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인생 경륜·전공 살리고 사회경험 활용한 ‘특화’ 일자리 각광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인생 경륜·전공 살리고 사회경험 활용한 ‘특화’ 일자리 각광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9.21 15:15
  • 호수 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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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라 향후 고령인력의 활용 여부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인구정책적 측면에서도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고령자에 대한 대응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노인일자리사업이나 노인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 유도가 미봉책의 전부인 실정.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령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세시대은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고령인력 제대로 활용하고 있나
②선진국 고령인력 활용 어떻게 하나
③기업의 고령인력 활용 방안은 무엇인가
④고령자만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자
⑤고령자 능력개발 위한 제도정비 시급하다


▲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짚풀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재수(75) 어르신.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 노년세대에게 일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은퇴 후에도 평균 30년, 길게는 40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재취업은 건강과 경제적 안정, 사회참여를 바라는 중장년층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노인일자리사업에 1672억원을 투입, 22만여개의 노인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열린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2013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복지분야 공개토론회에 따르면 앞으로도 노인복지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구직 희망 노인의 수는 120만명에 달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공급량은 약 22만개로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게다가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실제 급여는 생활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노인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연계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공익형 일자리는 단순 업무나 공공근로 성격에서 벗어나 노인의 특기를 살리면서도 공익적으로 유익한 직종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장형 일자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특화형, 노하우 활용형 일자리 개발이 시급하다. 어르신들의 전문분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전통 문화와 역사를 전하는 일자리, 인맥과 사회성을 활용한 일자리, 노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의 성공사례를 알아본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양질의 일자리 개발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 본다.

▲전공·경험 살려 ‘교육’하는 직업!
어르신들에게는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서 쌓은 경륜과 지혜, 즉 자신만의 ‘전공’ 분야가 있다. 어르신들의 ‘전공’은 단순한 기술이나 경력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앞으로 전문경험과 경륜을 살린 교육강의 및 노하우 전수직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1. 직업멘토·현장교수
전문 직종에 종사했던 은퇴자들에게는 직업 교육·강사를 추천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숙련 중고령 근로자들을 모집해 중소기업 300곳에 파견, 청년직원의 멘토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명장·기능장 등의 전문가 1600명은 산업현장 교수로 육성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는 전문퇴직자를 교육해 중고등학교에 파견하는 ‘청소년 직업멘토’를 양성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진로활동 탐색 수업에 참여해 생생한 체험담을 들려주고, 상담을 실시한다. 고령사회비전연합회에는 현재 30여개 업종, 70여명의 직업멘토가 활약하고 있다.

파일럿·조종사 전문 직업멘토 한형택(65)씨는 “노인은 다가오는 고령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며 “직업멘토는 진로설계는 물론 전공선택, 직업체험까지 담당하는 종합 상담자”라고 말했다.

2. 전통놀이강사
전통놀이강사는 교육기관을 찾아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놀이와 문화를 전수하는 일을 한다. 주로 유치원, 어린이집 등 아동교육기관에 파견 나가 어린이들에게 널뛰기, 팽이돌리기, 윷놀이, 비석치기, 구슬치기, 풀잎배 만들기, 종이배 만들기, 강강술래 등을 가르친다. 전통놀이를 직접 보여주고 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추석 등 명절에는 송편 빚기를 하거나 계절에 따라 식물채집, 곤충채집, 두부만들기, 김치담그기, 모내기와 추수하기, 봉숭아 물 들이기, 천연 염색하기, 동화책 읽기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친다.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일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교육 관련 업무이기 때문에 과거에 교사 관련 경력이 있으면 선발 시 우대를 받는다.

▲전통문화를 전하는 직업
어르신들이 수십 년 살아온 인생 스토리는 후세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귀중한 교육 자료가 된다. 어르신들이 전하는 내용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와 같다.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체험담과 함께 전할 수 있다면 큰 경쟁력이 된다.

1. 짚풀공예사
어릴 적부터 손에 익힌 짚 꼬는 기술을 활용해 전통문화를 후세에 계승하는 직업도 있다. 짚풀공예사다. 이들은 한옥마을이나 박물관 및 체험관, 각종 지역행사에 참여해 공예품을 만들어 팔거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일부 지자체는 수시로 짚풀공예 시연 및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호응이 높고, 공예품이 특별한 기념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화성노인회 어르신들의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화성휴게소에 짚풀공예점 ‘지프로’를 열어 공예품을 판매, 연간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공예품으로 해외 수출까지 성공해 사업성도 인정받고 있다.

