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령인력, 일·자원봉사 불균형 심각…
예비실업자 아니면 노동시장 주변인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령인력, 일·자원봉사 불균형 심각…
예비실업자 아니면 노동시장 주변인
  • 장한형 편집국장
  • 승인 2012.08.31 15:13
  • 호수 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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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라 향후 고령인력의 활용 여부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인구정책적 측면에서도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고령자에 대한 대응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노인일자리사업이나 노인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 유도가 미봉책의 전부인 실정.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령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세시대은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주>

 

▲ 고령인력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과 자원봉사 등 사회참여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백세시대DB

 

싣는 순서

①고령인력 제대로 활용하고 있나
②선진국 고령인력 활용 어떻게 하나
③기업의 고령인력 활용 방안은 무엇인가
④고령자만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자
⑤고령자 능력개발 위한 제도정비 시급하다


“아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일하던 사람들을 다 떼어내고 새로운 노인들을 뽑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입니다!”

본지에 전화를 건 한 어르신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분기탱천했다. 70대 후반의 이 어르신은 “시니어클럽이 주관하는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열심히 일했는데, 해가 바뀌면서 기존 참여자들은 죄다 탈락시키고 새로운 노인들을 선발하는 방침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 어르신은 “짧은 통보와 함께 ‘해고’를 당한 셈”이라며, 일자리를 통해 누렸던 ‘행복’을 박탈당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일은 곧 삶이 되어 버렸다. 일자리는 노인복지의 최대 화두가 됐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비례해 건강한 노인이 늘고 있고, 평균수명도 연장되면서 노후소득과 사회참여의 주요 방편으로 일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도 빈말은 아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노인인구만큼 일자리가 정비례로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르신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평생 ‘전공’ 살릴 일 없다”
흔히 미취업 청년들에게 ‘자신의 전공분야를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노인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에게는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서 쌓은 경륜과 지혜, 즉 그 만의 ‘전공’이 있다. 어르신들의 ‘전공’은 단순한 기술이나 경력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인생의 애환과 삶 자체가 용해돼 순기능적으로 활용할 경우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 고령인력의 활용여부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도 고령인력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8일, 11개 부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주축으로 ‘역동적인 100세 사회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범정부 차원의 ‘100세 시대 종합 컨퍼런스’를 사상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부 분야별로 정책방향과 과제,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한국고용정보원 박명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 2688만명으로 정점에 달하고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2030년 2604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령과 학력, 생산성 등을 감안해 노동력 규모를 추정했더니 2018년부터 노동력 증가율이 1% 이하로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추정도 내놨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현재의 추세라면 2020년대 초부터 노동공급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다. 이 경우 노동시장은 물론 자본시장, 재정수지,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은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퇴직, 노후소득, 부양 등에도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격동을 일으킬 수 있다.

▲생계 위해 일하는 사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미취업 청년, 그리고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당면 과제가 주어진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기준 54.5%로 선진국에 비해 최대 20% 이상 낮다.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7.3%로, 전체 3.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독일(8.1%), 일본(9.9%)과 유사하고, 미국(16.3%), 프랑스(21.7%)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고령자다. 연금제도가 제대로 구축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고령자는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다.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는 생계와 직결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OECD 통계로 보는 여성 고령자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평균 18%보다 22.6% 포인트나 높은 40.6%였다. 고령층 여성도 OECD 평균 8.7%보다 13.1% 포인트 높은 21.8%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2500여개 사업장의 5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8.16%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6년 5.48%에서 2007년 5.79%, 2008년 7.19%, 2009년 7.41% 등 매년 증가세에 있어 다행스런 일이다.

기업의 5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이 증가세라고 해도 업종별로는 농림어업이 22.48%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 및 임대업(24.35%), 기타 서비스업(16.16%), 운수업(12.65%), 광업(10.2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수시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통신업(1.66%)과 금융 및 보험업(1.89%), 도매 및 소매업(1.86%)의 고령자 비율은 1%대에 그쳤다.

이 자료는 업종별 교차된 고용 인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나 대체로 정년연령이 탄력적인 업종에 고령인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전문직에서는 일정 연령만 되면 고령자를 내치기 때문에 은퇴 걱정 없는 자영업에 고령자가 몰리는 현실을 방증한다.

▲여가·자원봉사는 관심밖
자원봉사로 화제를 돌리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미국 노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전국 노인 1만1542명을 대상으로 ‘2011 노인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TV시청과 화투·카드 등을 주요 여가 활동으로 꼽고 있으며, 자원봉사활동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여가 부문에서 우리나라 노인의 99%가 TV를 시청하고 있었으며, 평균 시청시간은 3.8시간이었다. 이외의 여가 활동으로는 화투·카드가 26.9%로 많았으며, 등산, 화초가꾸기, 책읽기, 노래교실, 바둑·장기·체스, 산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은 3.9%로 매우 낮았다. 또 자원봉사활동에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6.9%에 달했다. 미국의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65~74세 노인의 41.4%, 75세 이상 노인의 39%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어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현실은 고령인력을 예비실업자인 ‘잉여인력’으로 간주하거나 아예 노동시장 밖의 주변인으로 제외하는 사회분위기와 직결된다. 고령인력의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연구한 사례도 없는 실정이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는 “경력을 활용한 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은퇴 전문인력 재고용을 독려해야 한다”며 “‘경력활용형 창업’이나 ‘전문 기술인력 재고용지원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책임연구원은 “국민인식이 여전히 ‘80세 시대’, 즉 20대까지 습득한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고 60대 이후는 준비 없이 노후를 보내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100세 시대의 여가와 문화활동은 고령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생애주기를 통합한 관점에서 사회참여와 자원봉사 기회 확대 등 공동체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속>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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