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노년층 노후준비 가이드 ⑦웰다잉
중장년층도 ‘웰다잉 교육’ 필수…“죽음 기억하고 현재 즐겨야”
예비노년층 노후준비 가이드 ⑦웰다잉
중장년층도 ‘웰다잉 교육’ 필수…“죽음 기억하고 현재 즐겨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6.29 12:46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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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첫 주자인 1955년생이 지난 2010년부터 은퇴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퇴직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베이비붐세대를 포함해 머지않아 곧 노인이 될 한국의 40~50대 중장년층(예비노년층)은 향후 초고령사회에서 노후를 보내게 됩니다. 이때는 공식적으로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기존 인맥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배우자나 친구들과의 사별로 인한 고독과 상실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는 150만원. 55세 은퇴 후 25년간 생존한다면 필요한 노후자금만 4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노후자금뿐만 아니라 건강과 인간관계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봉사활동이나 일을 통해 인생 후반부의 역할도 찾아야 합니다. 본지는 현 노년세대의 자녀이자 예비노년층인 40~50대 중장년층의 행복한 노후를 돕기 위해 건강과 재무플랜, 일자리, 대인관계 등 ‘노후준비 가이드’를 총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우리 사회도 차츰 죽음에 대해 말하고 준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입관체험하는 한 어르신 모습.

노년기에 피할 수 없는 죽음.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삶’을 통해 가능하다. 노년층에 들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바꿔 생각하면 충실한 여생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제3의 인생으로서 노년기 생활의 질은 죽음준비 과정에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은 생애에서 성장의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죽음만 떠올려서는 안 된다. 어디에든 상존하는 게 죽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불시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준비된 죽음’으로서의 ‘웰다잉’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등 공동체 삶의 질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죽음은 개인에게만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는 상실감과 박탈감,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일선 웰다잉 지도강사들은 ‘웰다잉’을 위한 교육이 젊은층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관련단체 및 전문가들이 죽음에 가장 임박한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대상으로 ‘웰다잉’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개인은 적어도 한번쯤은 반드시 인생을 성찰하며 죽음을 직시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죽음을 직시하는 일련의 과정은 ‘웰다잉’ 즉 ‘준비를 통해 맞이하는 아름다운 죽음’의 출발이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준비하면서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선행을 강조한다. ‘웰다잉’을 위한 ‘웰빙’은 건강관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강 등 자기관리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의 대인관계 등 미워하거나 미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친절과 사랑을 베풀며 말 그대로 인생을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웰다잉’을 위한 죽음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젊을 때 ‘죽음을 준비할수록’ 이후 삶의 내용과 질은 큰 차이를 보인다. 장년층도 피할 수 없는 인생 과제로서의 ‘죽음 준비 교육.’ 노후와 달리 중장년층에게 필요한 ‘웰다잉 교육’은 무엇일까.

▲‘웰다잉’ 젊고 건강할 때부터
‘준비된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웰다잉’은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남녀노소, 빈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죽음을 준비해 어느 때든 후회 없는 죽음을 맞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기억하면서 살아갈 때 ‘웰다잉’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언제, 어떻게 죽음이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지금 여기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잘 살아야(웰빙) 한다는 것이 ‘죽음 준비’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웰다잉 강사들은 “죽음을 알면 삶을 함부로 살 수 없고, 웰다잉은 웰빙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정동기 웰다잉 지도강사는 먼저 “웰다잉은 건강할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미국만 해도 공동체에서 큰 사건으로 인해 죽음을 가깝게 느끼면서 40~50대들도 죽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자 ‘사전의료의향서’가 많이 보급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으로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중심으로 ‘죽음 준비’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며 “한국의 어르신들은 죽음 준비에 익숙하지 못하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이하게 될 중장년층은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한국도 죽음을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넘어서 노년층에도 의향서를 작성하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40~50대 중장년층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지도강사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인류가 100세까지 장수한다는 뜻) 시대에 들어선 가운데 현재 60대, 70대, 80대는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시대를 아무런 고민도 없이 맞이하게 됐다”며 “어르신들도 죽음을 미리 준비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많이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장수시대에 들어서고 있지만 현재 어르신들은 여생에 대한 밑그림도 명확치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죽음을 준비하지도 못한 채 죽을 때가 가까웠다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 우울증이나 무력감에 빠져드는 것이 현재 노년층의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정 지도강사는 현재의 40대와 50대부터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의 노년층과 달리 중장년층이 장수시대에 무력감을 극복하고 활기찬 여생을 가꾸려면 ‘죽음 준비’부터 철저해야 한다는 말이다.

