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⑮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⑮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8.10 15:59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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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 일자리는 제2의 인생 출발점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 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 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강원·춘천 취업지원센터, 구직연계 어르신 ‘연간 인건비 10억’ 목표
강원연합회는 전국 도연합회 중에서 가장 먼저 지역통합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연합회 직원 2명과 춘천시지회 센터장이 2011년 3월 6일부터 합동근무를 실시했고, 독립된 공간에서 취업지원센터 사무실도 마련됐다. 모범이 되는 통합센터 운영을 꿈꾸며 의욕적으로 다양한 사업추진 계획을 세웠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실적에 대한 문제였다. 첫 통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직원들이 초반 3~4개월간은 제대로 잠도 못 이뤘다. 그래서 통합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한 일은 바로 노인취업지원센터 알리기였다. 통합취업지원센터는 고사하고 대한노인회의 노인 민간일자리 취업알선에 대해서도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인력과 열정을 홍보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유일한 노인 민간취업기관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노인취업하면 대한노인회가 생각날 수 있도록 모든 채널을 가동했다.

신문, 기업 판촉물 등에 통합취업지원센터를 알리는 홍보문구를 삽입했고, 직원들이 직접 동사무소와 경로당도 찾아다녔다. 각 지회장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팀을 이뤄 기업체를 방문, 고령화시대의 노인인력 활용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제는 강원도연합회 노인취업센터에 대한 역할과 활동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전화문의 및 방문자들도 크게 늘었고, 지역 내 협조 기관도 많아졌다. 기업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반겨주는 경우도 생겼다.

무엇보다 홍보를 통해 구인을 요청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회사관계자로부터 콘도 및 골프장에서 일할 어르신 50여명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급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홍보라는 씨앗이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업체에서 요구한 인원은 여자 15명, 남자 35명. 단시일 내에 필요한 노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회가 가진 인력풀을 총동원했다.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휴대용 스캐너까지 구입해 구직 희망 어르신들의 주민등록사본, 통장사본 등의 구비서류를 바로 갖출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60대 초반의 건강한 어르신들을 채용하고 싶다는 기업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역신문, 생활정보지 등에 구인공고까지 실었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후 춘천 인근의 골프장에서도 구인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왔고, 50여명의 노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취업지원센터 직원들은 인근 숙박시설 및 골프장을 방문, 명함을 돌리며 구인처 발굴에 주력했다. 무더위를 잊고 동분서주한 결과, 1달여 만에 또 다른 골프장에서도 구인요청이 들어왔다.

통합이라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강원연합회라는 배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시작 당시 우려와는 달리 6개월 여만에 한해 목표의 96%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지난해 9월에는 목표의 143%를 초과달성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취업연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8월 한 달 동안, 취업노인들에게 지급된 총 급여가 1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허규봉 취업지원센터장은 “골프장 등 관광업무의 특성 때문에 취업지원센터 직원들은 새벽 5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또 취업어르신들과의 긴밀한 연락체계 구축을 위해 업무용 휴대전화도 24시간 가동한다. 단시간 내에 강원 통합 취업센터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한발 더 빨리,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 준 직원들 덕분이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허 센터장은 매일 팀장들과의 미팅에서 “우리는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하며 아주 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독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올해 강원 통합 취업지원센터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폭염도 잊은 채 쉼없이 달리고 있다. 연간 어르신 인건비 10억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허규봉 센터장을 필두로 모든 직원들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구인처 및 구직자를 발굴하기 위해 오늘도 발품을 팔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통합된 노인취업센터의 역할을 알리고, 보다 나은 일자리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 강원 통합 취업지원센터는 관광지가 많은 지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인근 숙박시설 및 골프장과의 취업연계에 힘쓰고 있다. 취업지원센터의 소개로 재취업에 성공한 어르신들이 골프장 잔디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노인회, “희망 잃은 노인에게 일자리는 ‘사막의 오아시스’”
“안녕하십니까? 태안군지회 취업지원센터입니다.”
“충남방송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그 곳에서 나이 많은 노인들을 취업시켜줍니까? 나이가 일흔 가까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우 정중하고 예의바른 목소리였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다급하게 느껴졌다. 수 많은 전화를 받다보니 뭔가 사정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시간 있으시면 태안군취업지원센터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물론 사무실 위치 또한 상세히 설명해 드렸다.

3일 후, 젊잖게 차려입은 한 노부부가 취업지원센터 사무실을 방문했다. 첫 눈에 봐도 용모와 복장, 태도가 태안 지역출신이 아님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노인취업 담당자를 찾았다. 상담 테이블로 안내한 후 시작된 면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거두절미하고 태안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가사도우미, 요양보호사, 주방보조, 농어촌인력 등이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예상과는 달리 상담 어르신은 재취업에 대한 의지가 매우 높았다. 남편 김효재 어르신은 “사업실패 후 죽음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무슨 일이든 못 하겠냐”며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감당할테니 꼭 좀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어르신의 진심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서울 출신에, 사회적으로 지위도 높았고, 재력도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태안까지 내려와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상담을 진행해보니 실제로 이들 노부부는 제약회사 대표를 역임했던 잘나가는 상류층이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속아 퇴직금을 비롯한 전 재산을 모두 날리고 알거지가 됐다. 심지어 친구명의의 빚까지 떠안게 돼 채권자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결국 출가한 아들네 집에 신세를 지러 찾아갔는데 며느리가 매몰차게 쫓아내는 바람에 갈 곳 마저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믿었던 벗과 자식들에게까지 배신을 당하자 자살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부인의 간곡한 설득으로 죽을 힘을 다해 더 악착같이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후 집값이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아무런 연고가 없는 태안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노부부의 기구한 사연을 들으니 절로 눈물이 흘렀다.

상담결과, 김효재 어르신은 당장의 생활비·집세 마련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어르신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일자리를 알선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기운을 내시라는 위로의 말씀도 드렸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성혜경 취업지원센터장이 직접 일자리 물색에 나섰다. 교차로와 워크넷, 태안군청 홈페이지, 벼룩시장 등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러던 중 태안읍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곧장 김효재 어르신과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연락해 당일 면접일정을 잡았다. 면접에는 성혜경 센터장이 동행해 어르신의 성실함을 강조하며 채용을 간곡히 부탁했다.

이윽고 3일 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달 1일부터 출근을 하라는 합격 통보전화였다. 취업에 성공한 김 어르신은 “사막 한복판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라며 “부족한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 믿고 지원해 준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한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현재 김효재 어르신은 한 달에 110만원이 넘는 급여를 받으며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단정한 외모와 성실한 근무 태도 때문에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돈벌이에 그치지 않는다. 자아실현은 물론 삶의 희망을 되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더 큰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드리기 위해 매일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 충남 태안군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아파트 관리인으로 취업한 김효재 어르신. 사업 실패 후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재취업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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