짚풀 공예가 강재수(75) 어르신은 “가만히 있으면 평범한 노인이지만 손에 짚을 들게 되면 관광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체험 박물관이 된다”고 말했다.

2. 역사문화 체험 지도사
역사문화 체험 지도사는 자연사·역사박물관, 과학관 등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옛 경험과 이야기를 곁들여 역사, 문화적 전통과 효의 중요성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또 투호던지기, 윷놀이, 비석치기, 제기차기, 굴렁쇠, 실뜨기 등 전통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교구 제작에도 직접 참여한다.

지역의 역사·지리에 해박하고, 문화에 관심이 있으면 도전해 볼만하다. 채용시 역사·과학 관련 전공자나 교수 경험이 있으면 유리하다. 단, 직업 특성상 공휴일 근무가 많으며 경력과 실력에 따라 급여도 큰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직업으로는 고궁이나 능, 유서 깊은 절, 지역 유적지에서 문화재, 지역 역사 등을 소개하는 ‘문화재해설사’가 있다.

▲인맥·사회성 활용한 직업
다양한 인맥과 사회 경험은 젊은 사람들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어르신들만의 경쟁력이다. 분쟁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법은 오직 경험을 통해 체득되는 것.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설문을 하고,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직업도 인기를 얻고 있다.

1. 설문조사원
평생 쌓아온 풍부한 경륜과 사회성을 활용하는 직업도 인기다. 설문조사원은 주로 리서치회사에 고용돼 공공기관, 기업체, 백화점, 방송국, 연구소, 개인 연구자 등이 의뢰한 설문조사를 담당한다. 이들은 조사 대상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작성된 설문지나 조사표의 설문내용을 기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능력에 따라 소요 시간의 차이도 크게 발생되기 때문에 사회경험이 많은 중고령층에게 유리한 직업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고령자기업 ‘탑리서치’의 경우, 중고령 어르신 40여명이 참여해 연매출이 1억원을 달성하고 있다. 이제는 산림청, 조달청 등의 정부 주요기관의 통계조사 및 설문을 맡을 정도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 육아돌보미
베이비시터는 여성어르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다. 대부분의 여성 어르신들은 평생을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가사를 책임졌기 때문에 육아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자신의 아이들을 키웠던 경험을 살려 가정육아교사로 활약할 수 있다.

육아돌보미는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직업으로 가정육아교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보통 젖먹이 유아나 어린아이들을 일정 시간 동안 돌보는 일을 한다. 또한 엄마를 대신해 이유식·간식을 먹이고, 책을 읽어 주거나 각종 놀이를 함께 한다. 부모와의 합의에 따라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 돌볼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도 보장되는 편이다. 앞으로 맞벌이 부부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육아돌보미는 각광받는 여성 고령자 일자리가 될 전망이다.

▲노인만 가능한 직업
연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직업도 있다. 실버모델처럼 중고령층만을 모집하는 직업도 있고, 결혼주례사처럼 사회적 명성과 품위가 요구되는 분야도 있다. 끼와 재능이 넘치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원한다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1. 직업주례사
직업주례사는 전문적으로 결혼식 주례만 맡아보는 사람이다.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나 덕담을 전하기 때문에 50~60대가 주로 활동하는 직업군이다. 대부분 웨딩업체와 연계해 주례 의뢰가 오면 예식장에 파견돼 결혼 주례를 주관한다.

직업의 특성상 대졸 이상의 학력과 품위, 단정한 외모는 필수다. 더불어 공직자나 교수 등의 사회 경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결혼 성수기와 비수기, 그리고 주례사의 인기도에 따라 주례요청 횟수는 달라진다.

2. 실버모델
미디어 영상의 발전으로 전문 실버모델을 구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들은 방송 광고나 민간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홍보 영상물, 잡지나 팸플릿의 지면 광고모델, 패션모델로 활동하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단역을 맡아 일을 한다. 간단한 광고촬영이나 영화 단역은 1일 5만원, 대기업 광고는 수백만원을 받기도 한다. 보수가 많은 만큼 선발과정은 다소 까다롭다. 외모 및 좋은 이미지 관리는 필수이며, 연기연습도 필요하다. 다양한 끼를 지니고 있는 멋쟁이 중장년층들이 가장 선호하고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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