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주범은 자식… ‘가정의 달’ 무색
노인학대 주범은 자식… ‘가정의 달’ 무색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5.11 14:59
  • 호수 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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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고소 안해도 법원이 보호처분 가능
복지부, “보호기관 종사자 역량 강화 계획”

대전에 거주하는 81세 황모 어르신은 암울한 어버이날을 보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지만 이마저도 달갑지 않다.

2남1녀 중 장남이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황 어르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기 때문이다. 장남이 사업에 실패한 뒤 돈을 요구했지만 어르신은 거절했다.

이것이 학대의 발단이 됐다. 심지어 서울 모처에서 3일 동안이나 감금됐다 풀려났다. 황 어르신의 친구들이 아들을 고소하라고 강권하고 있지만 아버지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가슴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 그러나 황 어르신처럼 학대를 당하는 어르신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가정의 달 취지조차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황 어르신처럼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어르신들이 학대를 감내하며 쉬쉬하는 사이 그 수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 보완과 사회의 경각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최근 집계, 발표한 2010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2005년 2038건에서 2010년 3068건으로 약 66.4%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 10명 중 8명이 가족이란 점이다. 특히 아들에 의한 학대가 48.4%로 가장 많았고, 딸과 며느리, 배우자 등 가족에 의한 학대가 무려 84.3%나 됐다.

특히, 학대를 받은 어르신들 가운데 치매 등 하나 이상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42.1%), 무학 등 교육수준이 낮은 경우(33%), 남성노인보다는 여성노인인 경우(68.1%) 등 신체적·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이 학대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의 주된 원인은 아들 등 가해자의 성격 문제와 함께 어르신에 대한 부양부담 탓이었다. 하지만 피해자인 어르신들은 가해자인 자녀들이 피해를 입거나 창피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꺼렸다. 학대를 당한 노인 10명 중 3명만이 신고했다. 따라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현실이다.

노인학대 예방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가족 내 학대의 경우 피해 어르신들이 학대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담이나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가정에서 발행하는) 노인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개입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올해 노인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 지침에 학대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조치 강화를 중점추진 방향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 지침은 학대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 강화를 위해 학대 피해노인이 학대행위자를 처벌하기 원하는 경우는 물론 피해자가 학대행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학대의 심각성에 따라 적극 고소·고발 조치하도록 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가해자 격리, 치료기관 지정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학대가 발생한 뒤 피해 노인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구제 활동은 대부분 상담(72.5%)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정보 제공은 21.5%였다. 지난해 3월부터 설치된 학대 피해 어르신 전용 쉼터도 전국 16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학대와 유기 등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대처를 위한 노인보호 전담기관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며 “쉼터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후 향후 수요가 많은 지역에 쉼터를 추가 설치·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재 운영 중인 25개소(중앙 1개소, 지역 24개소)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을 내년에 1개소 증설할 계획이다.

또, 복지부는 노인학대에 대한 구제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노인학대 신고의무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인복지법 개정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개정 노인복지법은 노인학대 신고의무자로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장과 종사자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애노인 상담자 △가정폭력관련 상담원 △노인복지상담원 및 사회복지전담 공무원과 함께 △사회복지관 시설장 및 종사자 △구급대원 △재가장기요양기관과 건강가정제원센터 시설장 및 종사자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은 신고의무자만 규정했을 뿐, 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적절한 개입시기 등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도 노인학대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세부적인 신고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종사자(상담원)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긴요하다”며 “특히 최근 발생한 학대행위자의 상담원 상해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상담원의 안전한 상담환경 조성 등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신변안전 보호대책’을 마련해 4월 6일 각 시·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경찰관의 학대 현장 동행 강화를 위한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상해보험 단체가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업무보조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상담원의 업무수행 방식도 개선키로 했다.
노인학대 신고·상담 : 1577-1389
장한형·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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