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 일깨우는 종교, 노년기 행복 깨우치는 지름길
삶의 본질 일깨우는 종교, 노년기 행복 깨우치는 지름길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29 13:31
  • 호수 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종교가 노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종교를 갖고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총체적 삶의 질, 삶에 대한 만족도, 행복도가 훨씬 높았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 및 참여도를 높여 노년기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부여하게 된다. 최근 평균수명 연장, 홀몸노인 증가 등으로 고독과 우울증에 노출된 어르신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한 생활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의식주를 비롯한 물질적 충만을 통한 행복만이 아니라 종교활동을 통한 영적·정신적 행복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한노인회가 최근 ‘대한행복사관학교’를 열고, 종교를 가진 어르신들을 ‘행복전도사’로 양성, 전국 경로당에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경로당에 쌀과 땔감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어르신들의 정신적·심리적 공허를 메울 수 있는 ‘영적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들어 종교를 갖게 된 어르신들의 사례를 통해 영적으로 충만한 행복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30년 ‘각방’ 쓰다 신앙생활 후 ‘합방’
결혼 46년차인 손영민(가명·69), 박희진(가명·64·여)씨 부부의 결혼생활은 끝없는 불화와 다툼의 연속이었다. 부부 사이에 사랑도 애정도 없었다. 1960년대만 해도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식들 때문에 지금까지 헤어지지 못하고 함께 살았을 뿐이었다. 한 집에 살지만 각자의 방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 TV도 방에 따로 있고, 밥도 알아서 차려먹었다. 그렇게 각방을 쓴지도 30여년. 하지만 몇년전 아내가 자궁암 수술을 받아 수개월 입원하게 됐고, 이때 종교를 접하면서 부부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암병동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중년부부를 만난 후 부부는 함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의 병이 나아 퇴원한 후에는 좋은 남편과 아내가 되기 위한 치유 프로그램인 ‘아버지·어머니 학교’에 함께 다녔다. 이후 이들의 부부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30년 만에 합방해 신혼부부처럼 살고 있다. 또 부부는 교회 봉사단과 함께 주말마다 자원봉사도 함께 참여하며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교회는 가족 같고, 고향 같은 곳”
이원행(67·여) 권사에게 교회는 고향 같은 곳이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집보다 교회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다. 혈연은 아니지만 또 다른 가족들이 모이는 ‘제2의 가정’이기 때문이다. 아들 형제 내외가 모두 해외로 이주해 살기 때문에 국내에는 의지할 대상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현재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월세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다. 밝은 성격으로 식당봉사는 물론 교회청소, 텃밭 가꾸기에도 늘 앞장선다. 매일 새벽 예배에 참석하고, 초밥·김밥 등을 손수 마련해 교우들에게 이른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그는 “외로움과 상처와 경제적 어려움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감사할 것이 더 많다”며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이웃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무뚝뚝한 아버지, 자녀와 예배하며 친구돼
일찍 아내와 사별하고, 4남매를 홀로 키워 온 김한식(가명·63)씨.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직장에서 은퇴하고 보니 덜렁 혼자만 남게 됐다. 자녀들이 매달 1~2번씩 찾아오지만 안부와 간단한 인사만 건넬 뿐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의 권유에 떠밀려 지난 2008년 천주교 성당에 함께 나간 후 부녀관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봉사활동에도 함께 참여한다. 무엇보다 손자손녀들과 함께 예배하며 함께 보내는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최근에는 성당 내 노인대학에 나가면서 동년배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이전보다 건강도 더 좋아졌다.

▲4대가 함께 행복가꾸는 ‘신앙공동체’
한성배(65)·박춘자(61·여) 가족은 4대가 함께 모여 매주 천주교 성당에 나간다. 분가한 자녀들이 부모님과 멀지 않은 곳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요일이면 부부가 83세 어머니를 모시고, 자녀들은 중·고등학생 손자손녀의 손을 꼭 잡고 성당으로 향한다. 천주교회에서 이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단란한 가정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예배당 맨 앞줄에 앉아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드린다. 성가대를 비롯해 청소, 식당 봉사 등에도 늘 가족과 함께 한다. 한성배 어르신은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 준 것이 가장 큰 유산”이라며 “앞으로도 행복을 가꾸는 작은 신앙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싶다”로 말했다.

