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빌라·아파트 인기… ‘도시형 한옥’ 새로운 주거 문화 형성
한옥 빌라·아파트 인기… ‘도시형 한옥’ 새로운 주거 문화 형성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8.03 10:54
  • 호수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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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화·복층화로 가격 경쟁력 갖춰… 단지형 한옥마을 조성도 잇따라
한옥이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일반 주택은 물론 오피스 빌딩, 공공건물, 호텔·상가 등 상업용 건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한옥구조가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통 한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한류의 확산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아파트보다 정서적 안정감이 뛰어난 단독주택 선호층이 늘어난 데서 원인을 찾는다. 최근 주거생활에 부는 ‘웰빙’(well-being)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인기있는 한옥은 서양식 구조와 결합된 ‘도시형 한옥’이 특징이다. 동서양 건축의 특징이 어우러져 젊은 세대에도 인기다. 생활 편의를 위해 첨단 건축공법이 도입되고, 공동주택도 한옥의 이미지와 설계를 적용,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호텔 등 숙박시설, 음식점도 한옥의 설계를 차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의 새로운 주거 문화로 각광받고 있는 ‘도시형 한옥’의 특징 및 장점, 인기비결 등을 살펴본다.

▲ 도시형 한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양식 아파트에 전통 한옥 공간을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LH가 하남 감일 보금자리지구에 선보인 한옥아파트의 실내 사랑방 투시도. 사진=LG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설계한 한옥 아파트의 내부 거실 모습. 사진=LH
▲ 부산 명륜동 동래향교와 어울리도록 설계된 한옥형 아파트‘아이파크’외관 전경. 사진=현대산업개발
▲ 한옥의 정취와 현대적인 호텔 서비스를 접목시킨 경주의 한옥호텔‘라궁’(신라의 왕궁)의 외경.
▲한옥, 외국인에 인기… 해외 수출도
한옥의 재조명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에서 비롯됐다. 호텔, 공공건물, 오피스 빌딩 등 비주거용 건물에도 ‘한옥 담아내기’가 한창이다. 경주에는 신라궁궐과 한옥을 접목한 특급호텔 ‘라궁(羅宮)’이 문을 열었다. 라궁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신라 궁궐의 조형미와 정취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균 객실 점유율 8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대한항공도 경복궁 인근에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특급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한옥의 해외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 성 닝안시에 위치한 밍싱촌에는 올해 말쯤 해외 최대의 한옥마을이 들어설 예정이다. 330만㎡ 부지에 한옥형 호텔 1곳과 전용면적 50㎡, 85㎡, 150㎡ 규모의 한옥 일반주택 1500여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옥신도시계획을 목표로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한옥형 별장과 주택 건설비만 100억여원이 투자됐다. 닝안시는 해변과 공항이 가깝고, 중국 정치인들이 하계 휴양지로 자주 찾기 때문에 한옥마을 건설이 끝나면 중국 내 관광명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옥 전문 시공업체인 북촌HRC의 김장권 소장은 “한옥은 자재가 황토, 나무 등 자연 소재라 콘크리트보다 건강에 훨씬 좋다”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현대 서양건축에 뒤지지 않고, 요즘은 두 양식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한국형 건축을 창조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도권만 700여 가구 조성
현대식 한옥 공급도 급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5만5000채이던 전국 한옥은 2010년 8만9000채로 늘었다. 2년 만에 공급량이 61% 증가했다.

앞으로 한옥 보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에 조성 중인 뉴타운과 신도시 택지는 한옥타운 개발을 필수 요소로 꼽을 정도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수도권에만 약 700여 가구가 넘는 한옥마을이 조성된다. 서울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에 158가구,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300가구 등이다. 은평 한옥마을에는 다세대형 한옥과 2층 한옥 등 다양한 모델이 선보인다. 동탄 신도시에 지어지는 한옥은 한옥컨벤션센터와 한옥호텔, 전통 공원 등과 함께 조성될 전망이다. 현대건설도 경기 이천시에 300가구 규모의 한옥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이상림 공간건축 회장은 “반세기 동안 지속된 아파트 문화에 대한 싫증이 자연스럽게 한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지형 한옥 개발이 잇따르면서 국토해양부는 한옥 보급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가구 이상은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사업승인 대상으로 묶여 있어 대규모 한옥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건축문화경관팀 관계자는 “한옥의 사업 승인 기준을 50가구나 100가구로 늘려 청약통장 없이 사업자가 임의 분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조경이나 도로 설치 기준도 한옥의 특성에 맞게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복층화 등 생활한옥 ‘인기’… 건축비 낮춰 단독·아파트와 경쟁
전통 한옥과 생활한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격이다. 전통 한옥은 아파트 시공비의 3배에 이르는 비싼 건축비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웠다. 높은 인건비와 3~6개월의 긴 공사기간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대청마루와 골조, 벽체, 문틀 등 주요 부분을 제작, 현장에서 20~30일간 조립해 완공하는 ‘반값 한옥’까지 등장했다. 자재를 규격화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표준화(모듈화)’해 제작비를 크게 낮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한옥의 건축비는 3.3㎡당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반값 한옥은 500만~700만원이면 가능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한옥에 대한 관심을 대중화로 이끄는 관건은 아파트와 같은 편의성과 합리적 공사비”라며 “보급형 한옥 개발을 위한 다양한 개발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옥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층의 전통 한옥 형태를 변형, 2층이나 다세대형 등으로 기법을 다양화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 들어선 2층 한옥 ‘관훈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1층은 전통 공예품 전시 매장, 2층은 전통찻집으로 설계된 상업용 한옥이다. 이 건물을 지은 김장권 북촌HRC 대표는 “좁은 땅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면 복층형이 대안”이라며, “보급형 생활한옥이 확산되더라도 한옥 고유의 격을 잃을 정도로 싸구려 제품이 양산될 경우 모처럼 부각된 한옥에 대한 관심이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을 통째로 만들어 옮기는 ‘유닛모듈 한옥’도 있다. 기둥과 보 등 골조와 벽체 및 창호를 포함한 전체 공정의 80%를 끝낸 뒤 현장으로 유닛을 옮겨 지붕을 씌우고 바닥을 고정한다. 현장 조립에 3일이 채 안 걸린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시험용으로 제작한 39.6㎡(12평)짜리 유닛모듈 한옥 공사비는 타일과 도장 등 현장 공사비 1428만원, 유닛구조체 3150만원, 모듈 운반비 304만원 등을 더해 4883만원(3.3㎡당 407만원)에 불과하다.

