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⑨ 연미당(延薇堂, 1908.7.15 ~ 1981.1.1)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⑨ 연미당(延薇堂, 1908.7.15 ~ 1981.1.1)
  • 관리자
  • 승인 2012.07.20 11:07
  • 호수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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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설=시인 이윤옥

어두운 암흑기 임시정부의 횃불 ‘연미당’

1938년 5월 6일 밤 창사 남목청 6호
삐걱거리는 낡은 목조 건물 이층 회의실
김구 현익철 유동열 지청천 모여
독립 꿈꾸며 머리 맞대던 그때

탕탕탕타앙… 타…앙…

변절자 이운한이 꺼내 든 권총
슬픈 내 동포 손에 총 맞아
현익철이 절명하고 백범 선생 관통상 입어

사경 헤매는 겨레 스승 부축이며
독립의 날개를 꿰매던 이여

때로는 씩씩한 목소리로 광복군 소식 알려
피 끓는 동포애 북돋우고
때로는 광복진선 청년공작대원 되어
고난 속에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난 이여

장강의 물길 따라 떠돌던 임시정부
독립의 선봉자 남편과 광복군 딸 어깨동무하고
더 큰 투지로 임시정부의 횃불 된 이여.

▲ ‘신한촌’이라 불리던 토교의 임시정부 망명 가족들이 머물던 곳 (2011.1.10)
“연미당, 이복영, 김정숙 등이 안창호 선생 추도회에서 애도가를 불렀으며 추도식장 안은 비분강개한 분위기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는 1938년 6월 30일 <신한민보>에 소개된 30살 연미당에 대한 기사 내용이다. 경기도 여주 출신인 연미당은 ‘충효(忠孝) 미당(美堂)’으로 불릴 정도로 조국에 대한 뜨거운 피를 지닌 여성독립운동가였다.

1930년 8월, 중국 상해에서 한인여자청년동맹이 조직됐을 때 5명의 임시위원 중 한 사람으로 선출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 둘이었다. 스무살을 갓 넘긴 꽃다운 처녀가 조국을 위해 한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그 때 연미당은 상해 청년 여자교민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상해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교민들의 단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1932년 4월부터 1936년 5월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을 도와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구공원 거사 뒤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가흥ㆍ진강을 거쳐 장사(長沙)로 이동했기 때문에 정부 요원들을 수행하며 도울 믿음직한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연미당은 위기에 처한 백범 김구 선생의 목숨을 구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장사에 있는 남목청(楠木廳)에서 3당 통일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 백범 선생이 이운한의 저격을 받고 쓰러졌던 것. 곁에 있던 연미당은 중상을 입고 쓰러진 백범을 구해 정성으로 간호해 그의 생명을 살렸다.

이후 그는 독립운동의 요직을 차지하며 많은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 1938년 10월에는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원(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員)이 돼 선전과 홍보활동에 주력했다. 1943년 2월 중경에서는 한국애국부인회의 조직부장으로 선출돼 반일의식을 고취하는 방송을 담당하며 활동했다.

또한, 1944년 중국 국민당정부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간의 협조로 대적선전위원회(對敵宣傳委員會)를 통해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활동상황을 우리말로 방송했다. 일본군 내의 한국인 사병에 대해 초모공작을 하면서 한국 여성들의 총궐기를 촉구하며 활동하는 한편 1944년 3월에는 한국독립당에 입당해 조국독립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임시정부에서 선전부장과 주석판공비서에 임명돼 광복될 때까지 독립운동에 헌신한 엄항섭(嚴恒燮, 1898. 9. 1~1962.7.30)은 그의 남편이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역사 엿보기] 딸 엄기선도 광복군 길
연미당은 독립운동의 정신을 딸인 엄기선(嚴基善, 1929.1.21~2002.12.9)에게 물려줬다. 독립운동가로 헌신했던 아버지 엄항섭과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그의 딸도 자랑스러운 광복군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38년 12월부터 한국광복군(韓國光復軍)의 전신인 한국광복진선청년전지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戰地工作隊)의 공작대열에 오희옥(吳姬玉) 등과 함께 참가했다. 이들은 일본군내의 한국인 병사에 대한 초모공작의 하나로 연극이나 무용 등을 통해 적국의 정보를 수집 보고하는 한편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웠으며 중국 국민에게 한국인들의 투지를 널리 알렸다. 이때 엄기선은 박영준·이재현·노복선 등의 선배들과 함께 활동했다.

그 뒤 1943년 2월 무렵부터 중경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전부장으로 활약하던 아버지 엄항섭을 도와 중국 측 방송을 통해 임시정부의 활동상황과 중국에서의 일본군의 만행을 동맹국과 국내 동포들에게 알렸다. 또한, 중국 토교(土橋)의 깊은 산 계곡에 소재한 수용소를 찾아가 일본군 포로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병들을 위문하고, 일제의 패망을 예견하는 선전공작에 진력하는 등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3년에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민족시인 이윤옥 씨가 집필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서간도에 들꽃피다’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집대성한 최초의 시집으로 저자가 10여년 동안 중국, 일본을 비롯한 전국을 누비며 수집한 사료를 토대로 구성됐습니다.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통해 역사 뒤편에 묻혀있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과 업적,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문의 02-73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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