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어르신들과 만든
특별한 합창단…“노래로 서로를 이해해요”
청년들이 어르신들과 만든
특별한 합창단…“노래로 서로를 이해해요”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12.14 15:32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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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젊은이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이처럼 일자리와 복지를 둘러싸고 노년층과 젊은이들이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의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라도, 우리 사회에는 노년세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호에 소개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어르신들은 유쾌하고, 또 행복하다. 바로, 1·3세대 합창단을 꾸린 경기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비주얼 매니지먼트 학과 학생들과 이 합창단에 참여한 청년들이다.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음악을 통해 즐겁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며 이름도‘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이라고 지었다. 그렇게 만난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서울 섬유센터의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의 사연, 듣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어 직접 만났다.

 

▲ 김복희(74) 김홍윤(74) 이종해(74) 김금자(73) 권영천(72)
▲이봉길(67) 김성근(24) 이건일(24) 박재상(19) 윤시현(18)
12월 12일 오후 강남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은 인파로 북적였다. 바로 계원예술대학교 ‘비주얼 매니지먼트 학과’ 학생 40여명이 주최한 ‘디자인 시사회’를 앞두고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었기 때문. 이번 공연은 주류 사회에 밀려 주목 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예술제로, 각종 예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분주히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로 어르신들이 보였다. 오늘 무대에 오르는 ‘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의 어르신들이었다. ‘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은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이 1·3세대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 11월, 어르신과 청년을 모집해 만든 합창단이다. 어르신 48명, 청년 9명이 합창단에 소속돼 있다.

합창단을 기획한 학생들은 “어르신과 청년들이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함께 하는 노래를 통해 이를 극복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결성된 이래 매주 1회 다함께 모여 이날의 무대를 준비했다. 합창단이 처음 모인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어르신과 청년들이 평소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생각을 공유했다. 작곡가 허재걸씨는 이를 다듬어 가사를 만들어 작곡한 곡 위에 얹었다. 어르신과 청년들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의 ‘눈을 들게나’라는 곡이다. 또, 지휘자 윤기훈씨의 지도 아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올 수 있었다.

이 색다른 합창단에 참여한 어르신과 청년들은 합창단 활동을 통해 무얼 느꼈는지 궁금했다. 합창단원 중 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의 소개로 합창을 시작하게 된 어르신 6명과 청년 4명을 만나 소통의 과정을 들었다.

Q.‘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금자(73)=사랑채 복지관 복지사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다. 젊은 세대와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박재상(19)=친형이 ‘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을 꾸린 박한상 팀장이다. 형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평소에도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김성근(24)=처음에 친구를 통해 좋은 의도의 프로젝트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성격이 조금 소심한 편이라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는 편이다. 헌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성격을 스스로 조금은 활동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또,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합창단인 만큼 예의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어떤 것을 좋게 또는 나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평소 노래도 좋아해 시작하게 됐다.

윤시현(18)=나이가 어리다보니 어르신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어르신과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Q. 합창단 이름이 특이하다. 어떤 의미인가.
이종해(74)=처음에 ‘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이라는 이름을 듣고 ‘합창단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지?’ 생각했다. 그런데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그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 1·3세대가 대화하다 보면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이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합창단에서는 그 잔소리를 음악을 통해 유쾌하게 전달할 수 있어 좋았다. 합창단 이름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1·3세대 합창단이 활성화 돼 있다고 한다.

Q. 1·3세대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합창곡 가사로 풀어냈다고 들었다. 재미있는 부분이나 공감 가는 부분은.
김복희(74)=우리가 직접 쓴 글을 토대로 가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평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차 안에서 젊은 연인이 너무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거나 여학생들이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가사에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정말로 얼굴 붉히고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노래를 통해 표현하니 재밌다.

이종해=요즘 젊은이들은 하루 종일 휴대폰을 갖고 다니면서 그 안의 세계에 빠져있다. 심지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도 휴대폰을 보고 있어 대화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이러한 내용도 가사에 담아냈다.

김금자=가장 공감한 가사는, 요즘 청년들이 상대방의 재력이나 외모만 보고 결혼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배우자는 평생 함께 할 상대인 만큼 그 사람의 인품이 얼마나 진중한지를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Q. 연습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없었나.
권영천(72)=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함께 참여한 학생들이 모두 손자손녀 같고 귀여웠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쑥스럽고 어색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니 재밌었다.

이봉길(67)=학생들은 중간 중간 문자를 보내 약속 시간도 알려줄 정도로 많이 배려해줬기 때문에 힘든 점이 없었던 것 같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작곡가 허걸재씨, 지휘자 윤기훈씨 모두가 열심히 해줘 고마웠다.

김복희=특히 이 합창단을 꾸린 계원예대 학생들이 최고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예술을 하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감성도 풍부하고 순수해 좋았다.

김성근=사실 청년 입장에서는 약간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연습이 길어지면 어르신들은 체력적으로 지쳐서 힘들어했다. 그래서 더 많이 배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Q. 합창에 참여하기 전과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종해=사실 합창에 참여하기 전에는 노출이 심하고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못한 아이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왜 이럴까?’ 우려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합창단에 들어와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바르고 착한 학생도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젊은 세대를 다시 보게 됐고 마음이 든든해졌다. 또, 우리 세대로서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저 나이에는 그럴 수도 있지’하며 귀엽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금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김홍윤(74)=합창단 활동 전에도 손자를 키우고 가까이 지내왔다. 그래서 다른 노인에 비해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은 비교적 적었던 것 같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만난 아이들도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이건일(24)=이전에는 어르신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은 고집이 세고 작은 말 실수를 해도 크게 꾸짖을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창단에 참여하면서 어르신들과 편하게 의사소통 하게 됐다.

박재상=어르신이 무언가를 물어보면 대답할 때 많이 어려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르신들과 이전보다 훨씬 친밀해진 느낌이어서, 합창단원이 아닌 어르신을 만나더라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Q. 마지막으로 합창단 활동에 대한 소감은.
권영천=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니 나까지 젊어지는 것 같고 즐거웠다. 합창 연습을 하러 모이는 날이면 유난히 더 즐겁고 행복했다.

이봉길=함께 노래하며 청년과 노인 사이에 닫혀 있던 공간이 많이 열리게 됐다. 의사소통 하며 노래 부르니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은 곳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시현=또래 친구들에게도 1·3세대 합창단 활동을 추천하고 싶다.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하며 노래하는 게 즐거웠다.

김성근=청년도 어르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르신도 청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다. 어르신들이 10~20대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청년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박재상=‘유쾌한 잔소리 합창단’이 2기, 3기를 너머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부모님도 곧 노인이 되고, 우리도 늙는다.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부모님과 그 밖의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글=이다솜 기자/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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