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부양하는 70대 가구주가 늘고 있다
3대 부양하는 70대 가구주가 늘고 있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1.11 14:40
  • 호수 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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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결혼 후 얹혀사는 자녀 16만 가구
2035년 3세대가구 30% 70대가 부양
통계청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자립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30~40대 ‘캥거루족’(kangaroo 族)이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젊은층 취업난과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이들 ‘캥거루족’에서부터 결혼하고서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는 ‘스크럼족’(Scrum 族)까지 자녀 양육의 짐을 벗고 홀가분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노부모들에게는 족쇄 아닌 족쇄가 되고 있다. 특히‘스크럼족’으로 인해 3대가 모여 사는 형태로 대가족이 재등장하는 등 가족 형태도 재편되고 있다. 현재의 노년층은 100세 시대를 맞아 ‘사회’로부터의 ‘어르신’대접도 더 이상 무조건 달가와하지 않는 젊게 사는 세대다. 자녀들은 얹혀살면서도 여전히 노부모에게 ‘손주들의 양육’을 바라고 있으며 노부모들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즐기고 싶어지면서 가족간 갈등도 다양화하고 있다. 갈등을 벗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 양육비, 주거비 등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 후에도 여전히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신캥거루족’. 이들은 ‘스크럼족’으로도 불리며 70대 노부모를 가구주로 3대가 함께 생활하는 대가족 형태를 재등장시키고 있다.
30대~40대 부부는 노부모와 생활하면서 자녀 양육과 가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일명 ‘스크럼족’을 비롯한 자녀층은 자신들이 자녀를 낳으면 으레 노부모가 손주들을 돌봐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노부모 입장에서는 자녀 부양에서 벗어나 ‘부부’만의 오롯한 노후가 간절하다. 자녀들의 무언의 요구는 양육을 다 끝내고 삶을 즐기고 싶어하는 노년층에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가족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60세 이상 노인 비중은 2005년 49.3%에서 6년새 20.1% 포인트 줄어 2011년 29.2%로 급감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최근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자녀 또는 손자와 거주하는 65세이상 노부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35년경이면 현재보다 2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최근 서울시 인구구조 분석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30~40대 자녀수는 10년 전에 비해 9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직해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들 ‘캥거루족’ 또는 ‘부메랑 키즈’는 현실적으로는 취업전쟁에 내몰린 젊은층일 뿐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상은 성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 사례”라고 설명한다.

이들 ‘부메랑 키즈’의 부모 세대인 현재의 노년층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을까.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서 노년층 대부분은 자신을 노인으로 여기지 않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보이며 삶을 젊게 가꿔가는 ‘액티브 시니어’(활동적인 신노년층)이거나 ‘액티브 시니어’를 지향한다.

이들 노년층은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매달렸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실버 축구단’에서부터 ‘실버 바리스타’로 자아실현과 여가 등에도 눈을 돌리며 원하는 일에 즐겁게 몰입하고 있다. ‘댄스파티’나 ‘대학진학’ 등으로 인생 제2기를 활발히 열어가기도 한다.

소극적이고 나약하기만한 노년이기를 거부하면서 여건만 허락된다면 국내 및 해외로 여행 등 노후를 즐기고 싶은 강한 열망을 지닌 ‘노년층’인 50~60대 베이비붐 세대에게 자녀층으로부터의 각종 요구는 벗어나지 못할 굴레인 셈이다.

노후를 자녀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현재 노년 세대들은 자신들의 노후 준비와 함께 노부모까지 부양해야 한다. 오히려 장년이 된 자녀의 생계까지 짊어져야 하는 게 이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부메랑 키즈’와 함께 ‘스크럼족’도 결국 자신들이 누려온 정도로 생활의 여유를 가꿀 수 없는 경제적인 빈곤이 직접적인 이유다.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크럼족’의 등장은 ‘독립생활 불가’(29%)나 ‘자녀 양육’ (10.5%), 가사 등 고단한 삶의 짐을 덜기 위해서다. 물가는 치솟고 전월세도 급등한 데다 정규직은 요원한 등 먹고 사는 것이 ‘팍팍해서’ 결혼하고서도 부모에게 얹혀산다는 말. 고령화사회와 젊은층의 심각한 취업난이 맞물려 나타난 가족 세태다. 이들은 증가세에 있다.

통계청 최근 자료에 따르면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스크럼족’은 10년 전에 비해 급증해 2011년 16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장성한 장년층 자녀를 부양하는 노년층도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3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구주’ 추계 결과 2035년경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70대 가구주는 30%선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3세대 가구에서 가구주 비율이 가장 높은 40대 가구주(29.8%)에 맞먹는다. 다시 말해 2030년 중반이면 3대가 사는 가구에서 주력 부양층이 40대에서 70대로 넘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노년층이 결혼까지 한 장성한 자녀층을 부양해야 하는 가족세태, 그리고 이로 인한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사회적인 대책으로는 정규직 등 젊은층에게는 안정된 일자리 마련과 주택 가격 안정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는 해당 가족의 경우 가족심리치료 서비스 등 가족 밖에서 갈등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각 분야별 서비스도 필요하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이수인 연구교수(사회학 박사)는 “고도 경제성장이 멈추면서 현재 청장년층은 집값, 양육비 등을 지출하고서는 부모처럼 여유롭고 풍족한 삶은 요원한 상황이다. 스크럼족은 자신들의 벌이로는 힘든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한 일종의 해결책인 셈이지만 봉양을 기대하기는 커녕 (자신들만의) 노후도 빠듯한 경제 상황에서 (자녀를) 집밖으로 밀어내지는 못하는 노부모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이같은 세태는 가족의 테두리내에서 가족만의 사랑과 선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어 “계층간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제도적으로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혜택을 주고 부모를 봉양하는 자녀층에게 세제혜택을 주면 양 세대가 협조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이나 ‘스크럼족’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평소 부모 중 남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독립성이 약해진 30~40대의 급증은 부모의 무조건 감싸기식 양육법도 한 몫하고 있다”며 “아빠의 육아 참여는 자녀들의 자립심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이라고 조언한다.


캥거루족·니트족·스크럼족

부모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지 못한 청장년층을 이르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지닌 말들이다.

‘캥거루족’(kangaroo 族)은 심각한 취업난 가운데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부모 신세를 지고 있는 젊은층을 말한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 육아낭에서 성장한 후 뒤늦게 독립하는 캥거루의 생태에 비유해 부르는 말이다.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나 ‘맘모네’(mammone) ‘키퍼스’ (kippers) 등도 유사한 말이다.

‘니트족’(NEET 族)은 학생이나 직장인 어느 집단에 속하지 않은 채 고정적인 직장을 거부하거나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등 취업난이 가중돼 구직활동이 장기화하면서 생겨난 젊은층이다.

‘스크럼족’(Scrum 族)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등장한 가족 세태로 결혼 이후에도 주거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을 말한다. ‘신(新) 캥거루족’(kangaroo 族)이라고도 한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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