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공간에 가꾼 텃밭,
먹을거리·환경보호·정신건강 ‘일석삼조’
자투리 공간에 가꾼 텃밭,
먹을거리·환경보호·정신건강 ‘일석삼조’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4.20 17:07
  • 호수 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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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 붐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는 “조경면적의 40%를 텃밭으로 조성하라”며 건물 신축 때 텃밭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텃밭은 도심 속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누구나 비어 있는 옥상이나 베란다, 상자를 활용해 자신만의 멋진 채소밭을 가꿀 수 있다. 만개한 꽃들이 본격적으로 봄을 알리는 4월. 한번쯤 옥상에 가족 텃밭을 가꿔보면 어떨까. 온 가족 안심 먹을거리도 챙기고 가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직접 가꾼 농작물의 신선함을 즐기는 것은 덤이다. 도시민이라면 검붉은 흙을 만져가며 물과 거름도 주고 채소를 가꾸는 과정에서 삶의 여유와 정서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봄철 텃밭에 적합한 채소는 무엇이고 어떻게 가꿀까.

▲ 텃밭을 가꾸면 온 가족 안심 먹을거리도 챙기고 가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직접 가꾼 농작물의 신선함을 즐기는 한편 채소를 가꾸는 과정에서 삶의 여유와 정서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서울 신림동의 한 주택가 옥상에서 어르신이 아들과 함께 가꾸는 텃밭의 화초를 돌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텃밭 인기 상한가… 일상에 다양한 효과 안겨
요즘은 도심 여기저기에서 어렵지 않게 텃밭을 볼 수 있다. 웬만한 아파트 공터나 산 밑에는 어르신들이 대충 울타리를 쳐서 만든 텃밭들이 많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채소를 직접 유기농에 가깝게 재배한다는 점에서 5평에 10~15만원 남짓하는 텃밭 분양에 경쟁률이 치솟기도 한다.

텃밭을 가꿀 때 생기는 이점은 의외로 많다. 텃밭은 도심의 대기정화효과 및 열섬현상 예방 등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작물의 생육 상태를 수시로 관찰할 수 있어 교육 효과도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권 박사는 “사람들이 텃밭에 참여하는 데는 여러 기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농작물을 재배할 때의 재미와 함께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다는 보람 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텃밭 재배 등 농작업은 사람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며 “특히 정신적으로 긴장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도시민이나 신체적으로 약한 어르신들에게 농작업은 아주 좋은 심신 강화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물 생산 과정이 주는 재미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로 심신장애자 등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 주변에서 텃밭을 직접 가꾸는 대다수 어르신들이 ‘농작물을 재배하면 마음이 치료된다’고 입을 모은다”며 “하지만 6~7월쯤 날씨가 더워지면서 경험 부족과 체력 저하로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텃밭 가꾸기를 지속하면 노후 건강에 더없이 좋다”고 설명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조성된 텃밭을 가구수로 나누면 가구당 평균 4평 내외에 해당한다. 연간 1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작물을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재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의 경우 텃밭 재배를 소일거리로 매월 수 만원의 소득이 생기기도 한다.

채소 위주의 도심지 텃밭 재배는 작업상 위험성이 거의 없다. 다만, 텃밭 주변에 손이나 발을 씻을 수 있는 상수도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시설이나 토지 이용 규제로 다소 까다로운 것이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텃밭 열풍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은 “텃밭재배에 대해 특히 어르신들의 참여 욕구가 높다”며 “도심지에선 작은 공간이라도 경쟁이 심할 정도로 텃밭이 부족해 기회만 된다면 무조건 양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텃밭 작물에 대한 수요가 크지만 주류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틈새시장”이라며 도심지 텃밭이 활성화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어르신들의 경우 집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주말농장 등을 이용하며 텃밭을 재배하지만 장시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에 하차하기도 한다”며 “주택내 공간이 여의치 않다면 도시의 빈 공터를 적극 분양해 활용하는 것도 이동거리를 좁히는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점이 많은 텃밭 재배. 옥상이나 베란다 등 자투리 공간에서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재배 채소 선정과 농기구 마련이다.

▲옥상·베란다 텃밭, 작물 선택이 중요
텃밭을 처음 가꾼다면 기르기 쉬운 작물을 선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평소 많이 사용하는 무와 당근, 상추는 요리에서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높고 텃밭 재배에도 적합하다.

