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술 권하는 사회’ 아닌 ‘절주 권하는 사회’ 만들어야
이젠 ‘술 권하는 사회’ 아닌 ‘절주 권하는 사회’ 만들어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6.15 15:24
  • 호수 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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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장수의 요건으로 흔히 꼽는 요소가 있다. 소식과 금연, 그리고 절주다. 특히 술에 관대한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음주는 권장되고 사회생활에서 피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잘못된 음주습관으로 인해 폭음과 과음을 일삼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층에게 절주야말로 건강의 지름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 사회단체들도 이 같은 취지에서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절주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나친 음주로 인한 알코올 중독이나 알코올성 치매를 비롯해 최근에는 중장년층까지 파고든 혈관성 치매나 백내장의 주범으로 술이 지목되고 있다. 술과 노인성 질환과의 관계, 그리고 그 예방법을 알아본다.

▲ 절주는 노후건강의 지름길이다. 어르신들이 모임에서 술 대신 음료로 건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2010년 최근 5년간 자료를 토대로 ‘알코올성 간 질환’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6년 18만3427명에서 2010년 15만723명으로 5년간 약 3만3000명이 감소했다. 연평균 감소율은 -4.6%였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진료인원은 남성이 매년 약 86.2~87.1%, 여성(12.9~ 13.8%)에 비해 약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10년 기준, 40대(26.4%)와 50대(29.6%)의 점유율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60대(16.9%)와 30대(14.3%)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50대를 기준으로 그 미만의 연령층에서는 점유율이 점차 감소했지만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점유율이 점차 증가했다.

특히 60~69세의 경우 2006년 4.8%인 환자비율이 2008년 15.8%, 2010년 16.9%로 증가했다. 70세 이상도 같은 기간 4.8%, 5.9%, 7.2%로 늘어나고 있다.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 악화
적정량의 음주는 금주에 비해 30~40% 가량 치매 발생률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술은 대부분의 노인성 질환에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맥주, 위스키나 소주 등 증류주, 포도주의 알코올 성분은 단순당이다. 이 같은 단순당은 노인성 질환의 기저질환인 당뇨를 악화시키고 동맥경화 등 합병증도 촉진한다.

김종태 미소들병원 내과 전문의는 “술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이 악화되는데 특히 과음시 이들 질환에 치명적이다. 혈중 당 수치가 올라가면서 혈압을 올리기 때문”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술은 어르신들의 통풍과 빈혈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어르신들은 췌장염에 취약한데, 술로 인해 췌장염도 많이 앓게 된다”고 지적했다.

과음의 폐해를 보면 과음시 마신 술의 20~30%를 흡수하는 위의 정상 기능 저하에 따른 ‘소화불량’부터 동양인, 특히 한국인 대부분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과 함께 위염이나 위궤양의 진행 등이다.

과음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장기는 간이다.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세포 괴사를 일으키는 ‘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이미 죽은 간세포와 상처 조직이 만연하는 단계인 ‘알코올성 간경변증’도 술 때문이다.

김종태 내과 전문의는 “어르신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술은 어르신들의 소화기 계통에도 장애를 일으켜 역류성 식도염이나 소화성 궤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간경화나 지방간도 술 때문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술, 노년기 건강의 총체적 주적
술은 노년기에는 더 위험하다.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며 노년기에 가장 흔한 심장질환의 주범이다. 최근 중장년층에서 노인성 질환이 급증하는 이유로 고지방 서구 식단과 운동부족 등 식생활 습관을 꼽기도 하지만 담배와 술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2010년 노인성 뇌혈관 질환자 111만2000명 가운데 40~50대 중장년층이 22만3000명이다. 이중 뇌혈관 질환자가 20만7360명으로 가장 많다. 40대~50대 중장년층 치매환자 급증은 비만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 질환’ 때문이다.

중장년층도 벌써부터 비만·고혈압·당뇨 등 대사 질환으로 인한 뇌혈관 손상으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혈관성 치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혈관성 치매 예방법 중 금주와 금연은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흡연은 혈관성 치매 유발률을 3배, 과음은 2배 가량 높인다.

술은 부정맥 등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한 심장질환도 초래한다. 노년기 심혈관계 질환은 심장의 이상으로 혈액을 정상적으로 내뿜지 못하거나 혈액 흐름에 장해가 생기는 질환이다. 동맥경화를 거쳐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협심증, 급선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악화되기도 한다. 결국 술이 이들 질환의 원인인 셈이다.

김종태 미소들병원 내과 전문의는 이와 관련, “뇌졸중 후 유발되는 게 바로 혈관성 치매로, 결국 술이 뇌졸중의 원인”이라며 “술의 알코올로 인한 고지혈증은 뇌졸중 발생을 높이면서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혈관성 치매도 그렇지만 술은 직접적으로 뇌세포 변성을 초래하는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은 체내 대사 후 대사산물로 남는 지질이 혈관의 동맥경화, 심장질환이나 뇌세포 괴사를 일으켜 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속되는 과음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기능을 해치는 만성 행동장애 질병인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고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킨다.

이 뿐만이 아니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술과 담배는 눈에도 해롭다. 술은 과음시 안압을 높여 녹내장의 원인이 되며, 술의 독한 자극은 사진기 렌즈격인 수정체 혼탁으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백내장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1회 이상의 술자리는 시력을 약화시키며 안구를 둘러싼 근육 긴장도에 이상을 일으켜 시력을 저하시킨다. 담배는 백내장 발병 가능성을 평균 2.5배나 높이는 등 술과 담배야말로 나이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절주, 노후 건강 위한 생활수칙
일반적으로 한두 잔 정도의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과음’이다. 과음·폭음은 알코올성 치매나 노인성 질환인 심장질환·백내장 등 안질환, 통풍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중장년층에서 급증하는 노인성 질환인 혈관성 치매를 2배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사회적으로 음주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과음하지 않는 ‘절주’야말로 노후 건강을 위한 생활수칙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치매예방 3대 원칙으로 두뇌·신체·사회활동을 높이고 체중과 혈압, 혈당을 낮출 것, 그리고 술과 담배를 끊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음이나 폭음을 막는 절주 원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1회 음주시 알코올 섭취량 50g 이하(소주 3잔, 맥주 2캔, 와인 2잔, 양주 2잔) 유지 △음주는 주 2회 이하, 1회 음주시 최소 3일간 금주 △공복시 음주 금지(안주 섭취로 알코올 흡수량 최소화) △‘원샷’이나 폭탄주 피하기(체내 흡수속도가 빨라 많은 양을 마시게 됨) △구토 증상시 참지 말기(알코올 체내 흡수보다 배출이 바람직)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종태 전문의는 “어르신들은 노인성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울증은 아니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노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실감을 술로 달래다 보면 알코올 중독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르신들은 노인이라는 특성과 사회와 가정,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들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술을 마실 때 과음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주변의 관심이야말로 어르신들이 알코올 중독 등 술로 인한 문제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어르신들의 절주에 중요하다는 것.

그는 또, “어르신들은 건강을 소홀히 여겨 방치하는 경우도 흔하고 술을 마시면 쉽게 과음하는데 노년기에는 단순히 수명연장을 넘어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꾸준히 절주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신체 약화로 음주로부터의 회복이 쉽지 않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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