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③_ 1020세대
경쟁속 성장, 기성세대와 다른 공동체주의… 소비는 ‘똑똑하게’
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③_ 1020세대
경쟁속 성장, 기성세대와 다른 공동체주의… 소비는 ‘똑똑하게’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06.15 15:26
  • 호수 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고령화로 최근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면서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사이에 많게는 30~40년의 연령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흔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아이가 성장해 부모가 될 때까지의 기간으로 구분하는 30년의 세대(generation)가 전기노인과 후기노인 사이를 벌려 놓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70~80대 어르신들에게 40~50대는 ‘철없는’ 자녀세대의 범주에 속합니다. 특히 1960~70년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한국사회의 격동기 당시 40~50대였던 70~80대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란 40~50대와 세대차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 노년세대간 또는 노년세대와 자녀세대간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70~80대 어르신들이 40~50대 자녀세대와 10~20대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각 2회씩 모두 4회에 걸쳐 ‘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란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 1020세대의 공동체주의는 인터넷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인터넷)와 휴대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
1020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후반 사이, 기성세대가 구축한 물질적 풍요 속에 태어났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정보통신과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기기 발전의 이기를 누리며 컴퓨터(인터넷)와 휴대폰을 사용했다. 또한 다수가 뜨거운 교육열 속에 성장, 고교 및 대학교 이상의 높은 교육을 받았다.

4050세대가 ‘낀 세대’ ‘샌드위치 세대’로서 어르신 세대와 유사점을 공유했던 반면, 1020세대는 어르신 세대와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삶의 방식) 등 많은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020세대의 성장배경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20세대가 자라온 환경은 진학·취업에 대한 과도한 경쟁, 가정환경의 변화, 풍부한 물질적 혜택 등으로 설명된다. 이 같은 환경은 이전 세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1020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이다.

기성세대는 1020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철부지, 문제거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어르신들의 인식 속에 젊은 세대는 예의 없고 이기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이 1020세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을까. 그보다는 1020세대가 어르신들에게 왜 철부지, 문제거리로 비춰지는지, 혹 그러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이 오랜 세월 쌓은 포용력과 이해심을 발휘하는 것이 손자손녀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개인주의-공동체주의 공존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은 많은 부분에서 개인주의적이다. 1~2명 이하의 형제·자매와 성장했고 높은 교육열 속에 경쟁자(친구)를 재치고 승리하는 법을 익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개인의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은 강화됐다. 상대적으로 1020세대의 대인관계는 약화돼 혼자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는 등 홀로 생활하고 여가활동을 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020세대는 강한 공동체주의 성향도 보이는 모순적인 모습도 갖고 있다. 다만, 1020세대의 공동체주의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1020세대의 공동체주의는 사람과의 직접적 관계가 아닌, 인터넷·SNS(social network service·사회적 연결망 서비스)를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형성,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회, 국가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문제의식과 관심을 공유한다. 촛불집회 등 SNS을 이용해 공동의 가치를 직접 실현했던 실제적인 경험도 갖고 있다. 따라서 특정 현안에 대한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언제든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지역 공동체·학교·직장 등의 현실 세계에서만 관계를 형성했던 것과 달리 1020세대는 지역·계층은 물론 국적까지 초월해 유대를 형성한다. 즉,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

1020세대는 생존의 영역(학교·직장)에서는 개인주의를, 가치의 영역에서는 공동체주의를 지향한다. 그들은 언뜻 공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상반된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개인주의적’이라는 일반적 견해는 반드시 옳지는 않다.

▲절반 이상 “결혼, 필수 아니다”
1020세대는 핵가족, 편부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 안에서 성장했다. 미혼모와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와해됐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대한민국 2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새로운 가족관에 대해서도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그들은 맞벌이 부모 밑에서 남녀차별 없이 성장해 처가살이, 남성전업주부 등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기성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남자 49%, 여자 38%로 여성이 남성보다 적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진출 비율이 높아지면서, 결혼 이후 육아 및 가사와 직장 병행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1020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자녀를 위한 희생을 원치 않았다.

직업관은 1020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가장 잘 반영돼 있다. 과열된 경쟁 속에 성장한 그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원칙보다는 융통성을 중시했다.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 시간·공간 활용이 자유로운 프리랜서(freelancer·소속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를 가장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과정보다는 결과, 즉 자신의 직업적 의무를 다하기만 한다면 그 이외의 시간과 생활은 직업에 의해 구속받고 싶지 않다는 심리로 표출됐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1020세대의 직업관에 부합하는 직장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직장에 만족한다는 20대 응답자는 47%에 불과했다. 직장만족도는 20~50대 중 20대가 가장 낮았다.

직장을 선택할 때도 물질적 보상보다 시간적 여유, 적은 스트레스를 중시하는 경향이 다른 세대보다 강했다. 이들은 풍요로운 물질적 혜택을 받고 자랐고, 교육수준이 높아 삶의 질을 고려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세대는 대부분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도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극심한 강박적 스트레스를 갖는다. 특히 10대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 소비자들의 7가지 라이프스타일’에 따르면, 10대의 평소 스트레스 정도는 52%로, 입시를 끝내고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20대(44%)보다 훨씬 높았다. 10대는 또, 대체로 40%대 후반대인 30~50대와 비교해도 스트레스 정도가 높았다. 학업과 수면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합리적’ 소비로 나를 ‘표현’
20대를 주축으로 한 1020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능숙해 국내의 소비 경향을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신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신제품의 사용법을 빨리 익힌다.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대량생산품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소량생산품을 선호한다.

특별판, 한정판처럼 희소한 가치를 지니는 제품에 열광하는 것도 이같은 상품구매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도 중시한다. 인터넷, SNS를 이용한 스니저(sneezer·상품에 대한 평가를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소비자)를 자처, 제품에 대한 질, 가격, 구매 방법 등의 정보를 솔직하게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다. 기업의 광고에 의존하기보다는 소비자 간의 연결망을 형성, 실질적인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1020세대를 주축으로 스니저가 널리 형성함에 따라 기업이 양질의 제품을 생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어쩌면 1020세대는 물질적 풍요 속에 가장 극심한 정서적 빈곤을 겪고 있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이들 세대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많은 과제를 안게 된다. 사회적 요구를 충족해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나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

이들이 종종 이기적인 단면을 보이는 것도 이처럼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들은 여전히 공동체를 생각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1020세대는 어느 시대나 항상 문제로 여겨져 왔다”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거나 문제시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애정을 갖고 지켜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솜 기자 soyo@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