초보도 쉽게 재배할 수 있는 대표 작물은 엽근 채류. 상추와 쑥갓, 열무, 당근, 부추, 대파 등이다. 고추와 방울토마토, 가지, 애호박 등 과채류도 좋다. 고구마와 도라지, 더덕도 재배에 적합하다.

옥상을 이용할 경우 햇빛이 강하고 지상보다 바람이 심해 그늘에서 자라는 작물 또는 키 큰 작물은 피해야 한다. 옥상은 병해충이 적고 사용할 수 있는 비료가 비교적 다양하며 어린 묘에서부터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이 좋다.

이와 달리 베란다는 바깥보다 햇빛의 양은 적지만 비바람이나 병해충의 영향이 많지 않다. 일조량의 영향이 덜한 상추와 쑥갓, 시금치 등 잎 큰 채소들이 적합하다.

옥상과 베란다 텃밭 모두 손이 덜 가고 키우기 쉬운 감자나 콩류를 비롯해 비교적 손이 많이 가지만 수확의 기쁨이 큰 토마토나 가지 등 채소류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3월 말부터 4월 초 재배에 적당한 작물은 감자다. 이 즈음은 각종 잎채소를 파종하는 시기다. 파종 후 한 달이 지나면 수시로 손바닥만한 잎을 딸 수 있다. 5월이 시작되면 여름 작물인 고추와 토마토, 고구마를 주작물로 심으면 된다. 장마 전인 6월 말부터 7월 초는 수확기다.

과채류의 방울토마토는 키우기도 비교적 쉬워 화분으로도 기를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강하고 당도가 높다. 모종을 기르려면 7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재배과정에서 지주대를 이용하며 7월 하순부터 10월 상순까지 새빨갛게 익은 것을 차례로 수확해 먹으면 된다.

가지도 텃밭 재배에 좋다. 하지만 일조량이나 비료가 부족하면 꽃이 떨어지고 가지다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키우기는 쉬운 편이다. 잎이 넓어 수분 증발이 많다. 물을 좋아하지만 습기에는 약하다. 모종의 성장은 75~80일 정도 걸린다. 열매가 있기 때문에 지주대를 이용해 재배한다. 수확 시작 후 2주에 1회 웃거름을 주며 30cm 정도 자랄 때까지 물과 액상비료를 희석해 준다. 첫 열매는 통상적인 크기의 절반까지 자라면 수확을 해야 포기가 잘 자란다.

오이도 쉽게 키울 수 있다. 96%가 수분인 한 해살이 오이는 재배시 수분 관리가 중요하다. 오이는 병충해에 강한 접목 모종을 구입하는 게 좋다. 지주대를 세워 키우며, 어미 덩굴의 5~6번째 마디까지 곁가지를 모두 따 없앤다. 2주 후에 화학비료를 주며 흙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볏짚으로 덮어준다.

새싹도 텃밭에 제격이다. 완전히 성장한 채소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3~4배 많다. 키우기도 쉽다. 6~8일 동안 재배 후 수확할 수 있다. 단백질과 효소 등이 많고 쉽게 소화할 수 있다. 물에 불린 새싹 씨앗을 채반에 펴 뚜껑을 덮어놓으면 1~3일 후 씨앗의 3분의 2가 발아한다. 여름에는 하루에 한번 깨끗한 물로 갈고 수시로 분무해준다.

장미과 여러해살이 풀인 딸기는 2개월 동안 수확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딸 수 있다. 딸기의 비타민C는 춘곤증 해소에도 좋고 콜라겐 생성에는 필수다.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면역력도 높인다. 모종을 10월경에 심으면 3월 말 꽃이 필 즈음 웃거름을 준다. 시든 후에도 웃거름을 준다. 꽃이 핀 후 40일부터 수확하며 2개월에 걸쳐 수확할 수 있다.

‘이십일 무’로 불리는 ‘레디쉬’도 재배하기에 좋다. 20℃ 전후의 기후에 잘 자라 봄과 가을 파종에 적합하며, 1년 내내 재배할 수 있다. 1cm 간격으로 씨를 뿌려 흙을 덮은 뒤 일주일이 지나면 싹이 난다. 5주가 되면 수확할 수 있다.

상추는 씨앗으로 키우기는 어렵다. 모종을 사서 심는다. 말라죽지 않도록 아침과 저녁으로 흠뻑 물을 준다. 20~25cm 간격으로 모종을 심고, 2주 후 비료를 흩뿌리고 물을 충분히 준다. 수확까지는 옮겨 심은 후 30일이 걸리는데 필요한 만큼 바깥쪽 잎부터 딴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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