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⑧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⑧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15 14:40
  • 호수 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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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취업, 경험 살린 민간일자리사업 연계가 해법”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강원 고성노인회, 감자·들깨 ‘공동작업장’ 생산성↑ 성취도↑
강원도 고성군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있고, 유명한 명승지도 많아 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객들이 출입하는 관문이자 길목이기 때문에 통일전망대와 바다와 화진포, 해양박물관 등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렇게 찾아드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은 지역 특산물인 노랑감자와 들깨다. 성개축제 등 매년 개최되는 다양한 지역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감자떡, 감자전, 찐감자 시식코너와 들깨기름 직거래장터다.

이에 대한노인회 고성군지회는 지역 특성화 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노랑감자 및 들깨를 재배하는 노인 공동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8명의 어르신들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인기 못지 않게 판매수익도 날로 높아져 고성군을 대표하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소득창출과 지역화합, 건강까지도 책임지고 있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동작업장은 2010년 한 독지가가 무상으로 제공한 황무지에서 시작됐다. 농사 경험이 있는 회원들이 손수 개간 작업을 펼쳐 지금은 노랑감자와 들깨를 생산하고 있다. 노랑감자와 들깨는 고성군에서 나는 특산품이자 특용작물이다. 현재 바닷가 인근에 있는 현내면 초도리 경로당과 태백산맥 진부령 산자락에 위치한 간성읍 진부리 경로당이 공동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도리 공동작업장은 지난해 3140㎡(약 950평)의 밭에서 1000여만원(감자 600만원, 들깨 400만원)의 수확을 올렸다. 진부리 공동작업장은 토양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1900㎡(약 3600평)의 유휴지를 개간해 들깨농사로 800여만원의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참여 어르신들은 평생을 농촌에서 살았기 때문에 농사일 만큼은 안 보고도 척척이다. 자갈 줍기, 잡목 뽑기, 경운기 작업, 검은 비닐 덮기, 씨 넣기, 병충해 방제, 잡초 제거 등 어느 일 하나 어르신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무엇보다 공동 작업인데도 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심과 정성으로 모두가 협력해서 일에 동참하기 때문에 작업능률은 더욱 더 올라간다.

그래서 회원들은 이른 아침 이웃과 담소하며 영글어 갈 감자수확 생각에 매일 싱글벙글이다. 동년배 친구들과 더불어 매일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발걸음이 가볍다.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거나 농사경험이 없는 회원들은 서로 가르쳐주고, 보듬어 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진짜 가족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다구… 다 늙어서 무슨 때 돈을 번다고 감자농사를 짓느냐”며 손사레를 치던 회원들이 이제는 농사일에 더 열심이다. 사업 초창기에는 2009년, 2010년도 ‘노인취업 우수사례집’을 찾아가며 준비회의도 직접 소집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른 새벽부터 나와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기상 이변으로 흐린 날과 저온현상이 계속되면서 감자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위기에 처하자 참여 어르신들이 오히려 취업지원센터장을 찾아가 위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모두가 흉작을 예상했지만 회원들의 노력과 정성은 하늘도 외면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맞게 된 수확 날. 검은 비닐을 벗기자 주먹보다 큰 알토란같은 노랑감자가 나올 때 참여 어르신들은 모두 탄성을 지르며 어깨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노인회는 지역특성화 사업단까지 구성해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0년 강원도 노인복지 기금사업 공모에 참여해 사업자금 일부를 저축했다가 초기 투자비용으로 지원했다. 김응현 노인취업지원센터장은 “어르신들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적극적이여서 지역특산품을 홍보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며 “작업 성취도와 만족도가 높은 공동작업장이야 말로 민간 노인일자리사업의 대표사례”라고 말했다.

[취업수기] 인천 남동구노인회, 공원관리사 임상원(71) 어르신
‘나이 70이면 손주 재롱보며 여생을 즐기는 시기’라는 생각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정년퇴직 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결국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더 연장된 셈이다. 사실 은퇴 후 자신에게 몇 년의 시간이 주어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모진 역정과 고난을 헤쳐 나갔 듯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도 그렇게 이겨나갈 뿐이다.

올해 일흔 살인 임상원 어르신은 반평생을 아파트 경비반장과 관리소장으로 일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주어진 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 수 백명의 입주민의 편안한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보람도 컸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고령의 나이로 인해 주택관리업무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잠시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꿈꾸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노년생활을 건강하고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여가보다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서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목표를 갖고 그 곳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일흔의 노인을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대한노인회 인천남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를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재취업 도전이 시작됐다. 특히 취업상담 중 홍정민 센터장이 건넨 “오직 자신만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지회에서 마련한 재취업 소양교육도 열심히 받고 센터에서 취업을 알선해 주는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면접을 봤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히 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절한 바람이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왔다. 지난해 3월 1일, 홍정민 취업지원센터장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집에서 가까운 구월 어린이공원, 만월 어린이공원, 독점 어린이공원을 관리하는 일자리가 주어진 것이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공원관리사로 취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그 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전에 아파트 경비 반장과 관리소장을 하면서 청소하는 순서와 관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일 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가 일한 후부터 공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환경개선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에도 각별히 신경쓴 탓이다. 특히 관리업무의 오랜 노하우를 살려 ‘공원이용수칙’을 설치 보급하는 데도 일조했다. 임 어르신이 노인취업센터에 안내판 설치를 건의한 것이 받아들여져 구청에서 모든 공원에 이용 안내문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네형님, 누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공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수도 부쩍 늘었다. 그는“행복한 사람은 특별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노인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한 이후 임 어르신은 건강도 더욱 좋아졌다. 당뇨병도 나아지고,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도 갖게 됐다. 그는 매일 만보이상을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또 이렇게 운동을 하며 공원을 가꾸고, 어린이와 노인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어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 임상원 어르신은 “활기찬 노후는 생각을 넘어 행동하고, 행동을 넘어 꿈꿀 때 이뤄진다”며 “나는 이 일을 통해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행복한 노후를 선물해 주신 대한노인회 인천 남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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