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노인 동아리, 창조적 노인문화 이끈다!
자생적 노인 동아리, 창조적 노인문화 이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5.11 14:46
  • 호수 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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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에 의존했던 노인 문화동아리가 이젠 ‘창조적’ ‘독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라는 노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난타, 스포츠댄스, 무용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이들은 학습과 공연뿐만 아니라 봉사단까지 구성해 사회와 소통하고 참여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활기찬 노년 생활을 만들어 가는 자생적 노인동아리들을 소개한다.

 
▲난타동아리,“두드리면 노후가 행복해져요”
“둥 두루. 둥 두루 둥.”
전북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동아리 연습실에 신명나는 북과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스틱을 힘차게 내려치자 ‘쿵’하는 북 소리가 강의실 안을 진동시킨다. 드럼이 박자에 맞춰 흥을 돋구자 어깨가 절로 들썩거린다. 어느새 사람들은 리듬감에 빠져들었고, ‘얼쑤’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북과 드럼 앞에 서 힘차게 연주하는 이들은 모두 머리가 히끗히끗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난타동아리 회원은 모두 16명. 이들은 매주 2번씩 모여 북과 드럼을 두드리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친목도 도모한다. 회원들은 “리듬과 비트에 맞춰 마구 두드리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흔히 난타는 젊은이들의 산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난타에는 리듬과 비트가 있다. 풍물에 익숙한 어르신들에게 난타는 더 적합한 공연예술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난타는 피아노나 기타와 달리 악기를 연주하는데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 어느 정도 리듬감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난타동아리는 이러한 선입견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이 모여 결성한 동아리다. 난타의 흥겨운 리듬감을 느낀 어르신들이 그 매력에 빠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배우자! 즐기자! 나누자!’

이는 난타동아리가 추구하는 활동 목표다. 배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즐기고 이후에는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는 의미다. 그래서 회원들은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함께 공유한다. 난타는 이미 만들어진 음악을 그대로 공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난타 동아리의 경우 전문 강사가 공연 내용에 따라 리듬을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해 수정을 반복한다. 어르신들이 공연에 필요한 음악 제작부터 함께 하는 셈이다.

사실 난타 동아리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리듬감을 익히는데 애를 먹었다.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모여 연습을 했다. 더디지만 연륜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가며 서서히 하나 된 모습을 찾아갔다.

한번 모일 때 연습시간이라고 해봐야 비록 1시간에 불과하지만 연습을 마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 흘려 연습을 하고 났을 때의 그 희열과 만족감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크나큰 기쁨이다. 연습이 끝나면 가벼운 다과를 갖거나 식사 자리가 마련돼 노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근감을 쌓고 외로움을 잊는다. 노인들에게 난타는 배움의 즐거움과 삶의 활력소를 찾아주는 열쇠와 같다.

▲‘나이야가라’… 12년 전통의 최초 노인 댄스동아리
경기도 광명시에는 유명한 실버 댄스 동아리가 있다.
‘나이야가라’는 건전한 노인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2001년 결성된 스포츠댄스 동아리다. 처음에는 광명시 평생학습원에서 강사를 지원받아 노인복지관 스포츠댄스 교실로 출발했지만 강사 지원이 중단되자 지속적인 활동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직접 나서 자조모임 동아리를 결성한 것이다.

이후 많은 어르신들이 ‘나이야가라’에 소속되기 위해 복지관에서 댄스 교육을 받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실력있는 어르신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동아리는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대외적인 활발한 활동도 펼치게 됐다. 광명시를 비롯한 서울·경기 지역의 대외적인 행사 참여는 물론 외부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젠 입소문을 타고 공연 초청이 줄을 잇고, 방송에까지 출연하면서 노년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어르신을 대표하는 팀으로 그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나이야가라 댄스동아리는 노인문화하면 장기나 바둑, 고스톱을 연상시키던 시절, 스포츠댄스라는 생소한 장르를 접목해 성공한 대표사례로 손꼽힌다. 남녀 어르신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운동 효과까지 높아 큰 인기를 누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기 때문에 생활의 즐거움과 활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장애아동이 재학 중인 학교에 찾아가 스포츠댄스 강사로 자원봉사를 펼치며 사회 통합과 소통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야가라는 주 2회 2시간씩 훈련을 한다. 연습 시간을 통해 새로운 안무를 짜고, 완성된 작품을 점검한다. 외부 지역 행사의 축하 공연이나 스포츠댄스 대회 참여는 기본이다. 최근에는 지역 아동들과 함께 하는 댄스 교육도 펼치고 있다. 자생 동아리답게 매주 동아리 정규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갖는다.

나이야가라는 다양한 공연 봉사활동을 통해 노년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세대와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통로도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노년기의 고독감에서 탈피케 해 생산 활동을 유도하는 등 광명 지역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의 표본을 보여주는 자생적 노인 동아리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이면 창립 13년째를 맞게 되는 나이야가라. 이 모임은 원조 노인 댄스동아리로서 건강증진과 즐거운 노후설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자생적 노인동아리의 대표 주자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댄스를 노인 여가문화의 중심으로 이끈 첫 사례로 20년, 30년 뒤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늘푸른예술단, 세계 최고의 노인 예술단을 꿈꾼다!
‘늘푸른예술단’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노인 자조모임 및 동아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3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최장수 어르신 공연예술단이다. 현재 32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단 평균연령은 75세, 최고령은 82세에 달한다. 창단 초창기부터 공연을 펼치며 예술단과 25년 간 생사고락을 함께 한 회원도 6명이나 된다.

늘푸른예술단은 60~70년대 노인문화 강좌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 신념있는 무용가 한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근 40여년 동안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노혜인(74) 단장은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노인 여가의 새로운 장을 연 장본인이다. 작은 공간을 빌려 3명이 모여 시작했던 무용교실이 이젠 자조모임으로 발전해 ‘늘푸른’ 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정기공연까지 펼치고 있다

사실 초창기에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웃음이 가장 큰 벽이었다. ‘노인들이 무용을 배우서 뭐에 쓰냐’ ‘노인들이 배워봐야 공연은 할 수 있겠냐’는 식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그럴수록 어르신들은 더욱 연습에 매진했고, 실력이 날로 상승하며 입소문을 타자 회원은 180명까지 늘었다. ‘노년을 항상 푸르게 만들겠다’는 그 이름처럼 활기찬 에너지를 노년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제 늘푸른예술단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파 무용공연단이 됐다. 피나는 노력과 연습 끝에 프로예술단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선보이는 문화공연은 전통무, 화관무, 부채춤, 장고춤. 검무. 포크 댄스, 차차차, 왈츠 등 동서양 무용을 총 망라한다. 예술단이 각종 성인 무용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와 상장만 100여개가 넘는다. 종로구 일대에서 그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복지관 및 지역 행사에서 공연 요청이 줄을 이어 1달에 3~4번씩 공연을 펼친다. 가정의 달인 5월엔 매주 공연이 빽빽하게 잡힐 정도다. 이렇게 1년이면 공연 횟수만 50회가 넘는다.

무엇보다 중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초청을 받아 우리나라의 전통춤을 해외에 알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무용을 통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 아래 장애인재활원, 치매병동,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위문공연까지 펼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노인 예술단을 꿈꾸는 늘푸른예술단. 그 곳에는 가정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어르신, 뒤늦게 자신의 소질을 발견한 어르신, 춤을 통해 노년의 삶을 활기차게 그려가는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창조적 노인문화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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