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노년층 노후준비 가이드 ⑤주거
노년기 주거는 주변환경-건강·생활비, 주택-안전·소통이 핵심
예비노년층 노후준비 가이드 ⑤주거
노년기 주거는 주변환경-건강·생활비, 주택-안전·소통이 핵심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6.08 13:34
  • 호수 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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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첫 주자인 1955년생이 지난 2010년부터 은퇴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퇴직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베이비붐세대를 포함해 머지않아 곧 노인이 될 한국의 40~50대 중장년층(예비노년층)은 향후 초고령사회에서 노후를 보내게 됩니다. 이때는 공식적으로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기존 인맥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배우자나 친구들과의 사별로 인한 고독과 상실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는 150만원. 55세 은퇴 후 25년간 생존한다면 필요한 노후자금만 4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노후자금뿐만 아니라 건강과 인간관계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봉사활동이나 일을 통해 인생 후반부의 역할도 찾아야 합니다. 본지는 현 노년세대의 자녀이자 예비노년층인 40~50대 중장년층의 행복한 노후를 돕기 위해 건강과 재무플랜, 일자리, 대인관계 등 ‘노후준비 가이드’를 총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노후생활에서 ‘주거’는 노후의 활동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예비노년층인 중장년층은 현재 82.1%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후 거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보유 주택의 가격 수준은 1억원 미만이 23.7%, 1억원 이상~5억원 미만은 61.6%, 5억원 이상은 14.8%다. 5억원 미만이 85% 가량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파트 거주 비율이 44.2%에 달한다.

또 예비노년층의 41.0%는 노후에 주택을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축소 계획 비중은 40대가 아닌 54~56세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대도시(46%)와 중소도시(40.2%)일수록 높다. 이들 예비노년층은 노후의 거주 선택에서 자연환경을 가장 중시하며, 다음으로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얼마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거주 주택 유형으로는 36.0% 가량이 고령자전용 거주지를 희망했고, 노후 희망 거주 지역으로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예비노년층이 바라는 노후 거주를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경제적 안정에 집중하라
예비노년층의 고령자전용 거주에 대한 선호도 36% 가량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 노년층의 주택 형태는 단독 주택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순이다. 3세대가 어울려 사는 가구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1세대 및 단독 가구의 비율이 증가 추세이지만 주택 구입이나 임대에는 목돈이 필요하다. 이때 개인과 가구의 경제 능력은 지극히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중장년층 3분의 1 가량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노후 소득도 미흡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노후 월평균 필요 생활비로 200만원 내외를 꼽고 있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월평균 수입과는 차이가 크다. 이들의 노후 예상 소득액은 100만~200만원 미만(44.2%)이 가장 많았고, 100만원 미만(26.1%), 200만~300만원 미만(20.7%) 순으로 필요 비용보다 소득 수입이 낮은 경우가 31.4% 가량이었다.

노후 준비도 부족한데, 현재 중장년층의 절반은 공적연금의 경우 부부 중 1명만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미가입율은 72.1%에 달하고, 개인연금 가입율은 절반 수준인 52%에 그쳤다. 나머지 53%는 장기저축이나 주식투자, 부동산 구매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주택 이외에 처분할 부동산을 갖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주택 규모를 줄여 현금을 마련하면서 노후 주거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마련할 계획이라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은 향후 자녀 출가 등으로 큰 지출이 예상되는 데다 노후자금 등이 부족하다”며 “예비 노년층은 무엇보다도 경제적 기반 마련에 집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거주희망 1순위 “공기·물 좋은 곳”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예비노년층의 노후 주거 고려 요소는 자연환경이 40%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보건의료시설 접근성(21%)을 중시한다.

하지만 성별과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주거 선호는 다르다. 예비노년층에서도 남성은 노후에 농어촌 거주 희망 비율이 49.5%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 수준에 따라서도 선호 주거 요소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고학력일수록 자연환경보다는 문화여가활동이 편리하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지금부터 개인별 선호와 필요에 따라 주택을 사거나 주거지를 옮길 경우를 대비해 평소 꾸준히 부동산 시장 동향이나 지역별 매물 정보 등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김은진 팀장은 개인별 기호와 노년층의 일반적 욕구를 모두 고려한 선택 요령에 대해 “퇴직 후 주거환경으로 흔히 전원생활을 떠올리는데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는 병원이나 문화시설 이용도 크게 증가한다”며 “도심과 가깝지만 이 같은 시설을 두루 갖춘 서울 인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예비노년층이 고령일수록 자연환경보다는 보건의료시설 이용이 쉬운 정도 또는 주거·생활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경제적 빈곤에 처하기 쉬운 노년층은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공간을 확보하거나 무료공간이 절실해진다. 이에 대해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주택의 가격은 규모와 연관성이 높고 대부분 자녀가 출가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소형 주택을 선택해 가격 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지만 단독인 경우 공동주택에 비해 관리비 부담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금이 된다면 생활 종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버타운 등 노인전용 주거시설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며 “이때에도 실버타운의 위치는 도심지에 있거나 외곽 등으로 나뉘는데 생활패턴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후에는 생활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데 생활비에는 지역의 생활수준이 크게 작용한다”며 “주택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비용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의 경우 노년층일수록 통원횟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대형병원, 종합병원 주변지역을 선택하면 통원도 편리하고 교통비도 줄일 수 있다.

▲주택·주거, 노후에 적합한가 따져봐야
자녀 부양부담이 큰 예비노년층 40~50%가 대도시나 중소도시 거주자일수록 거주지 변경이나 주택 규모를 줄일 의향을 갖고 있다.

