만나는 이성관계에서는 성역할에 대한 재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나 상담전문기관 등이 실시하는 시니어 성교육을 추천한다.

[사례2] 부부 성관계 개선

Q :“남편의 성관계 요구가 내키지 않아요.”
A :
여성노인들이 성관계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은 신체기능의 변화에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이다. 여성노인의 경우 폐경기와 갱년기를 겪으며 신체에 큰 변화를 겪는다. 여성으로서의 매력과 성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남편과의 성관계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성기능은 감소했다고 느꼈지만 이성교제와 성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따라서, 노부부간 성적 갈등은 성욕을 해결하는 남녀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 상담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남성노인은 여성보다 성욕이 왕성하다. 설문조사에서도 남성노인은 성생활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와 일치한다고 느꼈다. 특히, 부부의 성은 ‘성교’라는 행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여성노인은 직접적인 성관계보다는 손을 잡고 책을 하거나 함께 춤을 추는 등 간접적인 스킨십과 감성적인 교류만으로도 성욕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성관계 중 상대와 자신의 요구사항을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소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성적 문제가 부부관계 단절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부부간의 단절된 소통이 불만족스런 성관계의 시발점인 셈이다. 부부간의 성문제는 성기능과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소통의 회복,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 제거에서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남성은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는 부인 또는 이성친구과 함께 댄스를 배우는 등 땀을 흘리며 운동할 것을 전문상담가들은 권한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스킨십으로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을 긁어주거나, 몸을 쓰다듬어주는 작은 애정표현도 효과적이다.

Q :“은퇴 후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하게 됩니다.”
A :
여성들이 폐경 이후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겪는다면, 남성노인들은 은퇴와 함께 사회적 존재감을 상실한 이후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 자신감 저하는 사회활동의 제약,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위축감 때문에 부인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남성노인이 갖게 되는 심리적 위축감은 성관계도 소극적으로 변화시킨다. 발기가 되지 않거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성노인의 발기력 저하는 심리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학적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년층 스스로 신체적 변화를 감안, 젊은시절과 같은 파워풀한 성관계를 기준점으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 성기능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미안해하거나 주눅들 이유도 없다. 상대와 교감하며 만족할 수 있는 생명에너지를 공유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관계 외에도 춤과 노래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도 성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계기가 된다. 포옹이나 안마 등 여러 형태로 성적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

전문상담가들은 성적 욕구만 추구하면 부부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관계가 부족해 부부간 마음을 닫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 소통이 부족해 성관계도 어려진다는 것이다. 권위와 역할에 대한 집착, 잘못된 습관, 관심 부족 등이 노년의 부부관계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이 경우 성관계보다 우선 부부사이에 왜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 돌이켜보는 대화와 상담이 필요하다. 남편 또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 상대가 마음을 열만한 것들을 이해하고 살펴서 하나씩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점차 마음이 열리고 성관계도 가능해진다. 화부터 낸다면 결실을 맺기 어렵다.

[사례3] 성충동 및 억제

Q :“자위행위를 하면 죄책감이 들어요.”
A : 홀몸노인들이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위를 하게 되면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상담을 의뢰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자위는 성욕을 해소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므로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다만,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를 할 경우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사정을 하면 남성호르몬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그러나, 상담가들이 자위를 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양한 사회활동과 운동을 통해 성욕을 해소하고, 자연스러운 이성교제를 시작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나친 자위는 건강에 해롭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1주일에 1~2회의 자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몸이 피곤하거나, 성기에 무리가 갈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

Q :“밤마다 사정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A : 흔치는 않지만 이처럼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도움을 청하는 남성노인이 더러 있다. 중독성 성충동은 남성노인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역할을 상실하면서 강해질 수 있다. 정서적 방임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고독감과 수치심이 성적충동에 집착하게 하고, 이를 반복하게 된다. 성상담 사례에 접목시켜 보면, 이들에게는 성적 욕구 충족보다는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생활리듬의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외로움을 오래 견딘 경우 성행위만이 아니라 이성의 보살핌과 따뜻한 교류가 더욱 절실하다.

자녀들이 부모의 성충동 행동을 상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녀들이 이런 모습을 목격한 경우, 부모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님께 건강상 변화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간혹 뇌혈관질환 등으로 성충동이 통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적 소외감과 성적 욕구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성매매 등의 잘못된 접근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비뇨기과 진료와 함께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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