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가계부채 ‘위험수위’… 대응책 시급”
“고령층 가계부채 ‘위험수위’… 대응책 시급”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4.27 15:21
  • 호수 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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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이 총 부채의 46.4% 차지, 무리한 주택 구입이 원인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상승,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히 증가, 지난해 말에는 50%에 육박해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노후준비가 미진한 채 진행되는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고령층의 인구증가보다 가계부채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가 인구고령화 추월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신용 기준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912조9000억원으로 연중 7.8% 늘어나 2010년(8.6%)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신용이란 일반 가정이 은행, 보험사 등에서 빌린 일반대출금과 신용카드사를 통해 물품을 구입한 금액,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을 말한다.

특히, 은퇴 등으로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의 46.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3년 33.2%에 비해 13.2% 포인트 상승, 같은 기간 인구 비중 상승폭(8.0% 포인트)을 크게 상회했다.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인구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은행보다 비은행권에서 급격히 증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노후자금·창업 위해 대출증가
한국은행은 이처럼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급증한 첫 번째 이유로 부동산 가격을 꼽았다.
고령층이 부동산가격 상승기(2005~2007년)에 수도권의 고가주택 담보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이후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주택매도가 어려워지면서 주택처분을 통한 대출금 상환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신용정보 자료에 따르면 2005~2007년 6억원 이상 고가주택 담보대출 가운데 5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한 비율이 53.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수도권 주택가격이 대형은 11.3%, 중형은 1.9% 하락하면서 고가주택을 구입한 고령층의 상당수가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는 주택처분이 어렵게 됐다.

두 번째는 최근 예비노년층인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008년 47.1%에서 2011년에는 53.9%로 늘었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구입 이외 목적의 대출도 50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고령층의 경우 대출금의 분할상환보다 이자만 내다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대출을 선호함에 따라 원금 상환이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란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실제로 50세 이상 고령층이 지난해 6월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이용한 일시상환대출 비중은 47.0%로 50세 미만(32.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

▲부채증가, 가계부실 상승세
최근 고령층의 가계부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체 금융채무불이행자(개인워크아웃 신청자 기준) 가운데 50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2010년 22.2%에서 지난해에는 24.3%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계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도 1990~2005년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 고령자의 파산이 급증한 경험이 있다.

인구고령화로 고가대형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50세 이상 고령층이 노후자금 마련이나 대출상환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거나 축소하게 되면 동일한 현상의 여파로 1990년대 초 일본이 먼저 겪었던 ‘버블붕괴’를 우리나라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50대와 60세 이상의 실물자산 비중이 각각 79.3%, 84.9%에 달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고령층의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대출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층의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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