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老티’나게 살지말고 당당하게 내 人生 챙기자!
[활기찬 노년생활] ‘老티’나게 살지말고 당당하게 내 人生 챙기자!
  • 박영선
  • 승인 2006.12.16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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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노년을 위한 삶의 지혜

특별대우 바라는 습관 버리고 자립하는 자세를
남에게 의탁않고 스스로 노후 책임질 수 있어야
컴퓨터·기예 등 배우며 정중하게 대화

 

요즘 우리 주변에는 나이가 들었어도 젊은층 못지않게 ‘현역 마인드’를 갖고 젊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나이를 앞세워 쉽게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식이라도 남의 도움은 사절
서울 하계동에 사는 백모(67) 할아버지는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등산을 간다. 아들 내외, 손자와 함께 서울 근교의 산에 오르는데 각자 자신이 마실 물과 간식, 옷을 배낭에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어느 한 사람이 짐을 모두 들고 혹사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가 필요한 짐은 각자 책임을 지는 식으로 정했다.

 

백 할아버지 역시 자신의 짐은 자신이 든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아들이나 손자에게 짐을 맡기는 일은 절대 없다. 많은 노인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백 할아버지는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고개를 젓는다.

 

젊은 사람이든, 노인이든 사람이라면 자립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인입네’ 하며 젊은 사람들이 특별대우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린 아이로 퇴행하는 것이며, 이런 습관에 젖으면 결국 의존적인 인간으로 밖에 살 수 없게 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능력 밖이면 과감히 끊는다
전남 곡성에 사는 양모(77) 할머니는 웬만한 집안일은 스스로 처리하고,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들은 포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2년 전 네 살 위의 남편과 사별을 하고 시골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남편과 함께 살다가 혼자 살자니 불편함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남편이 담당하던 일들을 이제는 자신의 손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 할머니는 형광등 갈아 끼우기, 수도꼭지 고치기, 선반 매기 등을 배워가며 자립에 성공했다.처음엔 갈아 끼우거나 고쳐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 아들이 주말에 내려와 문제를 해결해주고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아들 내외가 싸움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엔 며느리가 괘씸하고 섭섭했지만, 생각을 다시 해보니 ‘엄밀히 따지면 아들도 남인데, 효자라서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피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도 사생활이 있는데 주말마다 노모가 불러댄다면 속으로 얼마나 난감했을까’ 하는 깨달음이 들면서, 양 할머니는 스스로 집안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TV 수신기가 말썽을 피워 채널들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붕 옆의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 봐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아예 TV 보는 것을 끊어버렸다. TV를 보지 않으면 아들을 오라, 가라 귀찮게 할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번다
서울 갈현동에 사는 정모(66) 할아버지는 최근 노인인력개발원에 일자리를 의뢰해 아파트 상가의 경비로 취직을 했다. 급여는 많지 않지만, 노후를 자식에게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무작정 노후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아들의 삶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해서 버스비나 생활용품, 자신과 연결된 경조사비 정도는 스스로가 챙길 각오를 세우고 있다.

 

즐거운 말, 밝은 낯 색을 보인다
경남 함안에 사는 박모 할머니는 자식이나 손자들을 만나면 언제나 듣기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한다. 박 할머니가 그런 마음을 먹은 데는 옆집에 사는 동갑내기 강모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강 할머니는 사람을 만나서 입을 떼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는 식의 푸념을 한다.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인데 항상 처지를 비관하는 듣기 싫은 넋두리들을 버릇처럼 되뇌는 강 할머니를 보며 박 할머니는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예전에는 박 할머니 역시 자식들을 만나면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고 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자식들이 얼마나 듣기 괴로웠을까’ 반성이 되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하다고 푸념하는 강 할머니는 정말 불행하게도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박 할머니는 정말 강 할머니 말대로 자식들이 불효자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강 할머니가 긴 세월을 그런 식으로 자식들을 대하고 푸념을 해왔다면 자식들이라고 그 어머니 보기 달가웠을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오지랖 넓게 참견하지 않는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민모(69) 할머니 역시 주변에 있는 염모 할머니를 보며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을 배운 케이스. 염모 할머니는 별명이 규율반장이다. 오지랖이 얼마나 넓은지 염 할머니가 커버하는 분야는 전국단위다. 동네 주변은 물론 제주도에 사는 조카며느리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할 말은 하고야 만다.

 

이런 식이다. 동네 꼬마들을 보면 어른들께 예의바르게 인사를 잘 안한다고 불러 세우고, 누구네 집 며느리를 보면 시어머니께 잘 하라고 불러 세운다. 조카며느리에게는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전화기 버튼을 눌러 “집안의 대를 끊을 작정이냐.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성화를 해댄다. 서른 후반의 조카며느리가 딸 하나만 낳고 자식을 더 안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염 할머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자신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해 불편이나 부담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 할머니도 가끔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되곤 한다.

 

민 할머니는 염 할머니와 헤어져 돌아서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남들의 생활에 참견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교훈을 얻곤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시간도 많이 남아도는 데다, 인생의 선배라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의 생활에 끼어들기가 쉬워지는데 이는 아주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해 말한다.

 

젊은 사람들을 인정한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모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을 항상 대접해준다.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젊은 애들이 뭘 알아’ 하는 식으로 깔보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배우려고 애를 쓴다.

 

인생을 살아온 연륜은 깊을지 몰라도 컴퓨터나 춤, 음악 같이 새로운 과학기술이나 기예의 습득에는 절대 젊은 사람들을 못 따라간다는 자각 하에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겸손하게 “가르쳐 달라”며 자신을 낮춘다.

 

이 할아버지는 복지관에 다니는데 나이를 먹었다고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 더디지만, 잘 일러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해 사회복지사나 강사들로부터 젠틀맨으로 불린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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