이창재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모듈러 방식은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이라며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전통한옥보다 단열 등 주거 환경은 더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도 ‘한옥담기’ 열풍
전통 한옥과 서양식 아파트를 접목한 ‘도시형 한옥 아파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택단지 기획 단계부터 전통건축 콘셉트를 표방하고 ‘한국형 주거’를 내세운 한옥형 아파트 단지들이다. 이미 국내 아파트 평면의 골격 자체가 한옥의 요소를 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구식 아파트와 달리 한옥의 마당에 해당하는 거실이 아파트 복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마포 용강2구역에서 분양한 ‘래미안 용강 리버웰’ 단지에는 한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주민공동시설이 마련됐다. 재개발 구역인 이곳은 구한말 지어진 한옥 3채를 헐지 않고 1채는 게스트하우스로, 나머지 2채는 주민사랑방, 공부방, 전통공방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우미건설이 전남 목포시에서 분양한 ‘우미 파렌하이트’는 집 안에 한옥의 사랑채를 들였다. 최상층 일부 가구에는 천장을 높여 한옥 처마를 형상화한 계단식 천장을 적용했다. 전용 127㎡형과 140㎡형 58가구를 대상으로 한옥 사랑채가 포함된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54가구(93%)가 한옥 사랑채를 선택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현대건설도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4차’ 아파트 115㎡에 나무색의 마감재와 거친 느낌의 화강석을 벽면 아트홀로 사용해 전통의 멋을 담았다. 거실 한 쪽에 대청마루 형식의 다실(茶室)이 위치하며, 침실의 화장대도 전통 격자무늬로 디자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한옥 평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랑방형·한실형·안마당형·다실형 등 ‘한국형 LH 주택’으로 명명한 4개 타입 개발을 완료, 연말에 공급하는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할 계획이다. 콘크리트 벽식으로 공간을 고정했던 기존의 아파트와 달리, 나무 기둥과 보 등을 이용한 한옥식 방 배치법을 따르는 게 특징이다. LH는 이 평면을 3차 보금자리주택인 하남 감일지구 7블록 약 300가구에 시범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주재영 LH 주택디자인팀 차장은 “복고 트렌드 등을 내다보고 한옥의 장점을 아파트에 접목하는 작업을 2008년부터 시작했다”며 “평면 개발이 알려진 이후 기존 분양자들도 이를 적용해달라는 문의가 올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Q. 1억원대에 한옥을 지을 수 있나요?
A.
모듈형 현대식 한옥이라면 가능합니다. 실제 한옥의 건축비는 얼마나 들까요. 한옥전문업체에 의뢰해 도심권(20평대)과 외곽권(30평대) 한옥으로 나눠 예상 비용을 뽑아봤습니다. 우선 20평대 도심권 한옥은 대지 132㎡, 건축면적 66㎡이라 가정했을 때, 목재와 가공·조립, 지붕기와 비용이 2400만원씩 총 7200만원이 듭니다. 창호와 수장 등 내부 마감 비용 3200만원 등을 합한 건축비는 1억3380만원입니다. 여기에 담장과 마당 등 주변 공사비 2830만원이 추가돼 전체 비용은 1억6210만원(3.3㎡당 81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30평대 외곽권 한옥(대지 660㎡, 건축면적 99㎡)은 개량한식 기와를 사용해 도심권(전통토기와)보다 지붕기와 비용을 1500만원 가까이 줄어듭니다. 대신 대지 면적이 넓어 조경수 등을 심는 조경비용이 250만원 더 듭니다. 총비용은 건축비(1억4400만원)와 주변 공사비를 합쳐 1억6480만원(3.3㎡당 549만원)이 예상됩니다. 물론 한옥은 자재의 종류 등 건축주의 선택에 따라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주택문화사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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