▲자아성찰 통해 찾아가는 마음의 평화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이 행복인 줄 알았다. 인기와 돈, 젊음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까지. 그런데 기쁨이 없었다. 삶이 허무했다. 그때 깨달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흔히 한국 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이라 일컫는 조계사를 찾아 매일 남편 건강과 자녀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연화(70) 어르신은 독실한 불자다. 정신적 방황이 심할 때, 조용한 산사 분위기가 마음을 바로잡는다. 조용히 부처님 말씀을 되뇌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와 참다운 인생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법문을 자주 들으며 일상에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어가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평안과 기쁨을 맛 볼 수 있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술과 노름과 폭력으로 평생을 괴롭혔던 남편의 쾌유를 빌고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떨치고 평안 얻어
이대수(74) 어르신은 몇 해 전 큰 수술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준비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후 불자로서 덕을 쌓으며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어르신은 “노인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더불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눈을 감고 싶다. 인생의 끝자락에 선 우리 노년세대들이 신앙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회에 대한 확신을 갖고 현세에서 죄 없이 베풀며 살면 분명 내게 돌아오는 것이 있다는 믿음이 그를 강하게 붙들고 있었다. 세월과 싸우고, 외로움과 싸우는 이 어르신에게 종교는 마음의 위안뿐만 아니라 삶의 이유, 올바른 태도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책 속에 담긴 종교, 읽어볼 만한 책

최근 스님들의 저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서점가의 종교서적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각 종교마다 도서의 특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속세의 욕심에서 멀어질 것을 권하고 있다.
6월 셋째 주 교보문고 종합 판매순위(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스님의 주례사’(법륜 스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 스님)가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방황해도 괜찮아’ 역시 판매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대중들이 불교서적을 찾는 이유는 이들 베스트셀러가 된 스님들의 저서가 종교적 색채는 옅게 뺀 대신 삶에 대한 따뜻한 잠언을 내미는 대중성 때문이다.
판매 순위는 다소 뒤쳐져 있지만, 기독교 서적인 ‘성경과 5대 제국’(조병호),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어령)도 눈에 띈다. 특히 ‘목적이 이끄는 삶’(릭 워렌), ‘내려놓음’(이용구) 등의 책은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종교서적을 선별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승려이자 미국 대학 교수인 혜민 스님의 저서로, 9주 연속 종합 판매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책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식들을 바꾸려고 하지 말 것, 열등감으로 좌절하기보단 자신의 빛깔을 찾을 것 등의 잠언으로 가득 차 있다. 교과서적인 내용이지만, 일상의 쉬운 비유와 진심이 느껴지는 우직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따뜻한 위로 같은 문장들을 읽다보면,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존귀함을 깨달을 수 있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 스님)
인터넷 ‘유나방송’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목 스님의 수필집. 장 루슬로의 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를 소재로 정신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 놓치게 되는 소중한 가치들을 말한다. 크게 ‘처음 만난 별에서’ ‘세상에 꽃이 필 때’ ‘내 마음의 리모컨’ 세 부분으로 나눠져 진행되는 이야기는 청아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깨달음’(법륜 스님)
얼마 전 ‘힐링캠프’(TV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법륜 스님의 저서로, 우리의 정신이 항상 깨어 있어야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짧은 일화들을 소개하며, 과거 혹은 미래에 매달려 현재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다. 불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재’ 가치 있는 삶을 살기위해 해야 할 일을 일러줘, 귀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려놓음’(이용규)
몽골 국제대 교수이자 몽골 이레교회의 평신도 목회자로 사역중인 이용구 박사가 책을 썼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려놓음’을 무언가를 빼앗긴다거나 잃게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느님의 사랑을 얻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미국 유학생활과 몽골 선교 사역을 통해 겪었던 경험들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다솜 기자 soyo@100ssd.co.kr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