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통합적인 치매관리시스템 갖춰나갈 것”
“세대통합적인 치매관리시스템 갖춰나갈 것”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11.23 15:00
  • 호수 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
11월 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에 둥지를 튼 국립중앙치매센터는 현재 권역별로 운영 중인 치매센터를 집결하고 향후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확대운영 될 치매상담센터의 허브로서 국가 ‘치매와의 전쟁’의 수뇌부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현재 중앙치매센터 인력은 김기웅 센터장을 포함해 8명의 직원이 기획관리팀, 전략사업팀과 홍보교육팀을 구성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올해 2월 시행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국가치매관리사업을 기획·수행하게 된다. 치매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뿐만 아니라, 전국 치매실태조사와 비약물치료 등의 연구, 치매환자의 권익보호, 민관 협력 확대를 비롯해 치매상담센터의 내실화, 조기검진사업과 치매시설의 질 관리, 치매등록관리 시스템 마련, 보험급여체계 개선 등을 담당하게 된다. 김기웅(48) 중앙치매센터장을 만나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관련기사 9면>


Q. 센터장으로서 향후 추진할 핵심 업무는.
A. 지금 당장 대한민국을 들여다볼까요. 52만명의 환자와 가족이 치매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후면 100만명의 치매환자가 이 땅에서 살게 됩니다. 이들을 위해 센터가 추진할 업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한국형 치매 서비스망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둘째는 나눔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통해 치매 질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높이는 일입니다. 셋째는 연구개발입니다. 관리하고 진단하는 것은 치매로 인한 국가적인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센터는 궁극적으로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주력할 것입니다.

Q. 치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A.
세대간 단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40년 후면 치매환자가 200만명이 될 전망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은 배우자만의 짐이 아닙니다. 자녀 세대들도 심리적·물리적으로 환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함께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세대간 단절을 메우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우울증과 치매 모두 고령층의 높은 자살 위험인자입니다. 현재 치매환자에 대한 부담은 99% 가량을 배우자가 감당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이웃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갖는 정도에 머물지요. 환자나 보호자는 어느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그렇지만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상황에 좌절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센터는 부모와 자녀 세대간 관여도를 높이기 위해 인식을 개선하면서, 당장 환자와 보호자가 직면한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구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감당해나갈 것입니다.

Q.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강조했는데.
A.
궁극적으로 ‘마음이 이어지는, 마음에서 우러난 세대통합적인 치매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센터의 목표입니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을 경우 가족 전체의 생활패턴이 환자를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치매환자 가족의 고통, 다급함을 생각하면 사회와의 공조시스템 구축도 시급합니다. 치매에 대한 사회인식을 다져나가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센터는 ‘대학생 서포터즈’ 등 우선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도 이런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이들이 2030년경이면 경제·사회적으로 가정과 국가를 책임질 것입니다. 이때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이지요. 요양보험료 등 젊은층의 부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도 치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치매관리는 부실해지고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Q. 치매환자에 대한 치료도 중요한데.
A.
국내의 치매 조기검진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지역 보건소에 가면 기본적인 치매검진은 물론이고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진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병된 치매환자를 위한 진단 후 서비스는 취약합니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에서 3등급 이상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 지급과 저소득층 약제비 지원 외에는 딱히 공식적인 지원 제도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매진단을 받아도 실제 치료나 케어시 재정적 장벽 등으로 인해 진단 후 손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터는 ‘진단부터 치료까지’ 연계 서비스망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특히 환자와의 접점 서비스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보완할 계획입니다.

Q. 관련 기관의 조화를 지적했는데.
A.
국내 치매검진 서비스나 치매센터 등 기존 제도와 기관의 역량은 우수합니다. 향후 중앙치매센터는 기존의 제도와 기관을 조직화하는 등 역량 결집에 집중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실종노인, 치매등록 DB와 유관기관의 DB를 중앙치매센터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조직화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치매질환 관련 개별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기관과 공조하에 대응하면서 법이나 규정 등과 관련해서도 하나씩 조정안을 마련해나갈 생각입니다.
치매는 사회 전체 각 시스템으로부터 광범위한 도움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각 기관과의 공조뿐만 아니라 민간의 협조도 중요합니다. 협조는 정보와 인력뿐만 아니라 재원에 있어서도 민간재원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워낙 방대한 분야에서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와 달리 구미 선진국 정부가 치매 질환에 배정하는 예산은 막대합니다. 정부차원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지만 민간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중요하고, ‘기부’나 ‘기증’의 형태로 이뤄지는 지원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뇌를 연구하는 영국의 ‘국가치매뇌은행’만 보더라도 환자의 뇌 기증부터 민간 재원으로 운영되는 등 100% 민간에서 감당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 마인드를 배워야 합니다. 이 때문에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치매 원인 연구 개발계획은.
A.
아직 우리나라가 개발한 치매약제는 없습니다. 근본적인 치매극복은 치매원인기제 규명 등 연구개발을 통해 가능합니다. 치매질환과 관련된 의학연구, 다시 말해 뇌와 조직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수도 있고, 있더라도 굉장히 더디고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역량차원의 인프라입니다. 20년 전과 비교해 현재는 우수한 연구인력과 의료시스템, 정보 인프라 등 의학계의 역량이 잘 구비돼있다고 봅니다. 이를 모아 가시적인 연구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이제껏 산발적으로 지속된 여러 연구활동의 한계 또는 단점이었던 뇌나 조직 기증 등이 인프라로 갖춰지는 게 중요합니다. 향후 중앙치매센터가 감당해야 할 업무 중 하나입니다.

Q.‘표준지침’‘치매원인연구’ 개발 비중은.
A.
현재 치매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침의 개발, 다시 말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중구난방 구성된 치료지침을 개발해 환자와 의료진에 배포하는 작업과 진단 후 치료에서 손을 놓고 있는 많은 치매가족이 집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재활치료지침 등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가정의 자가점검지침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치매질환을 진단하며 약물치료 및 표준치료, 그리고 재활치료와 관련해 지침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뇌 등 질환의 원인연구와 약제개발 등에서도 주도적이어야 합니다. 표준지침개발 등은 이들 기저연구와 우선 및 차선으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병행되고 보완될 수 있는 작업들입니다.

Q.‘재활치료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A.
치매 환자의 약물치료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진행만을 늦출 뿐입니다. 약물치료를 보완해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면서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바로 인지재활치료 영역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습관처럼 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재활치료는 치매증상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재활치료서비스 개발과 함께 보급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현재 많은 환자와 가족이 집에서 잘못된 재활치료를 시행,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인 재활치료에 대한 연구로 전문가가 아니라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인 수준의 기법을 개발하고 온·오프라인 교육 및 일반인 대상의 교재와 도구 개발로 국민의 치매 중증도를 낮추려고 합니다.

Q. 어르신 건강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A.
만성 노인성 질환에서 완치되는 병은 거의 없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처럼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통한 관리로 치매도 억제할 뿐입니다. 잘못된 지식으로 약을 남용하지 마십시오. 과장광고 등으로 잘못된 지식이 만연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향후 중앙치매센터는 적절한 근거를 바탕으로 지침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치매 상담 및 문의 : 1666-0921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