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시설에 부는 변화의 바람…
IT·세대통합·맞춤형서비스로 ‘환골탈태’
노인복지시설에 부는 변화의 바람…
IT·세대통합·맞춤형서비스로 ‘환골탈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4.20 17:03
  • 호수 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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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시설이 진화하고 있다. 수요자의 욕구와 최신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화, 성장하고 있다. 기존 노인복지시설이 장소 제공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노인회·지자체와 연계해 소비자 중심,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여가·문화 등‘즐길 거리’에 집중했던 교육 프로그램은 IT·외국어 등 ‘평생교육’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복지관에서 사설 학원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노인을 위한 전문 건강관리센터가 개설되는가 하면 노인회관이 주민들과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노인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이 ‘취약계층 돕기’에서‘더불어 살기’로 바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경기 의왕시, 충북 제천시의 사례를 통해 ‘주민 복지시설’ ‘소통 복지시설’로 거듭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서울 강남시니어플라자는 노인복지관 최초로 ‘아이나라 키즈룸’을 운영, 세대통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즈룸을 방문한 아이들이 엄마, 전담 보육교사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강남시니어플라자
▲세대통합·고품질 서비스로 주민에 인기
지난해 9월 개관한 서울 ‘강남시니어플라자’는 노인복지법 상 노인여가문화시설에 속하는 노인복지관이다. 하지만 노인들만 찾는 노인복지관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과감하게 이름을 ‘시니어플라자’로 지었다. 복지시설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애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광장’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시니어플라자 내방객 중에는 타 노인복지관 이용 경험이 없는 어르신 비율이 높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서비스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IT·외국어 학습 강화 등 지금까지 노인복지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수준 높은 평생교육의 장’을 추구하는 시니어플라자의 교육프로그램은 브랜드 매칭을 통해 YBM전문어학원과 미래에셋 전문 강사진의 수준 높은 강의가 진행된다. 특히 IT강의에 대한 호응이 높다. SNS&블로그, 아이패드, 스마트폰 활용, 소셜모바일방송아카데미 등은 가장 먼저 마감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특히 시니어 플라자는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일부 교육프로그램을 유료화했다. 프로그램 수강료를 더 지불하더라도 좋은 강의를 듣고 싶다는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초에는 색소폰·바이올린·클라리넷, 양생요가·남성요가·라인댄스·챠밍댄스 등 전문성을 요하는 신규 프로그램만 39개가 개설됐다.

시니어플라자에서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소셜모바일(Social Mobile) 방송’이다. 모바일방송아카데미와 인터넷방송국 동아리 회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제작한 방송을 인터넷 공유사이트 ‘아프리카’ ‘유투브’ ‘페이스북’ 등에 실시간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년세대의 달라진 문화를 젊은 세대와 공유한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시니어 플라자에는 영유아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왕래가 자유롭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노인들과 맞벌이 부부를 위해 국내 최초로 ‘키즈룸’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키즈룸 가입 회원은 50가정을 넘어섰다. 또한 ‘해피레스토랑’(경로식당)과 ‘카페 마로니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 맛있는 식사와 음료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아트갤러리, 찾아가는 영화감상회, 서고 등을 통해 세대통합공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트갤러리와 서고는 항시 개방하고, 영화감상회는 주말마다 손자손녀와 함께 사는 3대 가정을 찾아간다.

▲제천노인회, 복지관식 노인회관 운영
기존 건물을 활용, 부족한 노인복지시설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대한노인회 충북 제천시지회는 ‘복지 너머의 복지’를 목표로 구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종합복지관식 독립 노인복지시설을 마련했다. 특히, 제천시의회는 지역 어르신들의 복지증진과 지역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 관련 법안까지 개정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제천시 노인회관은 이상근 지회장을 비롯한 지회 임원들이 3년 간 쏟은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2009년 노인회관 건립을 촉구하며 회원 9557명이 참여해 서명운동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충청북도 ‘노인교실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었다.

이상근 지회장은 “제천시는 노인인구 비율이 15.2%에 달하고 307개 경로당이 있지만 이를 감당할 노인복지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특히 노인복지증진과 권익향상을 도모해야 할 노인회가 변변한 사무실도 없어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새로 건립된 노인회관은 부지면적 2436.9㎡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현대식 건물로 세워졌다. 시는 총 사업비 17억9000만원을 지원했고, 노인회 임원 및 지역 경로당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5024만원을 모금했다. 또, 오래되고 허름한 노인회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운동시설, 컴퓨터교육장,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제천시노인회는 지난 1월부터 노인대학, 교양프로그램, 컴퓨터 및 취미교실 등 여느 복지관과 다름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주민들도 이용이 가능한 이·미용실과 식당, 실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해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 셈이다. 더불어 이곳에서 일하는 회원들에게는 노인일자리까지 제공할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주민들과 어르신들의 의견을 적극 노인회관 운영에 반응하는 행정시스템도 구축했다. 노인회관의 신문고 격인 고객의견 수렴함을 통해 어르신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편의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다양한 수요자의 목소리를 경청해 신규 프로그램 개설과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세대 공감을 유도하고, 평생의 연륜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청소년이 동참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상근 지회장은 “이제 제대로 된 ‘하드웨어’를 갖췄으니 남은 과제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일”이라며 “컴퓨터교실을 비롯해 노인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은 물론 위생적이고 행복한 노인식당을 운영, 노인들을 위한 최적의 생활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인건강센터 마련, 맞춤형 건강관리
지역 노인들의 건강을 시가 직접 나서 챙기는 곳도 있다. 경기 의왕시는 노인들에게 체계적인 운동법과 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노인건강센터를 마련했다. ‘노인 근력은 건강의 지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지자체가 지역노인을 위한 건강센터를 별도로 개설한 것은 의왕시가 전국 최초다.

노인건강센터는 기능적으로 요양원과 피트니스센터의 중간에 해당한다. 피트니스센터에서 볼 수 있는 운동전문가들이 어르신들의 신체적 특성을 파악해 개인 맞춤형 건강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의왕시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등 노인성질환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 노인건강센터를 만들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어르신들이 운동할 장소나 시설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러한 애로사항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노인건강센터는 기존 복지관이나 요양원과 달리 철저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이용 어르신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센터에는 하루 80여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한다. 개관 한 달 만에 이용자가 3000명을 넘었고, 지금까지 1만여명이 건강센터를 다녀갔다. 노인건강센터의 인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많은 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할 정도다.

시는 시설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의사 1명과 전문인력 4명이 배치됐고, 진료상담실, 개인 맞춤형 운동을 위한 신체기능 회복실, 낙상예방실, 인지증진실, 그룹운동실, 피톤치드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가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돕는 한편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2개월에 한 차례씩 진행한다. 또, 어르신들의 신체 특성에 맞춰 연구 개발된 첨단 운동증진기구들도 독일, 이스라엘 등지에서 수입해 29종류나 갖추고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앞으로 노인건강센터 내 인지증진 장비 보강과 재활의사 진단 및 상담 평가, 신체 기능회복훈련 및 인지건강증진프로그램 운영, 그룹운동치료·낙상예방 및 기능평가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도모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센터 이용 만족도를 평가해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책임지는 건강복지센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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