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다
[기고]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다
  • 관리자
  • 승인 2012.12.07 15:42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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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환 웰다잉문화연구소장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특정 지역을 정해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지난주에도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잠깐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게 됐다. 그들을 보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노후’란 실제 현실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르신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을 오가며 쓰레기통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주었다. 역사(驛舍)안에서 얼마나 많은 휴지를 주울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심지어 어르신들은 당신의 몸을 스스로 잘 가누지도 못해 흔들렸고, 손수레마저 끌고 가야 하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만 했다.

은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또, 막상 무엇을 하려니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이 쉬울 리 없다. 생계를 계속해서 짊어져야 한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이가 젊다면 다시 한 번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은퇴 이후의 재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쉬운 일을 찾기도 하지만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아직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10년 전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은퇴를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원봉사클럽에 가입해서 현역시절의 경험을 살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것이 좋다. 또, 자발적으로 멘토단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경험과 경륜을 전수해주는 멋진 삶을 그려보면 어떨까.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은 무엇이 되었든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이나 사회만 돌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안이나 가족을 보살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수 있겠다. 필자도 최근 조상신들을 위한 모사(기제)를 다녀왔지만 일 년에 1~2번만 가니 산소의 위치도 제대로 찾지 못해 고생했다. 선조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을 A4 용지 몇 장 정도의 분량으로 도식화해 자라나는 청소년, 어린이에게 보여준다면 집안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리 증여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여유를 가지고 20년 전부터 철저한 준비 끝에 증여가 이뤄졌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퇴직금과 가지고 있는 자금을 자식들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면 절대로 증여를 하면 안 된다. 자녀들이 필요한 자금을 요청한다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은 당신의 ‘인격’이라고 말해보길 바란다. ‘인격’은 자식일지라도 마음대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한 번 주고 나면 다시 찾을 길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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