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령사회정책 재편…‘부양’서 ‘자립’으로
日, 고령사회정책 재편…‘부양’서 ‘자립’으로
  • 장한형 편집국장
  • 승인 2012.08.10 14:20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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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고령화 대책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응, 이들을 부양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면 앞으로는 노인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우리나라 대한노인회가 ‘부양만 받는 노인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상을 구현하자’는 구호 아래 범국가적인 사회운동을 벌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한노인회가 한 발 앞서 발상을 전환, 미래 고령사회에 대응한 자구적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일본의 새로운 고령화 대응책은 한계에 다다른 노인인구 부양책, 그리고 그와 맞물린 사회경제적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새로운 도전과 대응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새 틀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일본의 고령화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기준 일본의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23.3%다. 2050년이 되면 노인인구 비율은 38.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불어나는 연금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인생 90세 시대’를 전제로 새로운 중장기 고령화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65세 이상을 무조건 ‘부양 대상’으로 규정했던 기존의 고령자 정의를 바꾸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미래 고령사회의 새로운 고령화 대책은 ‘노인에 대한 부양’에서 ‘노인의 자립’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담고 있다.

8월 3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장기 고령화 대책인 ‘고령사회 대책 대강’을 연말까지 개정키로 했다. 주요 골자는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자의 취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

일본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 최초로 ‘고령사회 대책 대강’을 작성했고, 지난 2001년 개정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재차 개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새로운 ‘고령사회 대책 대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65세 이상 노인을 피부양자로 규정한 기존 고령자에 대한 정의를 수정키로 한 것이다. 65세가 넘더라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근로기회를 확대,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본 사회의 고령화로 평균수명이 90세에 육박하고 있지만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자들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고용을 원하는 직장인은 75.4%에 달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령화 국가에서 고령자에 대한 연금지급 등으로 증가하는 각종 사회적 비용 부담을 덜어내는 한편, 저출산으로 부족해지고 있는 노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둘째로, 기업의 정년도 손질해 은퇴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기로 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하원)은 8월 2일 열린 본회의에서 65세까지 근로자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가결해 참의원(상원)에 회부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60세인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연금이나 수입이 없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여야가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참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 경우 내년 4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은 정년연령인 60세 이후 근로자를 선별적으로 재고용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다만, 건강상태나 근무태도에 현저히 문제가 있는 경우는 의무고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또,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족해진 노동력 확보를 위해 현재 57%에 머물고 있는 60~64세 장노년층의 취업률을 2020년 63%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창업 고령자에 대한 자금지원, 노후 소득안정을 위한 직장인의 사외적립형 퇴직금제도 도입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령자가 일하기 쉬운 다양한 고용형태를 창출하고, 컴퓨터를 활용해 집에서 일하는 고령친화형 재택근무자 수를 현재의 490만명에서 오는 2015년까지 700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남녀구분 없이 전연령이 함께 하는 전원참가형 사회에 대비, 2020년까지 20~34세 젊은층의 취업률을 현재의 74.2%에서 77.0%로, 출산 전후의 여성 취업률도 현재의 38%에서 55%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또 공적연금 공제나 지방자치단체의 고령자 우대요금 등 65세부터 적용하는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건강이나 소득수준 등 각자의 실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20년 뒤 일본의 취업자가 13%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일본 주요 언론은 후생노동성 고용정책연구회 자료를 인용, 일본이 제로(zero) 성장하고 노동시장개혁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2030년 취업자 수가 2010년 6298만명에서 최대 850만명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보고서는 성장률 0%를 가정, 일하는 여성과 고령자 비율이 2010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건으로 20년 후의 취업자 수를 추정했다.

일본은 엔고에 따른 산업공동화와 국내 투자 정체로 일자리 감소에 직면해 있다. 대외투자는 견실하지만 저출산 및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급격히 감속하고 있다. 노동의 질 하락과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장래추계인구보고서’를 통해 8170만명의 생산연령인구가 2060년에는 441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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