예비노년층은 자녀 출가 등으로 거주 주택규모를 줄여 소형 주택 등을 구입한다면 노년층의 신체·정신 특성을 고려해 노후생활에 적합한 주거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예비노년층은 여생을 보낼 주거형태와 지역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노년층 주거에 적합한 주택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대체로 노후에는 사회관계가 축소되며 가족 중심이 된다. 직장 등 사회 참여에서 물러나 생활의 주공간도 가정이 되기 때문에 노년층의 주거는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비중이 커진다. 따라서 노년층 주생활 공간인 주택에서는 ‘안전과 편안함’이 핵심이다.

또 주거 형태나 주거지 선택에서 독립성과 안정성, 프라이버시, 주변 지역사회의 인맥 형성이나 활동 참여의 용이성, 그리고 노인복지 서비스 이용 편리성 등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주거형태와 관련, 정부는 2010년부터 △안전사고 예방 위해 욕조 높이 낮추기 △통로 적정 너비 확보 및 바닥 단차 제거 등 무장애(Barrier free) 설계 △안전손잡이 설치 △좌식 샤워시설 △가스밸브 높이 등을 노년층에 맞게 규정한 ‘고령자용 보금자리 설계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국민 및 영구임대주택 등에 시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아 일반 주택이나 건축물 등은 고령 친화적 설계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일반주택, 리모델링 염두에 둬야
예비노년층은 노후 주거 준비에서 노년에 적합한 리모델링도 염두에 둔다. 중장년층이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해도 대량 처분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부동산은 자녀세대의 유산증여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비노년층의 선호 거주지인 자연환경이 좋은 비수도권일수록 노년세대는 자가 주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주택을 유지하거나 규모를 줄인다고 가정해도 일반 주택이라면 노년기에 적합한 개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노년기 신체 변화에 따라 주택 구조나 주거 환경도 조정한다.

배정인 안동대학교 교수(생활환경복지학)는 노후에 적합한 디자인에 대해 “노년층은 집안에서 주로 생활하며 집안에서의 사망 사고가 흔하며 이를 방지하는 실내 디자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심신의 장애를 갖고 있어도 이를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보완하는 디자인이 노년층 주거에서 필수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키가 작은 어린이의 경우 키에 맞는 옷걸이가 있는 유치원에서는 옷 거는데 불편을 못 느끼지만 집에서는 엄마의 도움 없이는 옷걸이를 스스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이를 디자인적 관점에서 보면 키가 작은 아이의 신체결함이 아니라 아이의 키에 맞지 않는 옷걸이 등  환경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년의 주거형태도 이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특성에 맞춘 디자인이 접목된 실내 디자인과 환경 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다.

배 교수가 노년기 주거에서 강조하는 점은 심신의 쇠퇴를 배려한 리모델링이다. 노년을 위해서는 무장애 디자인, ‘모두를 위한’(Design For All)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통해 신체적 장애 보조에 초점을 둔 주거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노년층의 주거공간에는 단차가 없어야 하며 곳곳에 손잡이가 필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노인은 주된 생활공간인 집 안에서 당하는 사고가 많다. 일본에서는 목욕탕에서 익사사고를 당하는 노인도 흔하다. 이 같은 사고까지 고려한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년기 주택, ‘안전·소통’이 핵심
노년기 대비용 주거의 리모델링의 핵심은 무엇일까. 배 교수가 전한 노후 대비 주거 장소별 주안점의 핵심은 안전과 소통이다.

우선, 기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자세를 바꾸는 단순한 동작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침실에서는 가급적 침대를 사용하는 게 좋다. 침대를 사용하면 온돌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힘을 덜 들이고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침대와 그 주변 벽면에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부착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도록 배려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주택 내 사고빈발 장소인 화장실 또는 욕실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화장실 곳곳, 그리고 자세를 많이 바꾸는 욕실에서는 적절한 위치에 손잡이를 설치한다. 특히 욕조 주변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도 깐다.

노년기 주거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노년기에는 손가락 기능이 무뎌진다. 악력이 필요한 둥근 손잡이보다 작은 힘에도 작동이 되는 ㄱ자식 레버 손잡이가 좋다. 병원처럼 아예 손잡이 없이 발로 차거나 밀어 열 수 있는 문을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거실 마루와 현관 바닥의 단차가 있는 경우 신발을 신고 벗을 때 편리하도록 의자를 둔다.

배 교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노년기에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데다 움츠러들어 우울증에 걸리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노년층 거주에서는 이를 배려한 디자인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거공간도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를 돕는 디자인이 핵심이다. 전통 한옥, 특히 툇마루를 갖춘 전통 가옥은 노년기에 매우 좋은 주거 형태다.

전통한옥에서 어르신이 사용하는 방 앞에 붙어있는 툇마루에 나앉으면 마당과 길에 오고가는 사람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외부와의 절충 공간인 툇마루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들어와 말을 건네기도 쉽고 오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흔히 편리성만 고려한 도시형 주택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린 소통의 공간이 노년기 주거 형태에는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측면을 고려해 툇마루 등 전통가옥의 장점을 응용하는 것이 좋다.

도심지의 아파트는 이웃을 만나기까지 굉장히 많은 동작을 요구하는 데다, 천편일률적인 폐쇄적인 구조라서 개인의 욕구에 따라 개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노년기 대부분 거주하게 되는 단독주택은 노년기 심리적인 요구까지 지원하는 ‘외부와의 소통을 도와주는 주거 환경’으로 얼마든 개조할 수 있다. 중장년층은 노년기 주택의 일반적인 리모델링 원칙도 생각하면서 자신이 거주할 노후 주택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구상해둔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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