▲“죽음 직시, 죽음관 정립”
강혜자 웰다잉 지도강사는 “현대 의학이 발달해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며 “중장년층은, 죽음은 자신과 동떨어진 남의 얘기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연령대를 불문하고 당할 수 있는 게 바로 죽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꼭 노년층만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때든지 준비 없이 갑자기 당하는 죽음은 원통함과 억울함, 그리고 비참함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동기 웰다잉 지도강사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직시하고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한번쯤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늘소풍’ 등 에둘러 표현할 정도로 죽음을 거부하고 불편해 하는 한국 문화에서 한 개인은 죽음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죽음 준비’는 이렇듯 솔직히 죽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일선 강사들은 한번쯤은 진지하게 ‘죽음’을 직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시기가 이를수록 좋다고 강조한다.

정동기 강사는 “흔히 중장년층은 자신의 삶이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죽음을 한번 직시하고 나면 삶의 변화는 필연”이라고 설명한다. 한 개인에게 있어 죽음을 성찰하는 과정은 결국 삶의 가치를 찾고 되새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예비노년층은 ‘죽음’을 직시한 후 자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죽음’을 다룬 책도 좋고 영화도 좋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접하면서 자신의 내부에 혼재된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고 사색한 후 자신만의 ‘죽음관’을 정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더 나은 삶 위한 전환점”
죽음의 성찰은 ‘죽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죽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성찰로 일상의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삶의 가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는 말이다.

강혜자 지도강사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웰다잉을 강의한다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와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하루를 붙들라)라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며 “중장년층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기억하고 죽음을 준비하되 현재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예비노년층의 ‘웰다잉’을 위한 ‘웰빙’에서, 죽음을 기억하며 죽는 순간 원하고 바라게 될 그 어떤 것을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 행하고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 지도강사는 “노년기에 타인과의 갈등, 원한 등을 모두 해소하고 떠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며 “끝내 미움이나 질시, 분노와 억울함 등을 내려놓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미루고 풀지 못한 감정의 앙금 때문에 자신의 일생을 미완인 채로 매듭짓지 말라”고 충고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대인관계나 감정은 그때그때 풀어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한된 삶을 기억해 미움 등 부정적인 감정에 소중한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사랑과 화해, 감사의 삶을 시작해야 한다.

강 지도강사는 “묘비명에 쓰고 싶은 삶의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라”고 조언한다. 평소 죽음을 사색하며 삶을 반추하고 죽을 때 바라게 될 것들에 집중하라는 것.

호스피스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죽을 때 재능과 지식, 지혜 등 소유한 그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함께 살고 사랑하며 웃는 것, 그리고 배우는 것”을 바라게 된다고 지적한다.

▲“유언장 등 미리 준비해야”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어떻게 내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결국 죽음은 생의 마무리로서 디자인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느 순간 찾아올 수도 있으며 고통은 고스란히 남은 가족과 지인들의 몫이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죽음은 본인에게도 고통이지만 유가족도 박탈감과 상실감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정신과 육체가 온전할 때 지금까지 살아온 생의 자취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그간 얻은 인생의 교훈을 후세에 전해주는 노력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인지, 나의 죽음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장기나 시신 기증의 문제, 그리고 유언장과 장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사전의료의향서’ 등은 중장년층이 미리 준비해 여생 동안 수정한다.

강혜자 지도강사는 “사전의료의향서 등은 죽음에 임박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며 “미리 작성해놓고 매년 고쳐 쓰면서 삶도 아름답게 가꿔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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