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잘 모시는 것이 가장 큰 교육”
화성시 동탄3동 푸른마을 두산위브아파트 효자촌 명성 자자
“어르신들 잘 모시는 것이 가장 큰 교육”
화성시 동탄3동 푸른마을 두산위브아파트 효자촌 명성 자자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1.11 14:47
  • 호수 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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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회 등서 노인 편의시설 무료이용 배려
부녀회 김장김치서 효도관광까지 헌신적 뒷바라지
이웃 간의 지독한 무관심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이러한 변화는 삶의 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가족 형태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변화라고 말하기에는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웃 어른을 마주쳐도 안부를 묻기는커녕 가벼운 목례조차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졌고, 심지어 고독사한 노인을 몇 주간 방치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진 것. 이처럼 이웃 간의 정(情)도 경로효친 사상도 함께 쇠퇴하고 있는 요즘,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어르신들을 예우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 화제다. 이웃 간의 따뜻한 정과 어른에 대한 공경을 실천하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 경로당
▲ 헬스장
▲ 탁구장
▲ 포켓볼장
▲ 경로당 회원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지회장 박영근) 산하 동탄3동 푸른마을 두산위브아파트 경로당(회장 문종민)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우리 마을, 우리 경로당은 노인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마을과 경로당을 칭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제12회 살기 좋은 아파트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만큼 시설이 좋기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아파트였지만, 어르신들이 이곳을 칭찬하는 이유는 단지 시설 뿐만은 아니다.

11개동 9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동탄3동 두산위브아파트는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사람 냄새가 나는 곳, 특히 주민들이 합심해 경로효친 사상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노인을 위한 마을’이다.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풍성한 혜택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이 무료로 아파트 단지 1층에 마련돼 있는 골프장, 탁구장, 포켓볼장, 헬스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시설은 자생단체가 운영해 아파트 주민들도 사설 시설보다 훨씬 저렴한 회비로 이용할 수 있지만,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에게는 이조차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처음부터 어르신들이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입주자대표회(회장 장대철) 및 아파트 내 각 자생단체장들이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에 한해 주민편의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중앙회 어호선 이사, 그리고 정영원 동탄3동분회장, 문종민 경로당 회장의 아이디어이자 제안이었다.

어호선 이사는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 어르신들이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이 무료로 주민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여가활동 증진은 물론, 경로당 회원 배가운동의 효과까지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두산위브아파트 장대철 입주자대표회장, 문훈경 헬스장 자생단체장, 이정여 부녀회장
장대철 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들이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미처 못 했다. 제안을 받자마자 입주자대표회는 물론 자생단체장들도 모두 동의했다”며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은 우리 동네의 어른인 만큼 더 큰 배려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자생단체가 운영하는 헬스장 문훈경 대표는 “예전에는 자생단체가 아니라 외주업체가 주민편의시설을 운영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의 이용료 때문에 주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며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이 자생단체를 꾸리고 직접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어르신들이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이곳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회비 부담에서 벗어나 주민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경로당 회원인 박달순(77) 어르신은 “요즘에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해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 주민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정영원 동탄3동분회장은 “동탄3동에는 경로당 17개가 있는데 두산위브아파트 경로당이 가장 모범적인 곳”이라며 “여러 가지 시설이 잘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입주자대표회, 관리소(소장 김향묵) 등이 하나 돼서 노인들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부럽다”고 칭찬했다.

미래모아도아파트 경로당 최성진 회장도 “두산위브아파트 경로당은 다른 경로당과 달리 입주자대표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부럽고 본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어르신들에게 주민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평소 경로효친 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먼저, 부녀회(회장 이정여)는 매년 가을 김장한 김치를 어르신들께 제공하고, 2월이면 척사대회를 열어 윷놀이, 노래자랑 등으로 주민들과 어르신들의 흥을 돋웠다.

또, 초복에는 삼계탕을, 봄·가을에는 효도관광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정여 부녀회장은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에 마을 주민들이 해오던 상자 텃밭 가꾸기를 어르신들과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며 “어르신들이 모종을 심고 재배하는 소일을 통해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이를 수확해 직접 드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분위기도 모범적이다. 매달 입주자대표회로부터 쌀을 제외한 부식비 35만원을 지원받아 매일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함께 할 뿐만 아니라, 매달 마지막 화요일 월례회를 개최한 뒤 외식을 하며 우애를 다진다.

게다가 회원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는 회칙에 따라 부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문종민 경로당 회장은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경로당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입주자대표회가 이를 지원해 큰 도움 받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 주민들의 효심이 남다르다”고 자랑했다.

장대철 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아파트에 어르신 공경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어호선 이사, 문 회장 등 경로당 어르신들이 항상 웃어른답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며 “어르신들을 예우하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산교육 그 자체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아파트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다솜 기자/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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