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근로자의날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연이어 계속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어르신들이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껏 그랬듯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쑥스러운 고백이 담긴 편지를 드리는 것도 이미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최근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활동적이고 독립적 성향을 갖게 된 어르신들은 자녀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기를 거부한다.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이야 변할 리 없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기대’보다는 ‘관용’을 베풀고 싶어한다. 또, 자녀들에게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도 실용성을 강조한다. 용돈, 여행, 건강기능식품 등은 해가 바뀌어도 인기 메뉴. 부모님들이 가정의 달 가족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본지가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을 찾아 의견을 청취했다. |
본지는 어버이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월 30일, 서울시립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어르신 50명을 대상으로 즉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남성 25명, 여성 25명씩 무작위로 50명을 선발했으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71세였다.
‘어버이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절반인 25명이 ‘반드시 올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로움’을 참으며 어버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예전과 다르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최근의 어르신들은 활기차게 제2의 삶을 설계하며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설문 응답자의 90%(45명)는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었다.
노인복지시설의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동우자(69) 어르신은 “요즘 노인들은 과거와는 달리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값비싸도 필요 없는 선물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 때 그 때 살 수 있는 현금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자녀들의 건강과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예전과 같다”고 덧붙였다.
컴퓨터교실 수강생인 오모(75·여·서대문구) 어르신은 “과거 시부모님께 시달린 경험 때문에 자식들한테 굳이 찾아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큰 아들이 쉰이 넘었고, 둘째 딸도 마흔 아홉이라 ‘너희가 어버이날 챙길 나이냐’며 내 계좌번호만 불러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생활이 바쁘고 즐거운 데 자식들한테 얽매여 살 필요 없다”며 “기대하고 의지하지 않으면 어버이날이라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금임(81·여) 어르신은 “자식들 잘 되기만 바랐던 전쟁세대 부모들의 내리사랑은 점점 더해 가지만, 위로 어버이를 공경하는 치사랑은 실종돼 가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자녀들이 분가해서 살거나 홀로 사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어버이날만큼은 공휴일로 지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 자식 걱정은 불변의 진리”
‘가정의 달,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가족건강’ ‘사업성공·회사승진’을 바란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복답변을 허용했던 이번 설문(주관식)에서 어르신들은 ‘가족건강’(47명·94%)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이어 ‘사업성공·직장승진’(35명·70%)을 바란다고 응답했다. 뒤이어 ‘손자녀 결혼’ ‘손자녀 좋은 대학 합격’ ‘자녀들이 술, 담배 끊기’ 등 모두 자녀들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요즘 어르신들이 아무리 독립적인 노후를 살고 있다 해도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75세 이상 응답자들은 ‘은퇴를 앞둔 자녀의 노후대비’를 걱정하는 의견도 많았다. 10명(20%)의 어르신들은 자녀의 은퇴준비까지도 신경 쓰고 있었다. 이는 ‘인생 100세 시대’의 고령화 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출가 후 무관심한 자녀들을 원망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탁구교실에서 만난 김모(76·강북구) 어르신은 “부인과 사별한 후 외로움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자식들에게 크게 바라는 것 없으니, 잠깐이라도 들러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어버이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 날을 핑계로 그동안 못 봤던 손자손녀 얼굴도 보고 밥 한 끼 먹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애써 미소를 보였다.
104세 된 어머니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다는 강모(80·서울 은평구) 어르신은 “어버이날이 뭐 특별한 게 있다고 자식들한테 선물을 바라냐”며 “내가 자식들한테 해 준 것이 없으니까 부모랍시고 뭘 바라지도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신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호박전과 가지나물 무침 요리를 해서 집 앞 공원에 나갈 계획”이라고 말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꽃보다 현금·여행 선호… 효도선물 ‘정성’ 보다 ‘실용성’
설문조사 결과, 부모님들이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단연 현금이었다. 68%(34명)가 현금을 선택했다. 이어 가족여행 18%(9명), 스마트폰·컴퓨터 8%(4명), 건강식품 6%(3명) 순이었다.
현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필요한 곳에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등으로 답변이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현금을 고른 응답자 3명 중 1명은 ‘애써 찾아오지 않아도 현금만 송금해도 좋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핵가족화로 크게 달라진 가족문화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주관식으로 작성한 기타 의견으로는 ‘비싸고 쓸데없는 꽃 대신 케이크나 과일을 사줬으면 좋겠다’ ‘나 신경 안 써도 되니 용돈만 꼬박꼬박 잘 챙겨줬으면 좋겠다’ 등 현실적인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자녀들이 선물 주지도 않을 건데 받고 싶어해 뭣하냐’ ‘어버이날만 날이냐, 평상시에 좀 잘 해라’ 등 자녀들을 향한 따끔한 충고 있었다.
선물로 받은 건강식품, |
자녀들이 현금과 함께 건네는 선물 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건강기능식품이다. 요즘 방사능과 황사 등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늘면서 그 인기도 함께 오르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받는 사람의 체질과 상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구입해야 하는 까다로운 선물이다. 어버이날 건강기능식품을 선물 계획하고 있다면 다음의 5가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1. 보조식품·건강기능식품 구분… 식약청 인증 확인 2. 제품의 기능성 성분 확인 3. 일일섭취량·주의사항 꼼꼼히 살펴야 4. 원산지·정품인증 확인 5. 유통기한 및 용기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