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치매관리법 시행에 바란다
[금요칼럼] 치매관리법 시행에 바란다
  • 관리자
  • 승인 2012.05.04 15:06
  • 호수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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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정부는 지난 4월 18일 제40회 보건의 날과 건강주간을 맞이해 치매관리법 시행에 따라 치매관리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치매관리법에 따른 정책은 국가 치매사업의 통합적 수행 및 전문적 자문을 위한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치매진료의 전문화·교육훈련·통계관리 등을 수행하는 중앙치매센터를 지정해, 이를 중심으로 4개 권역별 거점치매센터,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및 검점병원으로 연계되는 중앙-권역-지역 단위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령화사회로 진전하면서 사람들이 노후에 가장 무서워하는 정신장애 중의 하나는 치매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치매가 걸릴 가능성에서 배제될 수 없다. 치매 유병율은 80세 이상의 초고령에서 크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초고령 인구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치매 유병율은 매년 증가해 2012년 9.1%(52만명)에서 2030년에는 9.6%(114만명), 2040년에는 11.2%(199만명), 그리고 2050년에는 13.2%(213만명)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복지부의 치매 유병율 조사는 종전의 조사에서 나타난 유병율 보다 낮은 편이지만 치매 유병율이 매년 증가하면서 치매노인 수도 크게 늘어나는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도 문제이지만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어려움이 더 크고 1가족 평균 3인으로 계산해 가족까지 합하면 2012년 현재 1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치매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정부는 치매 문제에 대해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에 각각 치매대책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급기야는 2008년 9월에 치매와의 전쟁이라는 보다 강력한 의지에 따른 치매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매 대책들은 법률과 이에 따른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 되지 못해 큰 성과를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또한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바뀜에 따라 치매대책은 계획대로 시행되기 어려웠고 지속적으로 시행되기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치매유병율조사 결과에 따라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13.2%에 해당하는 213만명이 치매노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2008년 9월부터 복지부에서는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후 계속적인 정책수행 의지를 지켜왔다.

마침내 2011년 8월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2012년 2월부터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치매관리법 제정으로 앞으로 5년 단위로 정부가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세워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치매관리는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확보할 수 있고 또한 법률에 따른 예산 확보도 쉬워져 치매관리 정책에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치매관리법 시행은 급속한 고령화사회로의 진전에 대비한 중요한 정책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치매관리 대책을 위해 치매관리법 시행시 개선할 점과 정책의지가 흐려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몇 가지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치매(癡呆)라는 말이 들어가는 법률 명칭을 속히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癡呆)라는 말은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라는 한문인데 어리석다는 말이 두 번이나 겹쳐 어리석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치매 노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 되고, 또한 치매 걸린 노인을 희화화하는 농담도 많아 치매라는 말의 부정적 의미가 크므로 치매라는 말을 다른 말로 대치해 법률명칭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인지증’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바꾸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 치매 검진을 65세 이상노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의 건강검진 항목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1차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2차 검진부터는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하고서라도 진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치매관리법은 첫 검진부터 소득에 따른 비용부담을 규정하고 있어 국민건강보험법의 1차 건강검진 항목이 아니다.

셋째, 치매센터에서 시행하는 연구사업이 의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비의학적 연구도 충분히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치매센터 및 권역별 치매센터가 병원중심이 돼있는 만큼 치매의 예방과 케어의 의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비의학적 요인을 충분히 감안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노파심을 가져본다.

넷째, 법 시행을 위한 적절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선 2007년부터 정부가 치매관리 사업을 위해 투입한 예산추이를 보면 줄어들다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지만 특히 치매관리법이 시행되는 2012년 예산액이 2011년 예산액 보다 적게 편성돼 있는 것을 보면 예산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더구나 치매관리사업 예산을 지방정부와 분담해야 한다면 최근 지방정부의 복지예산 부담 증가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점도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섯째, 치매검진 자료를 건강보험공단에서 계속 유지해 치매 검진과 치료 및 연구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대량 저장 공간에 체계적으로 검진 기록을 계속 보관하면서 필요한 경우 당사자 또는 가족의 허락 하에 다른 의료진이 검진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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